올해로 흡연 생활 12년 째다. 그간 숱하게 많은 담배를 접했지만, 신종 담배를 손꼽아 기다려보긴 또 처음이다. 정확히 말해 새로운 ‘전자담배 기기’라 해야겠다.

올해 초부터 슬슬 들려 오던 쥴(Juul)의 국내 출시가 마침내 공식화됐다. 그 첫 모습을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담배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다’는 말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쥴. 과연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나왔을까? 쥴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다.

쥴 디바이스와 5가지 향을 가진 쥴팟.

미국 시장 1위라는 이름값

쥴은 액상형 전자담배다. 팟(Pot)이라는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 쓰는 제품이다. 기존 액상 제품과 다르게 니코틴 액상을 채워 쓰지 않는다. 카트리지만 갈아 끼워 사용한다. 카트리지 1개는 담배 1갑 분량이다. 카트리지 교체 방식이 주는 편의성과 휴대성, 거기에 적당한 타격감과 맛을 겸비한 쥴은 진작에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 점유율은 70%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 1위라는 이름값 덕분에 쥴은 국내서도 늘 화제였다. 미국 내 청소년 흡연율을 높였다는 부정적 이슈도 수면 위로 떠올라왔지만, 그럼에도 많은 흡연자가 새 전자담배가 선사할 경험에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전 세계 흡연자 10억 명을 위한 기기라고…

쥴은 일반 담배의 대안

쥴의 첫인상은 숭고했다. 솔직히 의외였다. 단순히 유희 목적으로의 쥴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고상한 슬로건에 놀랐다. 쥴에 따르면 ‘흡연자의 삶을 개선’하는 게 이 회사의 미션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 흡연자 10억 명의 삶을 개선한다(IMPROVE THE LIVES OF THE WORLD’S ONE BILLION ADULT SMOKERS)’는 슬로건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행사 역시 이 미션을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켄 비숍(Ken Bishop) 쥴 랩스 아시아 지역 국제성장 부문 부사장은 쥴의 공익적 측면을 강조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쥴 랩스 공동 설립자인 제임스 몬시스(James Monsees)와 아담 보웬(Adam Bowen) 또한 일반 담배 흡연자였다고 말했다. 이 둘은 2000년대 중반 대학교 시절부터 ‘일반 담배의 해로움을 없애 줄 대안’을 찾아 나섰는데, 그 끝에 나온 게 쥴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난 2015년 처음 출시된 쥴은 ‘흡연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출시는 국내가 최초다.

켄 비숍(Ken Bishop) 쥴 랩스 아시아 지역 국제성장 부문 부사장.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 낮아

이날, 쥴 랩스 관계자들은 쥴이 일반 담배의 대안임을 끊임없이 언급했다. 특히 켄 비숍 부사장은 “일반 흡연자는 평생 30번의 금연을 시도하는데, 그 중 성공하는 사람은 7%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어차피 끊을 수 없다면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적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쥴이 그 대안이 될 거란 소리였다.

이들에 따르면 쥴은 일반 담배 대비 95%가량 유해물질 피해를 덜 받는단다. 물론 공신력 있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진 않았다. 제품의 어떤 요소가 유해 물질 감소로 이어지는지도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이것이 쥴에 담긴 기술력.

많은 우려 속에서 국내 진출을 시도하는 만큼 이를 상쇄할 자료가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관련 자료는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단다. 어찌 됐든 쥴에는 유해 물질 발생을 줄이는 기술이 담겼다는 게 이들의 요지였다.

간편하고, 깔끔하며, 만족감이 높다는 쥴.

국내판 니코틴 함량은 1% 미만, 맛도 달라

국내에 출시될 쥴은 이승재 쥴 랩스 코리아 대표이사가 소개했다. 이 대표는 SIMPLE, CLEAN, SATISFYING을 쥴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버튼이나 스위치가 없어 사용이 간편하고(SIMPLE), 담뱃재가 없어 깔끔하며(CLEAN), 일반 담배와 비슷한 만족감(SATISFYING)을 선사한다는 거다.

이 정도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국내 흡연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쥴 디바이스는 USB 충전 도크가 포함된 구성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3만9천원이다. 색상은 슬레이트와 실버 2종이다. 쥴팟은 클래식(Classic), 프레쉬(Fresh), 딜라이트(Delight), 트로피컬(Tropical), 크리스피(Crisp) 총 5종으로 출시된다. 2개 1세트, 4개 1세트 구성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각각 9천원, 1만8천원이다. 쥴팟 1개가 담배 1갑 분량이니, 가격은 기존 담배 1갑과 같은 셈이다. USB 충전 도크만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가격은 5천9백원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니코틴 함량은 10㎎/㎖ 미만이다. 퍼센트로 치면 1%가 조금 안 된다. 니코틴 함량 5%인 오리지날 쥴팟보다 낮은 수치다. 맛 또한 미국 판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쥴이 고유의 온도 조절 시스템을 기반으로 흡연자에게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의 만족감을 줄 것으로 말했는데, 오리지날 쥴팟만큼 진한 향과 묵직한 타격감을 선사할지는 미지수다.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단다.

한편, 쥴 디바이스와 쥴팟은 서울 내 GS25와 세븐일레븐 그리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일은 오는 5월 24일이다. 지난 ‘쥴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편의점 유통 채널을 확보함에 따라 쥴의 파급력에 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재 쥴 랩스 코리아 대표. 900만 국내 흡연자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뜻밖의 멋진 포부

쥴 랩스 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기조에 맞춰 ‘900만 국내 흡연자의 삶을 개선한다’는 목표 아래 판매 활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법을 준수하고, 흡연을 조장하는 소셜 마케팅 활동 역시 일절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제임스 몬시스(James Monsees) 쥴 랩스 공동 설립자.

이들의 의지는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임스 몬시스 공동 설립자는 “일반 담배로 인한 해악을 없애기 위해 혁신을 지속할 것이며,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흡연량을 확인하고 이를 조절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청소년 흡연 방지를 위한 자구책도 마련 중이라 말했다.

여러모로 이번 행사는 ‘흡연자의 삶 개선’으로 시작해 ‘흡연자의 삶 개선’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의지가 어찌나 숭고하던지,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은 내가 민망했을 정도. 한편, 쥴의 국내 진출 소식에 부랴부랴 유사 제품을 쏟아내는 국내 시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가장 중요한 걸 빼먹은 게 아닌가란 생각도 문득 들었다.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말이다.

달콤한 마케팅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의지가 강렬했고 의미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리뷰를 통해 쥴의 높은 품질은 이미 확인한 바 있다. 훌륭한 품질에 그럴듯한 의미까지 더해진 쥴이 과연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기존 흡연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쥴과 소비자가 처음 만나게 될 24일이 제법 기다려진다.

전자담배 하나가 이렇게 숭고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