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매거진 <얼리어답터>의 에디터 이야기다. 파라과이에서 살다와 음악을 전공했지만 피아노 대신 자판만 두드리는 이가 있고, 미대를 나왔지만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이도 있으며, 쇼핑하려고 글을 쓰는 쇼퍼홀릭도 있다. 마지막으로 툴툴대면서도 궂은일은 도맡아서 척척 해내는 이도 있다. 사는 동네도, 나이도 취향도 제각각이다. 이렇게만 말해도 어느 정도 예측이 되겠지만 이들과 회의를 하다보면 어느 것 하나 쉽게 일치되는 게 없다. 아이템 회의를 해도 열이면 열 모두 의견이 다르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바로 ‘애플’을 이야기할 때의 눈빛. 그들이 가지고 오는 원고만 봐도 애플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대체 그들은 왜 그토록 애플을 사랑하는가?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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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네 아이패드야”

담당 직원의 인도식 액센트가 가미된 영어에 내 부끄러운 개화기 경성 영어가 만나 혼돈의 도가니탕을 이뤘다. 한국도 아닌, 싱가포르 애플스토어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패드 미니5를 손에 쥐었다.

신난다! 아이패드 미니5

지난 글, 그러니까 ‘아이패드 선택장애를 위한 실용서 : 아이패드 뭐사지?‘의 내용을 빌려오면, 아이패드 미니는 ‘등장과 함께 수많은 팬을 만든 태블릿’이고, ‘기존 아이패드를 쥐어뜯으며 견디는 생활을 4년이나 버티게 한’ 태블릿이다. 포장지를 벅벅 벗기며, 아이패드와의 추억을 곱씹어 봤다.

지나간 후에야 봄인 줄 알았다,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미니5는 내 인생에 다섯 번째 아이패드다. 아이패드2부터 아이패드 에어1, 아이패드 미니2, 아이패드 프로 1세대(9.7인치)까지… 이 다섯 가지의 아이패드를 쓰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모델을 하나 꼽자면 아이패드 미니2다.

지나간 후에야 봄인 줄 안다고 했나. 내 아이패드 인생의 봄날은 아이패드 미니와 함께한 시절이었고, 그 때를 그리다 아이패드 미니5 소식을 듣고 정식 출시까지 못 기다리고 들고 와버렸다.

키노트를 보면서 내심 탄성을 질렀더랜다.
아이패드 미니2와 아이폰7

혹자의 말대로 아이패드 미니, 특히 아이패드 미니5는 참 ‘애매한 기기’다. 스마트폰보다 크지만, 웬만한 태블릿보다는 작다.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인이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살짝 변한 디자인이 케이스를 새로 사게 만드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다.

하지만 이 애매함이 나를 다시 아이패드 미니5 앞으로 이끌었다. 폰과 다른 태블릿만의 쾌적함을 갖췄지만, 웬만한 태블릿보다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점. 기존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살리면서 최신 AP탑재로 성능을 끌어올린 점. 여기에 작은 디스플레이로 성능 대비 쾌적함을 극대화한 점. 다른 아이패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애플 펜슬 지원’으로 생산성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는 점 정도를 더할 수 있을까?

아이패드 프로를 팔아치우면서 태블릿이 없다는 데서 오는 목마름과 아이패드 미니5로 기대하는 장점이 결국 싱가포르에서 나를 애플 스토어 앞으로 이끌었고, 포장지를 북북 뜯으며 아이패드 미니5와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게 됐다.

아이패드 미니5를 다시 만나고

그렇게 아이패드 미니5를 다시 만나고, 요새 거의 모든 일상을 아이패드 미니5와 함께 하고 있다. 같이 쓰는 아이폰 XS가 질투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아이폰의 거의 모든 알림은 아이패드에서도 받아볼 수 있고, 전화나 문자도 연속성 기능을 활용하면 아이패드에서 당겨받을 수 있다.

책을 읽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출근 길엔 전자책을 읽는다. 리디북스를 쓴다. 아이패드 미니는 전자책 리더기로도 훌륭한 기기다. 적당한 크기와 무게, 레티나 디스플레이 찬양은 더 하지 않아도 되겠지. 화면을 빼곡히 채운 글씨의 양은 5.8인치 스마트폰과 7.9인치 태블릿 사이의 격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과장을 조금 보태 종이 책을 읽는 듯한 경험을 아이패드 미니5에서 할 수 있다.

종이책과 달리 여러 권의 책을 담을 수 있다는 점, 책에 밑줄을 치고 기록을 남기는 등 전자책의 이점 때문에 리디북스 전용 기기를 들고 다니기도 했으나, 부피와 무게가 슬슬 부담스러워진 차였다. 급정거 시 한손으로 잽싸게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아이패드 미니5가 매력점인 점이다. 한 손의 자유를 허락하는 태블릿, 아이패드 미니5의 이야기다.

웹 서핑을 하다가 문자메시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아침에 오는 연락은 스플릿 뷰를 이용해 바로 답장한다. 아이폰과 다른 멀티태스킹 경험을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다. 콘텐츠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응답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매모해둘 수도 있다. 한 가지를 보태자면 아이패드 미니의 키보드는 두 엄지로 쓰기에도 큰 부담없는 크기다.

엔드게임을 보고 인피니티워를 다시 챙겨봤다.

멀티미디어 감상에도 제격. 모노 스피커가 때로는 아쉽지만, 밖에선, 특히 퇴근길엔 이어폰을 쓰는 일이 훨씬 더 많아 큰 불편을 느끼진 못했다. 잠깐의 휴식을 꿀처럼 즐길 수 있는 이유다. 물론 그동안 오는 소식들은 멀티태스킹으로 불러와 처리하면 될 일이고.

잠시나마 영광의 레이ㅅ…

종종 게임도 즐긴다. 출시 직후부터 아직까지 질리지 않고 하는 게임은 쓰리즈(Threes!), 요새 즐겨 하는 게임은 헝그리 샤크(Hungry Shark)다. 상어가 돼 해양 생물과 사람을 잡아먹는 게임이다. 어디서 그런 나같은 게임을 들고 왔냐고 하지만, 나는 배고픔에 아귀처럼 모든 것을 먹어치우다 결국 죽는 상어를 보면서 탐욕의 덧없음을 느낀다. 아스팔트도 즐겁게 즐긴다. 운전을 안, 아니 못하는 내가 잠시나마 드라이브의 꿈을 꾸는 시간.

손님, 이건 긍정적인 예고요…

애플 펜슬은 고려하지 않았다. 생산성의 새로운 가치를 고려할 수 있으나, 나와는 가는 길이 다름을 아이패드 프로 1세대에서 느꼈다. 특히 많은 작업을 컴퓨터, 그러니까 macOS로 하는 내게 이 둘을 이어줄 만한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피스 고와 서피스 펜, 그리고 원노트의 조합이 훨씬 생산적이었다. 어차피 펜 가지고 몇 번 쓱쓱 쓰다가 병풍처럼 두겠지. 나는 아이패드 미니를 사랑하지 애플 펜슬을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노트북 시장의 강세로 태블릿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전망에도,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태블릿으로서 아이패드 미니5는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과는 질적으로 다른 멀티태스킹, 그러면서도 PC가 아직 쫓지 못하는 사용자 경험이 내 손에 들린 아이패드 미니5에 있다.

아름답다, 영롱하다, 앙증맞다, 아이패드 미니5

내가 아이패드 미니5를 사랑하는 이유

어려운 담론을 끌어오지 않아도 나는 지금 손에 들린 이 아이패드를 사랑하고 있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정체성을 소유할 능력을 상실한다.‘고 했던가. 아이패드 미니5를 들고 다니면서 나는 내가 이처럼 책을 기쁘게 읽는 사람이고, 콘텐츠를 즐겁게 소비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임을 새삼스레 알았다. 이게 바로 아이패드 미니5를 사랑하는 ‘나’다.

일반적으로 용도를 정하고 기기를 사지만, 유독 아이패드는 아이패드를 사고 용도를 궁리한다는 이야기 또한, 내 손에 든 아이패드가 이만큼 뛰어난 기기라는 걸 알리고 싶은 내 욕심의 잔영 같은 이야기다. 내 일상에 즐거운 경험을 늘리고, 다시 이를 돋우는 것. 내 손에 들린 이 아이패드 미니5를 내가 사랑하는 이유다.

한손으로 들어오는 태블릿, 이제 만나기 쉽지 않을 걸?

아이패드의 제품군이 새롭게 재편돼 아이패드를 고르기 참 좋은 지금.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이패드 미니5를 권한다. 아니, 이 즐거움은 나만 누리고 싶으니 안 샀으면 좋겠다. 다만, 이왕 애플 제품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면 지금 당장 지르자. 왜냐하면 애플 제품은 지금이 가장 저렴하니까. 훗날 더 비싸진 가격에 서운해 하지 말것.

셀룰러+WiFi, 64GB, 스페이스 그레이
박병호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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