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따사롭고 밤은 선선한 것이 어째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 국내나 가까운 해외로 짤막하게라도 다녀오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날씨를 핑계로 급 여행을 계획하고 들떴는데 짐을 챙기다 보니 순간 고민이 된다. 차라리 3박이 넘어가면 고민 없이 방구석에서 캐리어를 꺼낼 텐데 1박 2일 혹은 2박 3일 정도의 애매~한 기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고자 했던 마음에 제동이 걸린다. 두 발 두 손 편하게 가뿐히 다녀오고 싶은데 먼지 쌓인 캐리어를 보는 순간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백팩이나 크로스백에 넣자니 공간이 부족해서 결국 쇼핑백 하나를 더 들게 되고, 캐리어에 넣자니 참으로 거추장스러운 모양새가 꼭 여행 간다고 유난을 떠는 기분이다.

분명 이런 고민을 나만 한 게 아니었나 보다. 야무지게 짐을 쌀 수 있는 백팩 1THEBAG(원더백)의 TIGER(티거)가 나온 걸 보면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가 여행용으로 변신도 할 줄 아는 요망한 녀석이다.

디자인만 봤을 때는 깔끔 그 자체다. 사실 그냥 일반적인 노트북 백팩의 느낌이라 가방으로 포인트를 살리고픈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겠지만 심플한 외형 덕에 남녀 상관없이 정장, 캐주얼 등 복장에도 관계없이 매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겉모습이 참 투박하지만 디테일 부분에서 차차 호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퍼 부분. 우레탄 방수 지퍼를 사용했다는데 내구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마감 구조가 너무나 깔끔해서 지퍼 라인까지 감쪽같이 가려주어 얼핏 보면 어디로 열어야 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숨기는 거 참 좋아한다.) 이 지퍼 라인의 매끈한 느낌이 꼭 가죽 같아서 더 고급진 느낌도 든다. 가방 천의 재질은 원사 단계부터 코팅이 들어간 Coated Yarn 원단으로 생활방수가 가능함과 동시에 색감이 묘하게 매트하거나 반짝거리는 등 빛에 따라 달라지는 게 또 매력이다.

티거 아인스 TIGER EINS (280(W) X 120(D) X 420(H)mm / 14L, 확장23L / 27만8천원)

이 백팩은 겉이 매끈한 덕에 작은 수납공간들이 안에 숨어있다. 그래서 형태도 독특하다. 집으로 치자면 중간에 가벽이 있고 앞뒤로 문이 두 개 있는 느낌이랄까.

옆으로 열리는 앞쪽 공간은 자잘하지만 자주 쓰는 소지품들을 넣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막상 필요할 때는 안 보이는 펜이나 거울 하나 찾겠다고 매번 큰 가방 속을 뒤적대는 나로서는 펜 꽂이와 파우치 대용으로 쓰기 좋은 메쉬 수납공간이 특히 유용하다.

180도 전체가 오픈이 가능한 뒷면은 독특하게 등에 붙는 면이 뚜껑이 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열어놓고 보니 영락없이 캐리어의 모양새와 똑 닮았다. 보통의 백팩은 중앙에 지퍼 라인이 있어 등 쪽을 중심으로 수납을 하는데 이 백팩은 등 쪽 면이 뚜껑이기에 무게중심을 온전히 뒤로 가져가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짐의 무게 분산에 신경을 쓰게된다. 달리 말하면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진다는 거다. 캐리어라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백팩에서 흔히 기대하는 수납 형태와는 사뭇 달라서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백팩의 안감이 스웨이드 재질이고 전자제품 완충작용이 있어 파우치 없이도 막상 수납해놓고 나면 나쁘지 않다(사람은 결국 습관의 동물). 안쪽 양옆에는 고정밴드가 있어서 텀블러, 우산, 선글라스 케이스 등을 끼워 수납 가능하다.

백팩이 백팩이 아니다?

이 백팩은 트랜스포머마냥 총 4가지 방식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어깨끈 한쪽을 반대쪽으로 연결해서 슬링 백으로도 연출할 수 있고, 사이드 지퍼를 열고 숨어있던 손잡이를 꺼내 브리프 케이스로도 변형이 가능하다. (가로로 눕히고 나니 오른쪽 세로로 있던 브라운 레더 포인트의 이유를 알 수 있다.) 별도로 제공되는 스트랩을 연결시켜서 크로스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여행 시 유용한 기능

티거의 가장 놀라운 기능은 바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확장 캐리어처럼 지퍼를 돌리면 8cm 폭의 여유 공간이 순식간에 생겨난다. 이것이 앞서 말한 여행을 위한 짐을 쌀 때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치 새로운 백팩인 것처럼 여유 공간이 생김으로써 부피를 차지하는 옷 종류나 신발 등도 무리 없이 한 개의 짐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백팩 안에 보조배터리를 넣어두고 밖으로 빼서 바로 충전이 간편하도록 충전 연결 단자가 내장되어 있다. 외부에서 많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 여행이나 출장 시에 좀 더 수월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점이 인상적이다.

캐리어 결착 걸이 역시 엑스밴드 형태로 되어있어 활용도에 맞게 캐리어에 안정적으로 걸어서 사용할 수 있다.

히든 포켓

아무리 심플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외부에 수납공간이 없으면 그렇게 섭섭하다. 맨 앞 레더포인트 안쪽에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간편하게 자주 꺼내쓰는 소지품을 넣기에 딱 맞는 공간이다. 뒷면에도 외부 수납공간이 또 있다. 이 공간은 백팩이 아닌 다른 형태로 가방을 사용할 때 어깨끈을 정리해주기 위한 게 주목적이지만, 몸에 가장 가까운 수납공간이면서도 눈에는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귀중품이나 여권 등을 넣어두기에 안성맞춤이다.

어깨끈에 카드를 넣는 대신 작업실 열쇠를 대신 넣어두었다.

어깨끈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카드를 넣어두기 좋다는 공간은 사실 카드가 들어가기에는 크기가 너무 뻑뻑하다. 들어가긴 하는데 지퍼를 잠그면서 카드가 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백팩을 메면 쉽게 손에 닿는 위치라 열쇠 같은 작지만 자주 꺼내는 것을 넣어두기에 좋다. 반대편 어깨끈에 부착된 고리는 야외활동 중 눈을 보호할 선글라스의 지정석이다.

티거 주니어 TIGER Jr. (245w X 380h)

티거 백팩과 원단 재질 및 디자인이 동일한 티거 주니어 파우치는 기본 15인치 노트북까지 수납이 가능하다. (LG gram 기준으로 15.6인치도 가능)

이렇게 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가방에서도 얻는다. 가장 미니멀한 외모 속에 가장 맥시멀의 기능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쓰면 쓸수록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제품이다. 그 산물로 구석구석 숨겨놓은 기능들은 확실히 일상생활보다 여행을 떠날 때 빛을 발한다. 봄바람에 기분이 들뜨는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가? 일단 가방부터 열고 생각하자.

FOR YOU
손발이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거나 출장이 잦다면

NOT FOR YOU
일상 속 노트북 가방으로의 큰 차별성을 기대한다면

총점
김희정
제품을 쓰고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