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매거진 <얼리어답터>의 에디터 이야기다. 파라과이에서 살다와 음악을 전공했지만 피아노 대신 자판만 두드리는 이가 있고, 미대를 나왔지만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이도 있으며, 쇼핑하려고 글을 쓰는 쇼퍼홀릭도 있다. 마지막으로 툴툴대면서도 궂은일은 도맡아서 척척 해내는 이도 있다. 사는 동네도, 나이도 취향도 제각각이다. 이렇게만 말해도 어느 정도 예측이 되겠지만 이들과 회의를 하다보면 어느 것 하나 쉽게 일치되는 게 없다. 아이템 회의를 해도 열이면 열 모두 의견이 다르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바로 ‘애플’을 이야기할 때의 눈빛. 그들이 가지고 오는 원고만 봐도 애플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대체 그들은 왜 그토록 애플을 사랑하는가?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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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미소가 아름다웠던 친구가 있다. 고른 치열, 웃을 때 하트 모양으로 바뀌는 입술, 생기 넘치는 피부 톤과 뽀얀 피부, ‘웃는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 놓을 수도 있구나’ 싶었던 사람… 가끔은 말이다. 어느 하나에 취해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미소 하나만으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그녀처럼.

비단 사람만 그럴까. 내게는 그런 기억이 또 하나 있다. 아이폰7 플러스를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다. 듀얼 카메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아이폰. 돌이켜 보면 녀석은 첫인상부터 강렬했고, 매력적이었다.

내게는 너무도 강렬했던 첫만남

2016년 가을, 나는 여느 해와 같이 애플 키노트를 보겠다며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그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이폰이 발표되었고, 박수갈채 속에 ‘아이폰7과 7 플러스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대와 달리 새 아이폰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전작에서 큰 변화를 고대했던 이들은 여전히 ‘혁신 부재’를 입에 올리며 손가락질을 했다. 하기야 아이폰6부터 3년째 같은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으니 그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애플은 제트 블랙, 매트 블랙이라는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시했지만, 사람들의 성에는 차지 않은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뭐라 하건 내게 7 플러스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홈 버튼 제거, 방수 방진, 듀얼 카메라, 스테레오 스피커 등 소소하다면 소소하고, 거대하다면 거대한 변화가 아이폰을 채우고 있었다. 특히 애플이 카메라에 한 짓(?)은 상상 이상이었다. 언론의 예상대로 7 플러스는 두 개의 후면 카메라를 달고 나왔다. 일반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다. 놀라운 건 단순히 하드웨어 하나만 더한 게 아니었단 거다. 애플이 잘하는 것,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One More Thing이 있었다.

애플은 카메라 두 개를 활용해 ‘인물 사진’ 모드를 구현했다. 디지털카메라의 ‘보케(Bokeh)’ 효과를 흉내 내는 기가 막힌 기술이었다. 원리는 두 카메라의 유기적 연결에 있었다. 일반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의 시차를 활용해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한 다음 배경에 블러(Blur) 효과를 넣는 거다.

키노트를 보는 내내 나는 인물 사진 모드가 만들어낸 놀랍고도 아름다운 결과물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DSLR의 영역을 흉내 내기 시작했구나. 디지털카메라가 필요한 순간,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마침내 왔구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7 플러스 듀얼 카메라에 한껏 취하다 보니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심지어 3년째 사골 국물을 우려낸 디자인마저 아름다워 보였다.

탐날 수밖에 없는 가치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카메라 하나에 그 정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난 단언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2016년 당시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차고도 넘쳤다.

아이폰7 시리즈가 등장했을 무렵, 스마트폰 시장에선 듀얼 카메라가 대세였다.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너도나도 두 개의 카메라를 달고 나왔다. 흑백 + 컬러, 일반 + 광각, 일반 + 망원 등 구성도 다양했다. 화웨이는 흑백 렌즈 + RGB 렌즈 구성의 ‘P9’ 을 선보였고, LG는 일반 + 광각 구성의 ‘V20’ 을 출시하며 드넓은 화각을 자랑스럽게 홍보했다.

아이폰7 시리즈 출시 초기만 해도 어떤 카메라 구성이 주류가 될 것인가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다. 논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과는 애플의 압승이었다. 사람들은 7 플러스가 보여준 감성 넘치는 인물 사진에 열광했고, 그렇게 애플의 일반 + 망원 카메라 구성은 주류로 올라섰다.

당시 샤오미도 유사한 기술을 선보이긴 했지만, 제대로 된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7 플러스가 유일했다. 당연히 그 가치는 독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카메라 하나 때문에 7 플러스로 갈아탄 사람도 제법 있었으니까. 나 역시 손이 큰 편이 아니었음에도 5.5인치 크기의 거대한 아이폰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오직 카메라 하나 때문에.

함께한 모든 날, 모든 순간

직접 만져본 7 플러스는 역시 달랐다. 인물 사진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배경이 흐려지면서 피사체는 더욱 도드라졌고, 사진에선 입체감이 살아났다.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잘 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10만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흐려진 배경을 보라. 감성부터 다르다. 사진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 정도 감성의 사진을 찍는다는 건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카메라 진짜 좋다.”
“DSLR로 찍은 거 같아.”

7 플러스로 바꾸고 나서 달라진 건 주변의 반응이었다. 인물 사진으로 찍어주니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했다. 함께 떠났던 상해 여행길에서 내가 찍은 사진에 친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 뒤로 나는 ‘이 작가’로 불렸다. 사실 내가 한 건 셔터를 누른 것뿐인데.

플러스로 기록한 우정 여행.

그때의 각인이 어마어마했던 건지, 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면 찍사는 늘 내 담당이다. 덕분에 관광지를 찾는다든지, 총무를 맡는다든지 이런저런 번거로운 역할에서 벗어나긴 했다.

구조물 하나를 찍어도 감성이 뚝뚝 묻어났다.

7 플러스는 여행뿐만 아니라 내 일상도 멋진 사진으로 가득 채워줬다. 무엇을 찍어도 감성이 뚝뚝 묻어나니 자꾸만 찍고 싶어지더라. 소위 ‘인스타 감성’을 연출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덕분에 10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했다는 사실 또한 멋지게 뽐낼 수 있었다.

좋은 곳으로 먼저 떠난 우리 집 강아지도 7 플러스로 담아 놓았다. 훌륭한 구도, 깔끔한 배경은 아니지만, 강아지의 모습 또렷하게 잘 드러난 사진이다. 예쁜 사진으로 그리운 아가를 추억할 수 있다니, 7 플러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했던 아이폰7 플러스. 안타깝게도 우리의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강렬하게 다가와 내 일상을 빛내준 녀석은 고작 6개월 만에, 잔인하게 내 곁을 떠나버렸다.

어쩌면 필연적이었던 이별

나의 전부였던 너는 어디에.

크기가 화근이었다. 애플은 듀얼 카메라를 7 플러스 모델에만 넣어줬다. 지금이야 아이폰 X, XS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당시 듀얼 카메라를 쓰려면 무조건 7 플러스를 사야 했다. 무지막지한 크기의 아이폰이 내 손에 어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겨울과 봄까지는 괜찮았다.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외투 없이 외출하는 날이 잦아지자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너를 어떻게 데리고 다녀야 하니.’

특히나 가방도 들고 다니지 않는 내게 5.5인치의 7 플러스는 너무나도 컸다. 불편해도 하는 수 없었다. 늘 손에 쥐고 다녀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일들은 4월부터 벌어졌다. 쥐고 있던 아이폰을 의자 옆에 두고 오는 일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화창하게 빛나던 5월의 어느 휴일, 피크닉 자리에서 흥해 취한 나는 7 플러스를 그만 벤치 위에 놓고 와버렸다. 양손에 스마트폰이 없다는 걸 알아챘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황급하게 돌아갔지만, 녀석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뒤로 다시는 아이폰을 만날 수 없었다.

너와 나의 첫만남.

가장 짧은 인연이었지만, 가장 뜨겁고 강렬했던 기억. 아이폰7 플러스는 그렇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애플의 One More Thing을 잘 보여준 아이폰, 카메라 하나로 사람을 유혹했던 마성의 아이폰, 내 일상을 감성으로 물들여준 첫 번째 아이폰으로 말이다.

혹 누군가 내게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아이폰7 플러스를 보라”고, “이토록 혁신적인 제품이 또 있느냐”고… 인물 사진 모드가 대중화한 요즘, 지금의 ‘감성 폰카’를 있게 한 장본인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문득 네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