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안 바꿔주면 회사 그만 둘래

제가 쓰는 사무실 의자는 머리받침대도 없고 팔걸이는 높이 조절도 안 됩니다. 무척 불편합니다. 이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의자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없고, 더 굽어지는 거북목을 꼿꼿하게 세워보며 눈물을 삼키고 있던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 제닉스인데, 의자를 보내준다고 합니다. 제닉스라면? 그렇습니다. 게이밍 의자를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광고에서 홍진호가 앉아있던 그 의자! 광고에서 홍진호가 앉아있던 그 의자! 트위치 스트리머와 아프리카 비제이의 방송 화면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그 의자! 규모 좀 있다 하는 PC방에 쫙 깔려 있기도 한 바로 그 의자! ‘제닉스 아레나-엑스 제로(Xenics Arena-X Zero)’가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제닉스의 게이밍 의자 라인업 중 정가 18만9천원의 입문용 제품입니다. 역시 이 정도 의자엔 앉아 줘야 일 할 맛이 좀 나죠!

 

아레나 엑스 제로! 합체다!

간단한 조립을 통해 완성할 수 있는 제닉스 아레나-엑스 제로는 크고 묵직한 박스에서부터 위압감을 내뿜습니다. 조립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바닥이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결합하고 나사를 조입니다. 어렸을 적 미니카를 조립하던 그 마음으로 경건하게…  부위들이 워낙 무거워서 살짝 애를 먹긴 했지만 그만큼 튼튼하고 안정감이 있다는 반증이겠죠? 그렇다고 칩시다. 운동 삼아 하니까 상쾌하고 소화도 잘 돼요(?)

 

뜯어 볼 수는 없지만, 제닉스 아레나-엑스 제로 안에는 풀메탈 프레임이 들어있습니다. 즉, 뼈대부터 튼튼하단 소리죠. 박음질도 꽤 세밀하게 되어있습니다. 디테일과 마감에 신경을 쓴 느낌이 납니다. 그래, 의자가 이 정도는 돼야지…

 

다리 부분과 바퀴까지 전부 메탈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여태껏 제가 봐왔던 의자 다리는 모두 플라스틱이었는데 말이죠. 튼튼해 보입니다. 역시 사람이든 의자든 하체가 중요하죠. ㅎ… 바퀴 디자인은 레이싱 휠을 떠올리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이걸 보니까 앉은 채로 사무실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고 싶은 충동이 드는군요.

 

어깨가 항상 무쇠 같이 딱딱한 저에게, 의자의 팔걸이는 아주 민감한 부분입니다. 팔이 편하게 거치되어야 타자가 잘 쳐집니다. 어깨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자세는 물론이고, 팔걸이의 높이를 책상에 맞춰 설정하는 게 아주 중요하죠. 제가 쓰던 의자와는 달리, 이 팔걸이는 상하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굳었던 어깨가 서서히 녹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의자 전체를 지탱하는 중심 기둥. 모든 하중을 견뎌내는 부분이기 때문에 약하면 큰일납니다. 최근에 살쪄서 더욱 육중해진 제 몸뚱이를 지탱해야 하는 이 중심봉의 가스 스프링은 유럽의 안전규격 공인 인증인 TUV 인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주 튼튼하고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최대 하중은 150kg. 혹시나 제가 초고도비만 상태가 된다 해도 안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등받이와 스툴을 이어주는 부분에 플라스틱 커버를 씌워 고정하면 비로소 의자가 완성됩니다. 이 커버가 약간 엉성하다고 느껴졌지만, 어차피 나사 구멍을 가리는 정도의 역할이 전부라 그 정도는 뭐… 참을 만했습니다.

 

드디어 완성!

완성된 의자에 몸을 뉘어봅니다. 전체적인 착석감은 마치 텐가를 사용할 때처럼(……?) 신체를 살짝 빨아들여 흡착시키는 듯, 안락하고 딱 맞는 피팅감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펀지처럼 녹아내리는 듯한 폭신한 느낌은 아니지만, 적당한 탄력이 몸 전체를 받치면서 신체에 긴장감을 살짝 만들어줍니다. 금방이라도 모니터 안으로 튀어 들어갈 것 같은 준비 동작 같다고 할까요. 어깨가 옆으로 흐르지 않게 살짝 안쪽을 향해서 굽어 있는 등받이 상단부도 든든합니다. 

  

특히 쿠션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눈으로 봤을 때는 허리춤에 걸리적거릴 것 같아서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척추를 탄력적으로 받쳐주는 이 폭신하고 쫄깃한 느낌이 반전의 매력을 보여줬죠. 그런데 저 말고는 다들 허리 쿠션 불편하다고 말했던 게 함정… 그렇게나 갈망해왔던 머리받침대에는 머리 쿠션이 더해져 뒤통수를 편안하게 받쳐줍니다. 감격의 순간!

 

이거 찍고 팀장님이랑 한 판 붙었습니다. 현피 말고요…

역시 게이밍 의자에서는 게임을 해줘야겠죠? 사무실이지만 의자 리뷰를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종종 즐기는 KOF98을 약 3시간 정도 해봤는데, 몸이 편안해지니 게임에 집중이 딱 되면서 승률 30%에 불과했던 전적이 무려 80%로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보니 레드와 블랙 색상의 조화가 마치 제 자리를 PC방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 리뷰 때문에 그런 거라니까 자꾸 왜 그러세요…

게이밍 의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능, 바로 180도 틸트죠. 누워서 잠시 눈을 붙일 때나 휴식할 때 매우 편했습니다. 잠깐 누워본다는 게 어느새 1시간이나 훌쩍 지나있었네요. 하지만 리뷰를 위해 체험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의자에 누워 눈을 감으니 마치 헤어샵 직원이 “물 온도는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네 무릉도원이네요…

 

장시간 앉아서 일해도 너무 편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아니 정확히는 집에 의자를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세도 딱히 흐트러지지 않는 느낌이었고, 몸이 안정되니 집중력도 더 높아지며, 글이 술술 써집니다. 의자를 바꾸니 타자가 800타를 넘어가고 컴퓨터 속도도 빨라지네요! 다만 가죽 재질 특성상 통풍이 안 되니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따끈합니다. 한여름엔 더 그러겠죠. 그래도 저희 사무실은 에어컨 하나는 빵빵해서 걱정 없어요. 좋은 회사!

 

사직서 넣어 둬, 넣어 둬.

제닉스 아레나 엑스 제로 게이밍 의자는 저의 회사 생활을 연장시켜 준 은인입니다. 아, 은인이 아니고 원수인 건가? 하루의 반 이상을 앉아있는 저에게 안락한 둥지가 되어줬죠. 역시 ‘의자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맞네요. 그건 다른 의자 같은데… 어쨌든, 튼튼한 의자가 자세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몸이 편안해지고, 정신이 또렷해지고, 집중력이 올라가고, 게임…아니 업무 능률이 상승하니, 매출이 올라가고, 대표님이 좋아하고, 연봉이 올라가고, 삶이 행복해질 것만 같은(?) 결과가 머리 속에 그려집니다!

커다란 포스를 내뿜으며 몸을 흡수하는 것 같은 편안함까지 겸비한 ‘회장님 의자’와 비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에 그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의자라고 생각됩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면, 그리고 편안하고 듬직한 느낌을 함께 주는 의자를 찾는다면 추천하고픈 제품입니다. 만약 업무용이라면 디자인이 캐주얼한 느낌이란 게 걸릴 수 있는데, 블랙/화이트 조합 같이 튀지 않는 색상을 고른다면 충분히 괜찮을 것 같습니다.

 

FOR YOU

책상 앞에서 집중력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NOT FOR YOU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장비 탓이 아닌 것 같다면…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