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진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플랫폼. 우리나라, 그리고 해외 크라우드 펀딩 소식을 전달하면서 일종의 ‘촉’이란 게 생겼다. ‘이 제품은 성공한다’ 같은 촉이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해외별로 어떤 제품이 주로 올라오는지, 제품의 경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촉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오늘 소개할 무중력 공기청정기(일본내 명칭은 반인력反引力이나, 영문 해석이 Anti-Gravity인 점을 고려해 한국어에 맞는 무중력을 채택했다. 이하 무중력으로 표기)는 제품 컨셉을 듣자 마자 일본 크라우드 펀딩에 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일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마쿠아케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제품이라고 한다. 서비스보단 제품에 초점을,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제품. 그야말로 일본 시장에 잘 어울릴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무중력

마쿠아케에서 성공을 견인한 핵심 키워드는 무중력이다. 무중력, 혹은 공중 부양이 신선함의 척도였던 때가 있다. 무중력 의자… 아차차, 이건 아니고. 공중부양 화분이나 공중부양 램프, 공중부양 조명까지 참으로 많은 제품이 공중에 뭔가를 띄웠고, 우리 곁을 지나갔다. 이젠 좀 식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알던 상식을 뒤트는 모습은 늘 눈길을 주게 한다.

무중력 공기 청정기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제품을 선뜻 책상 위로 올린건 무중력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독특한 모양새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됐으니 무중력이라는 키워드가 가진 힘을 슬쩍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무중력 공기 청정기를 꺼내면 본체, 유리 돔 두 개, 그리고 기둥과 전원 플러그가 있다. 일본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라 전원 코드는 110V나, 다행히 프리볼트 지원 제품으로 변압기가 필요하진 않다. 돼지코를 연결해도 좋고, 같은 규격의 DC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도 좋다. 이번엔 가지고 있던 카카오미니의 전원 어댑터를 이용했다.

무중력 공기청정기가 할 수 있는 것 : 시계

전원을 연결하면 전원을 켜지 않아도 시계가 활성화된다. 전면에 있는 LED창에서 디지털 시계가 표시된다. 표시 방식은 24시간 방식. 아주 단순한 구조의 시계로 따로 배터리가 있어 전원이 빠져도 시간을 유지하거나 하진 않는다. 전원을 연결하면 시간이 가고, 연결하지 않으면 멈춘다.

조작하는 방식도 정말 단순한데, 사용설명서가 별도로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시계 밑에 작은 구멍이 두 개 있는데, 한쪽은 시간, 한쪽은 분을 지정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클립 같은 걸로 버튼을 꾹꾹 눌러 시간을 설정하면 된다.

한 가지 팁 아닌 팁을 달자면, 공기청정기가 동작한 후에 시계를 설정하려고 하면 애를 먹게 된다. 미리 설정하자.

무중력 공기청정기가 할 수 있는 것 : 공기청정기

그럼 진짜 무중력 공기청정기를 작동해보자. 작동하는 방법이 어렵진 않다. 작은 금속 클립이 달린 쪽의 유리돔을 상단에 고정한다. 자석이 있어 고정이 어렵진 않다. 그리고 하단의 뚜껑을 열어 적당한 양의 물을 붓고, 뚜껑을 덮는다. 하단 유리돔을 마저 덮고 하나 남은 기둥을 연결한다. 이제 스위치를 켜면 짜르르한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거꾸로 올라간다.

그런데 도대체 이걸로 어떻게 공기를 깨끗하게 하겠다는 걸까? 이는 바닥 부분에 있는 뾰족한 부분에 비밀이 있다. 이 부분은 이온을 생성하는 이오나이저(Ionizer)다. 무중력 공기청정기는 이오나이저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공기 중의 분자를 전기 분해 방식으로 쪼갠다. 이렇게 생긴 이온은 클러스터를 형성한 후, 균과 곰팡이에 붙어 이를 죽이는 원리다.

이쯤하면 외려 걱정이 들 수도 있다. 오존 때문이다. 특히 국내 공기청정기에서 이온화 기능이 거의 퇴출되다시피한 지금, 초당 1백만개/㎤의 음이온을 내면서 PM2.5 미세먼지까지 잡아낸다는 이 공기청정기를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삼자기관의 증명서를 들이밀고 있으니 ‘그냥 그렇구나….’할 수밖에. 하지만 이론적으로 이오나이저로 미세먼지를 잡을 순 없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업체의 추가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무중력 공기청정기가 할 수 있는 것 : 오브제

무중력 공기청정기의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이게 아닐까? 아름다움. 음이온 배출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공기청정에 관해선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저 예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이것 하나만큼은 만족스러웠다. 물방울이 올라가는 모습은 예뻤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중력 공기 청정기는 물방울을 공중으로 보낼까? 여기 숨겨진 비밀은 착시. 펀딩 페이지에는 이 비밀이 나와 있지 않지만, 비밀을 좀 캐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위에서 아래로 물을 떨어뜨린다. 이 때 약간의 진동을 줘 고유한 주파수에 맞게 물이 떨리도록 한다.

그리고 상단에 있는 LED가 이 주파수에 맞춰 빠르게 점멸한다. 그 과정에서 불이 들어올 때의 흔적이 착시를 일으킨다. 마치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가 거꾸로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원리와 같다. 카메라를 이용해 프레임 수를 바꿔 영상을 찍어보면 확연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미세하게 깜빡이지만, 눈은 이를 잡아내므로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쉬이 피로해지는 점도 단점.

아름다움이란?

여기까지 기능을 살펴봤다면 이 공기청정기가 어쩌면 가격만큼의 가치를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 이 제품을 기능적으로 접근하면 결국 신기한 장식물을 비싸게 주고 산 셈이 된다. 다만, 무중력 공기청정기의 입장을 들어 변을 하자면, 무중력 공기청정기는 아이디어의 힘으로 제품화에 성공한 크라우드 펀딩 제품이라는 점을 꼽고 싶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의 힘이라는 것.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나는 단호히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니라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이노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할을 잠시 내려놓은 나 개인으로선 착시인 걸 알지만, 물이 방울방울 올라가는 예쁜 오브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끔은 아름다움 자체가 제품의 존재 이유인 것들이 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공기청정기의 본질에선 거리가 있는 듯하지만 말이다.

총점
박병호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