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Dyson)은 12일,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조명. 다이슨이 여태까지 선보인 제품의 카테고리는 다양했으나, 그 본질에 모터가 있던 걸 고려하면 제법 신선한 카테고리다. 새롭게 출시한 조명은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테스크(Dyson Lightcycle™ Task) 조명’으로 조명 발명가인 제이크 다이슨(Jake Dyson)이 다이슨에 입사해 협업한 최초의 제품이라고 한다. 이 낯선 제품의 특징을 살펴보자.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사뭇 전위적으로 생긴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제품을 살펴보자. 본체는 세로축인 기본 뼈대와 가로축, 한쪽 끝에 LED가 있는 형태로, 접점엔 ‘3축 글라이드(3 Axis Glide)™ 모션 기술을 적용해 힘을 들이지 않고 위치를 360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마모되는 회전 점이 없어 언제나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 게 장점. 하단에는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USB 타입 C 단자가 있다.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의 가로축은 분리해 거꾸로 끼울 수도 있다. 혹은 다른 라이트사이클 테스크의 가로축을 분리해 세로축 하나에 두 개 이상의 가로축을 설치할 수도 있다. 뼈대만 앙상한 느낌의 본체는 제도를 위한 도구 혹은 과학 용품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로, 여태까지 볼 수 없던 전위적인 디자인을 염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해 다이슨 라이팅 및 프로페셔널 선임 디자이너인 사이먼 크로스(Simon Cross)는 ‘다이슨의 디자인 철학은 기술과 기능이 우선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며, ‘디자인 취향은 굉장히 주관적인 응답이라 다이슨은 어떤 디자인을 고려해 제품을 제작하기보다는 기술과 기능을 우선한 철학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슨이 라이트사이클 테스크에서 구현한 기능은 ‘언제 어디든지, 자연광과 유사한 빛을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는 문장으로 함축할 수 있겠다. 아래를 바라보는 LED 광원을 작업 공간에 고루 분사하기 위해선 수직, 수평, 회전축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디자인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LED 광원 부분은 칠각형 반사경으로 덮였다. LED가 6개 탑재돼 칠각형으로 구성한 반사경은 빛이 분사되는 부분을 빼면 완전히 가려 맨눈에 빛이 직접 노출되는 일을 막았다. 광원 옆에는 조도 센서와 자동 버튼이, 뒷면에는 전원 버튼과 색온도,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슬라이드를 담았다.
자연광에 근접한 라이팅
빛은 인류 문화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고 했던가. 인체의 호르몬 분비, 수명, 눈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빛. 그러나 인공조명 기술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게 다이슨의 설명이다.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둡고, 깜빡이고, 색이 틀어진 기존의 인공 광원에서 벗어나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은 시간, 장소에 따라 자연광과 가장 흡사한 색온도, 밝기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를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건 다이슨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각지에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이슨은 지역, 시간별 광량, 색온도를 취합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에는 이를 연산할 수 있는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포함되며, 다이슨 링크(Dyson Link) 앱을 통해 최초로 기기를 등록할 때, 위치를 등록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알맞은 값을 적용한다. 단, 이 알고리즘은 미리 완성한 데이터에 따르며, 실시간으로 반영하거나 자체적인 학습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6개의 LED는 색온도에 따라 3개씩 나뉘어 광량을 폭넓게 적용한다. 2700~6500K 색온도를 최대 1,000nit까지 구현한다. 자동 기능으로만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이슨 링크에는 미리 밝기와 색 온도를 설정한 프리셋을 20개까지 저장할 수 있고, 여기엔 최대한 정밀하게 색을 보기 위한 정밀한 작업(Precision) 모드가 포함됐다. 앱뿐만 아니라 기기에 있는 조작계를 통해 수동으로 색온도와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다이슨 링크를 이용하면 몇 가지 편의 기능을 만날 수 있다. 설정한 기상 시간에 맞춰 켜진 후 점차 밝기를 키우는 기상 모드, 실수로 켜지는 일을 막고, 켜지더라도 따뜻한 색감의 조명을 가장 어둡게 설정하는 슬립 모드, 정해진 시각마다 켜지고 꺼지길 반복하는 외출 모드가 그것이다.
안정적인 품질 유지
차세대 광원인 LED는 형광등, 백열등보다 월등한 수명을 자랑하나 마찬가지로 열에 취약해 수명에 한계가 있다. 다이슨은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에 LED를 탑재하면서 구리 히트파이프를 탑재해 열 배출 구조를 만들었다. 히트파이프에는 극소량의 물이 있는데, LED 온도가 오르면 물이 기화해 온도를 식히고 모세관 현상 때문에 다시 물로 응결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연속 냉각 사이클을 이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별도의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이러한 기술은 인공위성에도 적용되는 기술로, 다이슨 자체 실험 결과 18만 시간 가까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 8시간을 쓰는 걸 기준으로 하면 약 60년 동안 안정적으로 조명 품질이 유지되는 것이다. 조명 품질에는 밝기와 색온도 모두를 포함한다. 조명 수명 문제 때문에 기기를 폐기하거나 교체하지 않아도 돼 더 경제적이며, 기존 조명 제품보다 월등히 오랜 수명을 갖출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라이프스타일의 질적인 개선을 위해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의 가격은 책상 위에 올려놓는 데스크형이 66만원, 바닥에 놓고 쓰는 플로어형이 96만원이다. 가정용 스탠드로 쓰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상업적 목표를 두고 있지 않으며, 그저 일상의 문제점을 진보된 기술로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그 결과물이 출시되는 것’이라고 제품 출시 배경을 밝힌 다이슨에게 어쩌면 당연한 정책일지도 모르겠다.
다이슨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품군을 출시하는 만큼, 어떤 소비자가 반응할 것인지 반응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특정한 연령이나 성별을 타겟으로 하기보다는 눈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소구할 만한 제품이란다.
가격 허들이 높아 소비자가 쉽게 반응하진 않겠지만, ‘기술’을 핵심으로 한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는 다이슨의 설명이 설득력이 높은 건 사실이다. 당장 100만원이 넘는 무선 청소기, 45만원짜리 헤어 드라이어가 출시 초기엔 누가 사겠냐고 따져 물었으나, 시장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거둬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라이트사이클 테스크가 모든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라고 할 순 없겠으나, 라이프스타일의 질적인 개선을 꾀한다면 권해봄 직한 제품이기도 하다.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테스크는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이제 다이슨의 희망처럼 어떤 소비자가 반응할지 지켜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