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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인터넷은 애플의 자동차 소식으로 뜨거웠다. “애플이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며 신원 미상의 인물이 밝힌 내용이 미국으로부터 퍼져 나왔다. 이 소식은 곧 전세계를 휩쓸었다. 우리나라 매체들도 같은 소식을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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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는 얼마 전에 등장한 의문의 미니밴으로부터 시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콩코드 시에 괴상한 미니밴 한 대가 나타났다. 지붕에 카메라와 센서 같은 걸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이 차가 애플 소유 리스차라는 게 밝혀졌다. 일부는 지도 업데이트를 위한 차라고 추측했다. 애플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라는 얘기도 돌았다.  덩달아 애플의 자동차 제작설이 다시금 등장했다.

애플의 자동차 개발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와의 소송으로 인해 애플이 자동차 개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애플 이사회 임원으로 재직했던 미키 드렉슬러는 같은 해,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설계한 멋지고 혁신적인 자동차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날을 고대하며 생전에  자동차 개발을 꿈꿨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이 자동차를 정말 개발 중인 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아무 말 없고, 루머는 애플 내부 관계자의 발언도 아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유력 매체는 “타이탄 팀 규모가 1천 명 가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며 힘을 싣는 분위기다. 때문에 어디까지가 사실일지 가늠이 안 된다. 어쨌든 우리는 나오면 좋고, 안 나오면 마는 거다. 하지만 상상은 하게 된다. 애플의 비밀병기 타이탄이 정말 거대한 파격을 몰고 나타날 지. 그래서 생각해봤다.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면 어떤 부분에서 유리할 지.

 

아마 전기차로 만들 것이다.

소식에 따르면, 애플은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전기차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도 그렇고, 신생 업체인 테슬라 모터스도 그렇고, 구글도 자신들의 자율주행차를 전기차로 만들고 있다. 왜 다들 전기차를 만드는 걸까?

BMW의 전기차 i3
BMW의 전기차 i3

그동안 내연기관, 즉 엔진은 자동차 업계를 지켜주는 벽 같았다. 엔진은 만들기가 어렵다. 튼튼하고 성능 좋으며, 오랫동안 건강하게 버티고, 원가는 저렴할수록 좋다. 때문에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야 쓸만한 엔진 하나가 겨우 나온다. 따라서 신생업체에게 엔진 개발은 큰 부담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의 엔진을 사다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개성이 없어진다. 엔진은 자동차와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때론 외모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성 포인트다.

그런데 전기차가 나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모터는 구조부터가 훨씬 단순하다. 내연기관에 비해 컨트롤하기도 쉽고, 효율도 좋다. 그리고 이미 많은 제품이 나와 있다. 개발할 수 있는 업체도 내연기관에 비하면 훨씬 많다. 신생업체들에겐 큰 숙제를 덜어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분야다. 물론 주행거리와 충전 문제에 대한 이슈는 있다. 그건 모든 전기차 제작사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신생업체에게 유독 불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율주행차일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는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자동차 회사와 IT 회사 모두 자율주행차, 또는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아우디나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회사들은 이미 여러 방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구글은 2020년 이전에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공공도로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

이처럼 각 회사들은 자사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 한 회사는 없다. 상용화 시점을 가장 이르게 잡은 구글 기준으로 아직 5년이나 남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2026년으로 예측했다. 대략 5~10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것이다. 애플과 같은 IT 기업에겐 넉넉한 시간이다. IT 회사들의 개발 속도는 무척 빠르다. 게다가 이제서야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애플은 예전부터 자동차 관련 인력을 모으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술 개발 만으로 자동차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자동차와 완벽하게 연동해야 한다. 기술적 빈틈이나 판단 오류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센서와 텔레매틱스 등을 연동하는 것 역시 IT회사들의 주특기다. 자동차 회사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위기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이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면 더 안전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얘기가 점점 더 많이, 자주 나오면서 안전(Safety)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안전 문제는 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고 회피나 방어 같은 능동적 안전 대한 것은 시스템 완성도를 통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이후, 탑승객의 상해를 최소화 하는 것은 더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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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터스의 전기차 모델 S(Model S)는 미국 신차 안전도 테스트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이건 IT 기업이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에게도 오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애플에게도 분명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못할 것도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다. 여유 공간이 넉넉하다는 얘기다. 차체를 강화하거나, 충격 완화 구조를 설계하는 부분에 있어서 자유도가 높다.

이미 테슬라 모터스라는 전례도 있다. 테슬라 모터스가 만든 첫 전기차 모델 S(Model S)는 미국 NHTSA(고속도로교통안전국)가 실시한 차량 안전도 테스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당시 NHTSA가 시험한 승용차와 SUV, 미니밴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였다. 신생업체도 최정상급 안전도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테슬라 모터스를 통해서 증명됐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완벽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해 사고 자체를 안 내는 것이다.

 

애플워치, 아이폰, 아이패드 등과 연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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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여러 가지 기기가 준비돼 있다. 가령 애플워치를 스마트 키 대신 사용하면 된다. 문을 열고 닫거나 시동을 걸 수 있으며, 주행거리나 배터리 잔량을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또, iOS 8.3 버전부터 카플레이(CarPlay, 애플의 자동차용 플랫폼)와의 무선 연결 기능이 탑재돼 있는 사실을 주목하자(참고 링크 : iOS 8.3부터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 가능). 오너는 아이폰을 가지고 타는 것만으로 차와 완벽한 동기화 할 수 있다. 맥용 운영체제인 OS X 요세미티를 통해 선보인 핸드오프 기능처럼 말이다. 또, 기름값은 애플페이를 사용하면 된다. 엄지손가락만 대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는 필요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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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를 내비게이션 대신 사용할 수도 있을 거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독(Dock)에 아이패드를 척 꼽아서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패드에 있는 앱들도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내 아이패드만 가지고 있으면 친구가 산 애플의 자동차, 렌트카 회사에서 빌린 애플의 자동차를 내차처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거다. 애플 팬들이라면 솔깃할 만한 메리트들이다.

애플이 차를 진짜 만들고 있다면, 이런 것쯤은 당연히 고려하고 있을 거다. 아니, 이런 연동성을 구축하고 있는 게 결국 차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딱 들어 맞는다.

 

애플 스토어에서 판다.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애플 스토어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애플 스토어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힘든 게 바로 판매망 구축이다. 딜러를 모아야 하고, 선별해야 하고, 그들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하며, 서비스 센터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440여 개의 애플 스토어가 전 세계에 쫙 깔려 있기 때문이다. 판매망을 어느 정도 확보해 둔 것이나 다름 없다. 구글이 차를 판다면 모든 걸 새로 구축해야 할 거다. 인터넷을 통해 팔 지도 모르겠지만.

또, 자동차 회사들은 대리점에서 자동차만 판다. 그런데 애플은 자동차도 팔 수 있고, 아이폰도 팔 수 있고, 아이워치나 아이패드도 팔 수 있다. 따라서 매장 수 늘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울 거다. 애플 자동차를 사려고 온 사람이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함께 지를 수도 있다. 반대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거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다. 어쨌든 애플에게는 제품 판매의 기회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자동차까지 한 달 이내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화끈하게 반품해 준다면 더 없이 좋을 거다.

 

현대차를 꿀꺽 할 수 있는 현금 보유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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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를 개발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수천 억이 들었다는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개발비의 대부분은 직원들이 일한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 것이다. 돈에 있어서라면 애플은 아주 여유롭다. 현재 유동화 증권을 포함한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1780억 달러, 한국돈 약 192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를 꿀꺽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35조 원이다. 물론 애플이 자동차 회사를 살 확률은 희박하지만, 그 어느 회사보다 넉넉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돈이 많으면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루머에 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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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든 게 루머에 그칠 수도 있다. 애플 TV를 떠올려 보자. 처음 애플이 TV를 만든다고 할 때 모두가 깔끔하고 아름다운 TV를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한 TV용 플랫폼에 불과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자동차를 개발한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동차용 플랫폼에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애플이 자동차용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애플 카플레이를 자사 차에 적용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BMW 그룹이나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랜드로버,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기아차 등도 카플레이를 적용하고 있다. 미리 써본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사고 싶은 차에 카플레이가 적용될 때까지 구입을 미룰 가치가 있다”고 할 정도다.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높다. 카플레이가 적용된 신차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으며, 애플이 만든 자동차는 어떨 지에 대해서도 사뭇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밝지 않은 전망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포츈에 따르면, 애플 분석가로 유명한 파이퍼 재프레이의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애플이 TV와 자동차를 모두 개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5년 이내에는 자동차보다 TV에 힘 쏟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주장했다. “자동차보다 TV의 수익성이 높고,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한데 묶기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참고 링크 : 포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