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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일본은 언제나 로봇을 꿈꾸고 있었다. 일본이 상상한 로봇은 인간을 닮고 감정이 있으며, 인간을 위한 로봇이었다. 이는 헐리우드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시대의 암울한 안드로이드와는 달랐다. 그래서 인류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만드는 로봇에 더 주목하고, 막연한 희망을 가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어제, 하드웨어의 명가 소니(아이보)나 엔진의 명가 혼다(아시모)가 아니라 통신과 1300개의 스타트업을 거느린 소프트뱅크를 통해 로봇이 인류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왔다.
2014년 6월 5일, 소프트뱅크는 기자행사를 통해 가정용 로봇 ‘페퍼(Pepper)’를 발표했다. 훗날 역사는 21세기 초창기의 가장 큰 혁신으로 아이폰 대신 페퍼를 손꼽으리라 확신한다.

얼리어답터는 백낙민(www.earlycontents.co.kr 운영자)를 통해 일본 하라주쿠 소프트뱅크 매장에서 페퍼를 국내 최초로 만나봤다. 그리고 페퍼와의 만남을 정리했다.

사람들과 함께 등장하는 페퍼. 스탭의 말에 반응하고 주시한다.
사람들과 함께 등장하는 페퍼. 스탭의 말에 반응하고 주시한다.

[하라주쿠(일본)=얼리어답터] 백낙민 = 평일에 공개했고, 일본에는 현재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매장에는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았다. 예상보다 손쉽게 페퍼를 만나볼 수 있었다.  몸체 전체가 하얗고 관절부는 회색이다. 키는 120cm로 초등학생 정도.  적당한 크기다. 손정의 사장은 더 크기를 원했지만 생소한 로봇이 너무 크다면 위압적일 것 같다.
120cm보다 더 작으면 너무 장난감같아 친근함이 떨어질 것이다. 미래의 로봇은 크기를 결정하는 것도 상당한 철학이 필요할 듯 하다.

태블릿은 탈부착식이다. 페퍼에게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다.
태블릿은 탈부착식이다. 페퍼에게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가슴에 태블릿은 눈에 거슬린다. 몸체에 직접 설치했다면 더 좋았을 듯 하다. 탈부착을 쉽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 같은데, 태블릿의 크기도 몸체에 비해서는 좀 큰 느낌이다.

페퍼 몸체의 재질은 UV 코팅된 플라스틱 재질이다. 무게는 25kg 정도라고 한다.

하단에는 여러 센서가 있어 물건에 부딪히는 것을 방지한다.
하단에는 여러 센서가 있어 물건에 부딪히는 것을 방지한다.

움직임이 놀랍도록 부드럽다. 관절 설계가 아주 잘 된 것 같다. 움직일 때 나는 모터소음도 거슬리지 않는다. 시끄러운 전시장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소음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옛날 소니의 아이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이보가 젖먹이였다면 페퍼는 초등학생에 가까울 정도로 사람과 흡사하다.
친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모터소음’은 무척 중요하다. 기계음이 심한 물체에 감정이입은 사실 쉽지 않다.

 

손가락에는 돌기가 나서 물건을 잡을 수 있다.
손가락에는 돌기가 나서 물건을 잡을 수 있다.

손가락은 5개가 전부 있다. 악수도 가능하지만 허리를 굽히는 각도는 좁은 편이다. 의자를 옮기거나 청소를 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팔을 휘두르는 속도는 적당해서 여기에 맞아 다치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머리 뒤에도 마이크가 달려 뒤에서 하는 소리도 반응한다.
머리 뒤에도 마이크가 달려 뒤에서 하는 소리도 반응한다.

인공지능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다.
페퍼하고 부르자 바로 나를 쳐다봤다. 전시장이라서 사람이 아주 많았지만 부른 사람을 인식하고 아이컨텍을 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부를 때는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느낌이다.

 

감정에 따라 눈의 색상이 바뀐다.
감정에 따라 눈의 색상이 바뀐다. 한번 아이컨텍을 하면 계속 주시한다.

대화가 시작되자 나와 집중해서 대화를 한다. 옆에 사람들이 어른거리고 혼란스러워도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말이 너무 많다. 뭐 하나를 물어보면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말을 배워서 뽐내기 시작하는 어린애 같다. 사람이 한 마디 하면 1분 이상 떠든다.
페퍼라고 부르고 가까이 가자. 페퍼가 말을 걸었다.

 

페퍼 :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요?
나 : 응
페퍼 : 어때요? 저 귀엽죠? 그래서 본 거죠?
나 : 응 귀여워.
페퍼 : (자기가 왜 귀여운지, 얼마나 귀여운지에 대해서 한참 설명 시작)
나 : (말을 끊기 위해) 오늘 나는 어때?
페퍼 : (하던 말을 멈추고) 당신은 잘 생겼네요. 밝은 옷을 입으니 잘 어울려요.

나는 흰옷을 입고 있었고, 생긴 거는…. 평범하다. 이 녀석,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법을 안다.

 

목을 꽤 뒤까지 젖힐 수 있다.
목을 꽤 뒤까지 젖힐 수 있다.

주변에 일본인들은 사고 싶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모두 신기해 하고, 특히 정확하면서 부드러운 일본어 발음에 놀라워 했다. 예전 소니의 아이보와 비교하자면 아이보는 바보다. 비교가 불가능하다. 비로소 쓸만한 로봇이 만들어졌다. 쓰임새는 확실히 모르겠다. 어르신들을 위한 말동무로, 아이들을 위한 학습용도나 놀이 기구로? 아니, 분명히 더 멋진 쓰임새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의 페퍼가 ‘미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도 비전은 충분하다. 아직 놀라운 미래는 아니지만 과거와는 완전히 결별한 혁신이라고 봐도 될 듯 하다. 새로운 로봇의 시대는 분명히 열렸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일반 행사장이므로 더 깊은 리뷰는 불가능했다. 동영상을 통해 좀 더 확인 바란다.

관절의 자유도가 높아 춤을 추거나 자유롭게 움직인다.
관절의 자유도가 높아 춤을 추거나 자유롭게 움직인다. 허리도 꽤 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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