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느낌 위주로 풀어낸 미니 5도어 쿠퍼 SD 시승기 2편 입니다.

1편은 미니 5도어 쿠퍼 SD 시승기 1편 –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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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를 먹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잡아서 바로 먹는 활어회와, 회를 뜬 뒤 조금 숙성기간을 거친 후 먹는 선어회(숙성회)다. 활어회의 특징은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다. 반면 잘 숙성시킨 선어회는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이 특징이다.

시승기라면서 웬 뜬금없는 회 타령이냐고? 이번에 시승한 미니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2세대 플랫폼으로 만든 미니가 활어회처럼 날 것 같다면, 3세대 플랫폼으로 만든 미니는 부드럽게 숙성된 선어회에 가깝다. 이전보다 부드러우면서 촥촥 감기는 맛이 매력적이다. 완벽한 숙성이 이뤄져 최고의 맛을 내기까지 개선이 조금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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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가 시승한 모델은 미니 5도어 쿠퍼 SD다. 3세대 플랫폼으로 만든 고성능 디젤 버전 미니 5도어다. 2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의 최고 출력은 170마력. 배기량은 이전 세대 쿠퍼 SD 모델들과 같지만, 최고출력이 27마력 높아졌다. 토크도 최대 36.7kg.m로 이전보다 5.6kg.m 강해졌다. 이 엔진은 현재 미니 5도어와 3도어 쿠퍼 SD 모델에 들어간다.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제는 SD라는 고성능 디젤 이름표에 걸맞다. 파워에 여유가 생겼다. 바퀴가 도로를 잡아채는 동작에서 강한 힘이 느껴지고, 가속감도 시원하다. 호쾌한 기분으로 달릴 수 있다.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제원상 7.3초다. 비슷한 기록을 가진 차로 7세대 폭스바겐 골프 GTD가 있다. 7세대 골프 GTD의 0→100km/h 가속시간은 7.5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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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디젤 모델들보다 변속기도 훨씬 깔끔하다. 반응이 빠르고 정확히 맞물려 들어간다. 미니답다. 전반적인 파워트레인 완성도가 높아졌다. 얼마 전 뉴 미니 컨트리맨 SD 올포를 시승하면서 했던 불평들이 3세대부터는 싹 사라졌다. 챙겨주고 달래줘고 맞춰줘야 안 싸우게 되는 여자친구와, 자립심 강하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챙겨 싸울 일 없는 여자친구의 차이랄까? 어느 걸 선호하는 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다. 완벽하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자주 싸운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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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감은 이전에 시승한 3세대 미니 3도어와 비슷하다. 2세대에 비해 한 차례 편해진 차(3세대 미니 3도어)가 조금 더 편해졌다(미니 5도어)고 보면 된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길어지면서 빠릿한 느낌이 살짝 줄고, 안정감이 살짝 늘었다. 미니 5도어와 함께 고민할 만한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해 보면, 승차감이 조금 더 단단하지만 운전도 조금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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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던 잡음 같은 진동과 충격이 줄었다. 그러면서 핸들링 반응은 여전히 빠르다. ‘고-카트 필링’이라 부르는 미니 고유의 주행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티가 난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익숙한 사람들은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피드백이 줄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미 숙성된 회에서 갓 잡아 쳐낸 쫄깃한 활어회의 맛을 기대할 순 없는 법이다. 애초에 다른 형질을 가진만큼, 2세대와 3세대 미니의 주행감는 확실히 다른 것을 인정하고 납득하는 수 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이번 3세대 플랫폼으로 만든 미니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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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다소 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차가 회전할 때마다 뒷바퀴가 삐끗하는 느낌이다. 오버스티어가 약하게 나는 것처럼 바깥쪽으로 살짝 수평 이동한다. 좌회전이나 우회전 할 때, 고속화도로 IC를 돌아 내려올 때, 굽이길을 주파할 때 등 방향을 바꾸는 모든 상황에서 나타났다. 일단 한 번 움직이고 나면 굳건하게 버틴다. 따라서 잠시 잠깐의 삐끗하는 움직임만 잘 넘기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느낌이 매 코너마다 반복되니 불쾌하게 다가왔다. 나중엔 아예 포기하게 됐다. 적응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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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용 타이어가 의심됐다. 타이어가 문제라기 보다는, 타이어로 인해 3세대 미니 플랫폼의 약점이 드러난 것 같다. 겨울용 타이어는 추운 날, 회전 방향(가속하거나 감속할 때)으로 발생하는 ‘종방향 그립’은 강하다. 하지만 좌우로 힘을 받는 상황에서 땅을 붙잡는 ‘횡방향 그립’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부분에서 문제의 움직임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종, 횡방향 그립이 모두 좋은 스포츠 타이어를 끼워 놓았을 땐 가려져 있던 부분이랄까?

미니 5도어의 경우 차체의 하중이 바깥쪽 바퀴로 이동하기 직전, 즉 접지력이 충분히 발생하는 시점 이전에 불안정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앞과 뒤 서스펜션의 하중 이속 속도에 시간 차가 도드라지고, 그 움직임도 다소 불규칙하다. 그래서 안정되기 전까지 불안정한 모습이 나타나지만, 일단 한 번 삐끗하는 상황을 넘겨 하중이 제대로 이동하고 나면, 접지력이 충분히 살아나면 안정적으로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 감안해서 운전할 순 있지만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다. 완벽한 맛을 내기까지 숙성 시간과 정도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 같다. 3세대 미니 플랫폼으로 만든 첫 차들이니 아직은 이해할 만하다. 동시에 제대로 숙성된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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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5도어의 경쟁 모델은 폭스바겐 골프라고 생각한다. 가격만 고려한 것은 아니다. 미니 3도어는 공간도 좁지만, 결정적으로 뒷좌석 활용이 힘들다. 5도어의 공간도 넉넉하긴커녕 여전히 좁다. 하지만 문짝 2개가 더해지면서 뒷좌석 활용도가 높아졌다. 또, 골프보다 훨씬 개성 넘치는 외모에 운전까지 즐겁다. 비록 골프보다 덜 실용적이고 비 이성적이지만, 타는 내내 훨씬 유쾌하고 즐겁다. 골프의 평범함이 아쉬운 사람에게 대안이 생긴 거랄까.

두 차는 가격도 비교 가능한 수준이다. 디젤 엔진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미니 5도어 쿠퍼 D가 3340만 원, 가장 비싼 쿠퍼 SD가 4490만 원이다. 마찬가지로 디젤 엔진 기준 가장 저렴한 골프 1.6 TDI가 3110만 원이고, 가장 비싸면서 고성능 버전인 GTD가 4330만 원이다. 선택은 ‘이성이냐, 감성이냐’에 따라 갈릴 거다.

 

참고 링크 : 미니 코리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