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시장이 불황이라는 가운데, 무럭무럭 신제품을 내놓는 브랜드가 있다. 다양한 제품군으로 매번 혼돈을 주는 브랜드, 에이수스(ASUS)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제품은 ASUS의 젠북(ZenBook). ‘세계에서 가장 작은 노트북’이라는 아리송한 이름과 함께 선보인 뉴 젠북 13, 14를 만나봤다.

가장 작은 노트북

가장 작은 노트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제품의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가장 작은 노트북이라는 이야기는 각각 13인치, 14인치 모델에 한정된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베젤을 극단적으로 깎아내고 전체적인 크기를 줄여 13인치 젠북(UX333)은 303x189x16.9mm, 14인치 젠북(UX433)은 319x199x15.9mm로 A4용지와 비슷하거나 좀 더 작은 수준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13인치 젠북은 12인치 바디에 13인치를 욱여넣었고, 14인치 젠북은 13인치 바디에 14인치를 욱여넣었다.

직장인의 업무 생산성을 강조했던 기조는 같으나 휴대성에 무게를 더 뒀던 예전과 달리 이번 젠북 13, 14는 성능에 무게를 뒀다. 그래서 무게는 소폭 늘어났으나 대신 성능과 확장성을 얻었다.

젠북 13, 14는 모두 1kg 정도의 가벼운 무게를 갖췄다. 직접 들어본 젠북은 좀 묵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기기가 무겁다기보다는 작은 크기라 으레 많이 가벼울 것이라 생각한 착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다른 기기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가벼운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두 젠북이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작은 노트북’이라고 자랑할 수 있던 건 울트라 슬림 베젤을 채택한 나노 프레임 디자인 덕분이다.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사면의 베젤이 3mm 정도에 불과하며, 특히 상단은 얼굴 인식 적외선 IR 카메라를 넣었음에도 베젤이 6mm에 불과하다. 스크린 대 바디 비율은 무려 95%.

업무 생산성을 위한 성능

근래에 출시한 노트북의 성능은 CPU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에이수스 젠북 13, 14도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인 위스키 레이크(Whisky Lake)를 탑재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에이수스는 전 세대인 7세대 제품보다 처리 속도가 30% 가까이 빨라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M.2 SSD보다 최대 5배 더 빠른 PCIe SSD를 채택해 최대 읽기 속도가 3.2GB/s에 이른다고 한다. 찾아보기 어려웠던 외장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점도 특징. 엔비디아 MX150을 탑재해 그래픽 처리 성능도 끌어올렸다. 최대 16GB LPDDR3 램까지 넣어 놓고 나면 웬만한 업무엔 지장 없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갖추게 된다. 배터리 성능이 개선된 점도 특징. 50Whr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해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젠북13, 14가 각각 14/13시간 동안 배터리를 쓸 수 있다. 하루 정도를 꼬박 써야 하는 비즈니스용 노트북으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

넉넉한 확장성도 더했다. 오랜만에 만난 젠북은 그동안 다양한 확장 단자를 채택했다. 오디오 단자, USB 타입C Gen2, USB 3.1 Gen2 타입A, USB2.0 타입A,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HDMI 단자까지. 못 보던 사이에 다양한 단자를 갖췄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근사한 기능, 넘버패드가 젠북 13, 14에 들어왔다. ASUS는 작년 젠북 15(UX580)와 함께 터치 패드 부분에 스크린을 넣은 스크린 패드를 선보였다. 이번 젠북 13, 14에는 이를 조금 축소한 넘버패드를 넣었다. 넘버패드는 쉽게 말해 터치 패드에 구역을 나눠 숫자 키패드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가상으로 구역을 나눈 게 아니라 라이팅으로 구역을 분명하게 나눠놓은 점이 특징.

넘버 패드를 활성화하면 가볍게 누를 땐 숫자를 입력하고, 손을 움직여 드래그하면 종전의 터치 패드로 활용할 수 있다. 작은 노트북에 숫자 패드가 없어 Fn키 조합을 시도하거나 아니면 일일이 키보드 2열에 있는 숫자 자판을 눌러야 하는 불편함을 대폭 줄였다.

매력적이긴 한데…

이번 젠북은 에이수스의 창사 30주년을 맞이해 내놓은 기념비적 제품이다. 다만, 이번 제품을 보면서 몇 가지 혼란이 왔던 점을 짚어둬야겠다. 첫 번째는 출시 일자. 이번 젠북 13, 14는 엄밀히 말하자면 지난 IFA2018때 존재가 확인된 제품이다. 그리고 국내에 출시하는 1월과는 꽤 오랜 텀을 뒀다. 그리고 그동안 인텔은 9세대 데스크톱 CPU를 내놓았고, 머잖아 모바일용 CPU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이 미세화된 CPU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8세대 CPU를 탑재한 수요가 얼마나 일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은 젠북의 위치. 사실 이건 젠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에이수스가 자체 브랜드를 어수선하게 벌려놓은 게 더 큰 문제다. 젠북 13, 14(UX333, UX433)이라고 했지만, 현재 출시된 젠북 시리즈와 구별하기 힘든 건 차치하더라도 젠북, 젠북 프로, 젠북 플립 등 ‘젠북’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어수선하게 늘어난 모습은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에이수스의 젠북.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그 변화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으나, 기분 좋은 낯섦이라 칭해도 될 정도다. 가격도 매력적이다. 젠북 13의 가격은 115만9천원부터, 젠북 14의 가격은 119만9천원부터다. 20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당장에라도 한 대 마련하고 싶을 정도다.

에이우스는 제품 출시를 기념해 다음 달 3일까지 제품 구매자에 한해 기본 무상 AS 보증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늘려주는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 아이시클 실버, 로열 블루 2가지는 현재 바로 주문할 수 있으며, 버건디 레드 색상은 2월 에이수스 온라인 스토어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모델이네요. 노트북이요.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