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 관한 글을 쓰고 있자니, 가심비의 시대란다. 이게 무슨 소린고 하니, 이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만 찾는 팍팍한 소비에는 질렸다는 표시란다. 이제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소비가 좋은 소비로 평가 받는다는 것. 그러니까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만족감’을 나타내는 척도다.

가심비라는 개념이 완전히 처음 나온 개념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가심비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개인의 만족감이 최우선’이었던 소비영역이 있다. 바로 명품과 같은 사치품의 영역이다. 명품이랑 같은 공장에서 나온다는 감언이설을 무시하고 오직 명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하는 나의 만족 때문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고, 남는 명품은 과감히 태워버리는 등 희소성 관리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지금 인터넷에서 ‘국민 반지’, ‘국민 웨딩링’ 등을 검색해보자. 과연 브랜드의 가치는 아직 남아 있는 게 맞나?

반지 한 쌍에 5~600만원을 오가는 고가 귀금속이니 이해는 간다. 결국, 희소성을 찾아 명품 브랜드를 찾지만, 남에게 인정받고 안전한 소비는 하고 싶은 마음이 혼재돼 낳은 이도저도 아닌 웃지못할 소비다.

이리저리 브랜드를 둘러보는 도중, 아는 사람만 안다는. 기존 쥬얼리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갖췄다는 브랜드를 찾았다. 원래 쓰던 글과는 이미 아득히 멀어졌지만, 새로운 브랜드가 궁금했다. 그래서 청담동에 있는 아크레도(acredo)를 찾았다.

아크레도(acredo)

아크레도(acredo)는 독일 커스터마이징 전문 쥬얼리 브랜드로, 본디 뛰어난 기술을 갖춘 기업이었다고 한다. 유명한 회사의 OEM을 도맡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가 자체 브랜드를 내놓았단다. 그렇다고 얼치기 브랜드가 아니라 근 100년의 역사를 갖춘 탄탄한 브랜드로 가꿨다.

아크레도가 갖춘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꼽아봄 직하다. 첫 번째는 CNC 공법. 애플이 맥북을 통 알루미늄으로 깎아내듯, 아크레도는 형태를 정밀하게 깎아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특기할 만한데, 주물을 여러 번 압착해 밀도를 높였다. 그 결과, CNC를 통해 나온 결과물의 정밀함과 완성도가 큰 차이를 낳게 됐단다.

두 번째는 멜팅 접착 기법. 서로 다른 물성의 구조를 접착하는 방법이다. 아크레도는 맞닿는 표면을 고온으로 순식간에 녹인 후, 곧바로 고압 압축을 거쳐 지저분하지 않고 마치 원래부터 하나의 금속처럼 합칠 수 있다. 용접하듯 땜이 남지도, 정밀한 CNC 공법 덕분에 두 부분의 단차가 생기지도 않는다. 이를 통해 하나의 반지에 2~3개 색상을 레이어로 쌓듯 만들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색 재현력이 특징이다. 순금에 다양한 소재를 합금한 색과 백금 등, 다양한 금속을 이용해 여러 가지 색상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웬만한 브랜드에서 내놓는 색상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상을, 겹쳐 만들 수 있기에 제품의 느낌을 무척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브랜드에서 따라올 수 없는 아크레도 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한다.

나만의 반지를 만들다

국내에 있는 아크레도 매장을 가면 브랜드 매니저와 함께 직접 나만의 반지를 디자인할 수 있다. 디자인에 재능이 없어도 괜찮다. 이미 만든 다양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원하는 장점을 살짝씩 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디자인 작업은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집에서 미리 만들고, 아크레도 매장에서 다시 수정할 수도 있다.

방문한 김에 브랜드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반지를 디자인해봤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반지 둘러보기. 마치 디자이너가 작업하기 전, 참고 자료를 찾는 일이 이러했을까? 다양한 반지를 둘러보고, 시착도 해보면서 머리속을 떠도는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 포인트가 있다면 그자리에서 바로바로 이야기하자. 브랜드 매니저가 이를 기록해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크기와 색상, 두께 등 모든 요소를 바꿀 수 있다. 보기엔 예쁜 반지가 손가락 위에선 별로일 수 있고, 그 반대의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기본 형태는 내가 직접 반지를 끼워보면서 맞춰가는 게 좋다. 색은 배합할 수도 있다. 백금과 로즈골드, 또는 아크레도에서만 볼 수 있는 녹색까지 다양한 색을 이렇게 저렇게 합쳐볼 수도 있다.

장식 요소를 고르고, 포인트를 더한다. 이 포인트의 유무로 남자 반지와 여자 반지를 나누기도 한다. 요새는 완전히 같은 반지 한 쌍을 맞추는 것보다는, ‘시밀러 룩(Similiar Look)’이라며 비슷한 형태의 반지를 맞추는 게 트렌드라고 한다. 이 편이 예비 신랑 신부의 니즈를 더 많이 충족할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엄지를 포개 하트를 만드는 게 아이디어란다.

포인트에는 반지 안쪽에 들어가는 프린팅도 포함한다. 이름, 단순한 문구에서부터 서로의 지문을 찍어 이를 레이저로 새기거나, 입술 마크를 담아내기도 한단다. 이러한 시도는 독일 본사가 아니라 한국 부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방법이며, 본사에서 역으로 가져가 이제 독일에서도 이러한 무늬를 넣는 단계가 생겼단다.

이 모든 과정은 집에서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 아크레도 홈페이지에서는 직접 디자인을 깁고 더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반지에 디자인을 수정할 수도 있으며, 이렇게 구성한 디자인은 위시리스트에 저장한 후 매장에서 다시 열어볼 수도 있다.

반지가 디자인을 보는 것과 시착했을 때 느낌이 또 다르므로, 디자인을 완성했더라도 매장에서 형태를 시착해보고 조금 수정을 더 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전문 매니저의 조언.

조합과 조합이 만나, 완전히 똑같은 반지는 찾기 어렵다.

디자인을 마친 반지는 독일로 주문이 넘어가 독일에서 직접 제작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걸리는 시간은 약 2~3개월. 전체적인 모양을 완전히 깎아내는 것이므로 수정은 어려우며, 최소한의 공임으로 제품을 일부 손봐주거나 아니면 다시 제작할 수도 있단다. 비싼 반지인 만큼, 이 과정은 오랜 시간 이어지며 덕분에 구매한 고객의 만족도도 높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만의 만족감을 찾기 위해

아크레도를 찾는 이유는 대부분이 결혼반지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약속을 뜻하기에, 결혼반지는 이 약속의 증거라는 의미가 생긴다. 그렇기에 많은 예비부부가 애를 쓰면서 반지를 찾는 거겠지. 브랜드 매니저에 따르면 디자인을 하는 과정은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어시간, 이도 모자라 수일 후 다시 찾는 일도 있단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친 후 반지를 받아보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으며, 예물을 넘어 데일리 반지로 애용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가심비에 관한 글을 준비하다 아득히 먼 곳까지 와버렸다. 쥬얼리도 ‘가심비’의 영역에 속하는 만큼, 어떤 브랜드가 최고라 하진 않겠다. 국민 웨딩링이든 나만의 커스텀 반지든 결국 내 맘에 드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 오랜 시간 고민한 예비 부부의 결과를 폄훼하고 싶진 않다.

다만, 기존의 명품 브랜드가 힘을 잃어가고 있을 때, 아크레도와 같은 완전한 개인화 반지는 가심비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알고, 개인화 전략에 관해 새롭게 공부했으니 이번 여정이 헛된 일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매장을 나올 수 있었다.

같이 반지 나눠 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