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무한경쟁 사회다. 하루하루가 경쟁이며, 정보가 늦으면 손해를 보고 ‘느림’을 찬미하면 도태된다. 시카고 학파들이 부르짓던 신자유주의의 최전선은 바로 한국이다.
예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구입경쟁’만 봐도 그렇다.
누구는 대리점의 말빨에 속아서 100만원 다 주고 구입하고, 어떤이는 새벽에 고속버스 타고 내려가 10만원에 구입해 온다. 똑같은 제품을 0원부터 100만원까지 파는 분야는 아마 스마트폰 밖에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시작부터 거슬러 올라가자.
초창기 40~50만원대를 유지하던 휴대폰 가격은2007년 LG가 프라다폰을 내놓으며 80만원의 시대가 열렸고, 삼성 옴니아가 100만원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 생각하면 100만원이라는 가격보다 옴니아가 그 첫 단추였다는 게 더 놀랍다. 어쨌든 5년여를 거치며 이제 스마트폰의 가격은 약 100만원이라는 공식이 굳혀졌다. 문제는 이 분야에도 다양화가 없다.  신제품은 무조건 100만원에 가깝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출고가는 그대로다. (사실 그대로라고 주장한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사실은 낮아지지만 통신사는 공개하지 않고, 언락폰 유통은 금지시킨다. 마피아식 통제다.)

 

galaxy_s5

 

그런데 영화관의 팝콘 가격이나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가격의 원가는 궁금해 하면서 스마트폰 원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일까?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의 부품값을 분석해 보자. 갤럭시S5 같은 경우는 운영체제도 공짜고 스토리지도 32GB 같은 경우는 원가는 1만원 남짓이다.  최신형 퀄컴 프로세서와 3GB의 DRAM 가격까지 포함해도 10만원 정도다. 풀 HD 디스플레이는 7만원, 카메라와 배터리 기타 부품값들은 대부분 하나당 1~2만원선이다. IHS에서는 갤럭시 S5의 원가를 251달러, 애플 아이폰 5S는 207달러 정도로 분석했다.
연구비나 노하우, 브랜드가치 이런거는 무시하냐고? 우리가 아메리카노나 팥빙수 원가 분석할 때 그런거 생각했나?

이런 저렴한 스마트폰을 100만원을 주고 구입해야 하니 당연히 꺼리게 된다. 그러자 이통사는 보조금을 꺼내 들었다. 일부 제품에 대해서 파격적인 보조금을 내세워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 전략은 거의 게릴라전이다. 일부 대리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판매대수도 많지 않다. 사람들은 공짜폰을 찾아 헤매다가 실제로는 그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는 대부분이다. 마치 백화점 전단지의 미끼 상품같은 신기루다. 언론도 전략적으로 동참했다.  ‘대란’이라는 말을 써가며 선정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하지 못한 소비자를 비웃었다. 프레임은 통신사가 만들고, 제조사는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언론은 경쟁시켰다. 많이 보던 모습이다.
프레임속에 갖힌 사람들은 자신이 머저리가 되가는 것을 겁을 내며 뽐뿌나 뿌앙같은 게시판을 좀비처럼 드나들었다. 포털의 비밀카페에 가입을 하고, 프리메이슨 집단이 되어 비밀집회에 참가했다. 오로지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서! 이 코미디가 당신이 지난 5년간 실제 해왔던 일이다!

 

통피아
이들은 통신사라기 보다는 통피아에 가깝다.

 

보조금 경쟁은 사실 사기에 가까운 판매 전략이다. 보조금 혜택도 일부 대형 대리점에게만 집중되고, 대부분의 중소대리점은 그 가격에 절대 받아올 수 없다.
그래서 방통위가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가이드 라인은 27만원. 지난달 KT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갤럭시S4미니’와 ‘옵티머스 GK’의 단말기 출고가를 25만원으로 낮췄다. 27만원의 보조금을 더하면 이 두 모델의 실구입가는 0원인 셈이다. 팬택도 비교적 최신 모델인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를 37% 내리며 기존 95만원에서 65만원대로 낮췄다. 보조금을 고려하면 4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해진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상적인 판매행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문제는 있다. 우선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형편없다. 미국에서 아이폰 5S가 출고할 때, 2년 약정으로 30만원대면 구입이 가능했다. 통신사에 따라 40~50만원 정도의 합법적인 보조금이 지급된 셈이다. 우리나라 통신사도 27만원이 아닌 적어도 40만원 정도의 보조금이 필요하다. 한국의 통신사 순익은 상상을 초월하니까.
두 번째 개선점은 언락폰(통신사가 정해지지 않은 폰)의 유통이다. 최근 많은 폰들이 공짜로 풀리고 있지만 언락폰으로는 유통되지 않는다. 통신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실제로는 암묵적인 보조금이 얹어진 가짜 출고가 인하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또 대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LG의 G3는 출시되자마자 버스폰으로 풀린적이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구매가 정상화 되려면 출고가가 인하된 폰을 언락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잠깐 사용한다면 그냥 아무 통신사나 골라 사용하고, 오래 사용하려면 2년 약정을 걸어 추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정상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방법으로 폰이 유통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형편없는 보조금 체계와 이통사들이 선심쓰듯 버스폰을 푸는 전략은 구매의 불균형만 더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회사중에 두 개라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배출한 나라다. (물론 박지성의 왼발과 오른발도 배출했지만)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에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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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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