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이 돌아왔다. 뛰어난 휴대성과 이미지, 여기에 포지티브 필름을 앞세운 색감으로 ‘스냅 사진을 찍는 데 이만한 게 없다’는 평을 받았던 리코(RICOH)의 그 GR이 맞다. 지난 20일. 리코의 정식 수입사인 세기P&C는 소규모 체험 행사를 열고 올 1월 중 정식 출시할 리코 GR3를 소개했다.

리코는 광학기기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국내엔 카메라 사업보다 사무기기로 더 알려진 회사다. 우리가 복사기 하면 떠올릴 ‘신도리코’가 바로 리코 복사기를 수입하던 신도교역과 리코가 합자한 회사다.

리코에서는 찾는 사람만 찾는 마니악한 카메라를 많이 선보였는데, 단발성으로 그쳤으나 렌즈가 아닌 이미지 센서를 바꿀 수 있는 리코GXR 같은 제품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비교하면 리코 GR 시리즈는 상당히 대중적인 제품으로 느껴질 정도.

리코 GR3는 지난 10월 일본에서 처음 공개됐다. GR 시리즈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갖추면서 이미지 성능과 편의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리코 GR3. 이번 행사에는 토모히로 노구치 카메라 사업부 총괄부장이 내한해 직접 GR 시리즈를 소개했다.

토모히로 노구치 리코 카메라 사업부 총괄부장

20년 이상의 역사를 갖춘 리코의 카메라는 ‘스냅사진의 최강자’라는 컨셉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으며, 디자인 언어 또한 전체적인 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휴대해 즉시 꺼낼 수 있는 카메라를 지향하며, 이는 리코 GR3에서 한층 강화된 점이라고.

실제로 만져본 리코 GR3의 크기와 무게는 놀라울 정도였는데, 같이 가지고 있던 휴대용 카메라인 RX100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리코 GR2보다는 크기가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제원상 109.4×61.9×33.2mm. 무게는 257g으로 전작과 비슷하다.

리코 GR3의 두드러진 변화는 화질. 이미지 센서부터 화상처리 엔진, 렌즈까지 새롭게 구성했다고 한다. 우선 이미지 센서는 1,620만 화소에서 2,424만 화소로 향상됐다. 고감도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최대 ISO 102400까지 지원한다.

화상 처리 엔진의 개선과 함께 동시에 빠른 AF 속도를 갖췄다. 조건이 한정된 제한된 환경에서 AF를 민감하게 체크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GR2와 비교해 확실히 검출 능력과 속도 모두 개선된 느낌이다.

렌즈는 4군 6매 렌즈로 18.3mm f/2.8. 35mm 기준으로 환산하면 28mm의 화각을 갖췄다. 적당한 광각으로 피사체와 풍경을 두루 담기 좋은 화각. 다만 여전히 조리개 값이 f/2.8인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화각이 아쉽다면 별매의 컨버터를 이용해 광각을 담아낼 수 있다. 컨버터에는 렌즈 접점이 있어 리코 GR3의 전자동 기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렌즈를 더하면서 생기는 화질 저하나 왜곡에 관한 문제도 대응했다는 게 리코의 설명.

색다른 화각을 담을 수 있으나, 리코가 강조하던 ‘스냅사진의 최강자’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기존 이용자에게 소구할 만한 액세서리는 아니다.

GR3는 매크로 모드와 함께 최소초점거리 60mm를 구현했다. 촬영 중 매크로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오른손으로 메뉴 버튼을 간단히 눌러주면 되는 정도라 부담스럽진 않다. 6cm 매크로를 촬영하는 것은 좋지만, 대신 촬영 시 카메라 그림자를 잘 걷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전작에서 문제가 됐던 먼지 유입 문제를 개선해, 초음파 진동을 이용한 먼지 제거 기능 DR II를 더했다. 다만, 이 역시 오래 써봐야 알 수 있는 문제로 제품을 처음 만져본 시점에서 개선됐다 아니다를 함부로 논하기는 어렵다.

디스플레이에 풀터치 패널을 넣어 초점, 확대/축소, 스와이프 등 터치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좀 더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고정형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스냅 촬영에 한계가 될 수 있는 부분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GR시리즈에서 인기를 끈 사진 이펙트 기능은 여전히 남아있다. 버튼의 배열 등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는 그대로 유지해 GR시리즈를 찾았던 이용자라면 GR3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한 손으로 조작 대부분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GR3가 여전히 스냅사진의 최강자라고 칭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유행과 인기를 위해서 기능을 바꾸지 않’고, ‘스펙과 수치화된 숫자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리코. 3년 만에 나온 새 모델 소식에 스냅사진 애호가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리코가 시장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코의 GR3 가격은 미정이며, 올해 초 출시 예정이다.

또 탐나는 카메라가 생겼습니다.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