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홀리데이 시즌이다. 모임이다 여행 준비다, 저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분주한 연말이다. 송년회에서 만난 한 친구는 중순부터 연말까지 쭉 휴가란다. 급여행을 준비 중인데, 일본과 홍콩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부럽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곳이 어디든 떠날 수만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 돈도 있고, 언어도 되는데 시간이 없다. 살 수 있다면 시간을 돈으로 사고 싶다.

잠깐, 언어가 된다는 말에 오해하지 않기를. 다국어에 능통한 능력자인 건 아니다. 다만, 다국어 번역을 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을 뿐. 아, 소개가 늦었다. 사실 오늘은 내 든든한 여행 친구를 소개하려 했다. 휴대용 번역기 게이즈고(GAZE GO)다.

캘리포니아산 사과를 닮은 친구

이 친구는 참 예쁘게 생겼다. 하기야 캘리포니아 사과 농장에 산다는 유명한 그 녀석을 빼다 박았으니 예쁘지 않을 리 없다. 버튼을 둘러싼 은빛 테두리까지 어쩜 그리 똑같은지. 왼쪽에 음량 조절 버튼이 있고, 오른쪽에 슬립 버튼이 있는 것까지 닮았다. 개성은 없지만,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매력이 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이목구비가 또렷하지 않다는 것. 터치 디스플레이를 가졌는데, 해상도가 조금 떨어진다. 2.4인치 QVGA 디스플레이다. 뭐, 인터넷 검색을 할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볼 것도 아닌데 해상도가 중요하겠나. 번역한 문장만 잘 보여주면 됐지. 게이즈고는 번역한 내용을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지난 대화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터치 방식이라 조작도 편하다.

다국어에 능통한 친구

게이즈고는 어느 나라든 당당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번역할 수 있는 언어만 38개에 달한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는 물론 주요 유럽국, 동남아시아, 제3세계 국가 언어까지 못 하는 말이 없다. 세계 일주를 하지 않는 이상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 정도만 지원해도 충분할 텐데, 온갖 언어를 능숙하게 지원하니 존재만으로도 듬직하다.

아쉽게도 이 친구는 인터넷 없이는 한마디도 못 한다. 와이파이에 물려줘야만 쓸 수 있다. 포켓 와이파이에 연결하거나 스마트폰 데이터와 테더링할 수도 있으니 큰 문제는 안 될 거다. 번역은 온라인 엔진을 통해 이뤄진다. 사용 엔진은 IFLYTEK, NUANCE, GOOGLE, MICROSOFT 총 네 가지다.

단순한 게 매력인 친구

게이즈고는 복잡한 걸 싫어하는 친구다. 대화하기 위해 이것저것 만지고 누르며 요란 떨 거 없다. 전면에 있는 버튼을 누른 채 말하면 알아서 번역하고 음성으로 들려준다. 이 녀석은 양방향 번역이 가능한 친구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어(선택 언어) → 영어(선택 언어), 영어(선택 언어) → 한국어(선택 언어)를 모두 번역한다는 거다. 아래 버튼을 누르고 말하면 한국어를 선택 언어로 번역한다. 위 버튼을 누르고 말하면 선택 언어를 한국어로 번역한다.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할 수도 있다. 언어 선택이 매우 자유롭다.

혹자는 양방향 번역이 오히려 소통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인과 기기를 통해서 대화하는 행위가 생각만큼 매끄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기에 대고 한 번씩 번갈아 가며 말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이건 ‘긴 대화’에 국한했을 때의 이야기다. 묻는 말에 대한 한두 마디 짧은 대답을 듣는다고 가정하면 소통이 매끄럽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게이즈고의 양방향 번역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묻고, 답을 얻고자 할 때 아주 요긴하다고 볼 수 있다. 없는 거보단 그래도 있는 게 낫다.

무난하게 번역하는 친구

가타부타 말이 많았다. 어찌 됐든 중요한 건 번역 실력이겠지. 게이즈고는 웬만한 여행 회화는 무리 없이 번역한다. “내게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는 말은 “Could you recommend me a restaurant?” 정도로, “이 근처에 잠잘 만한 곳이 있나요?”라는 말은 “Is there a place to sleep near here?” 정도로 번역하는 수준.

솔직하게 말해서 일상 대화를 ‘완벽하게’ 커버한다고는 할 수 없다. 가령 “여기 편의점이 있니?”라는 말을 번역했을 때, 질문으로 번역하지 않는다. “There’s a convenience store here.”라며 평서형으로 만들어 버린다. 해당 문장을 질문으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음의 높낮이까지 섬세하게 인식하지는 못한다. 그 때문에 이런 상황에선 번역하기 적절한 문장을 머릿속으로 떠올려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러니 게이즈고로 외국인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거나, 상세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간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친구는 간단한 정보를 묻고 답을 얻는 데 아주 적합하니까. 거기다 다국어에 능통하지 않은가. 한두 언어만 지원하는 여타 번역기와 다른 강점이다. 일본, 중국은 물론 영어권 국가에서 두루두루 함께할 수 있다는 점만 해도 만족스럽다.

여행 보조자를 찾는 당신에게

게이즈고는 해외여행 떠날 때, 더없이 든든한 여행 친구가 되어준다. 스마트폰 하나로 다 되는 세상에 웬 번역기냐고? 스마트폰 꺼내서 잠금 해제 하고 앱 찾고, 번역하고… 어느 세월에? 주머니에서 바로 꺼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게이즈고는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을 선사한다.

물론 번역 실력과 음성 인식률은 평이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통역가 수준의 여행 파트너를 찾는 게 아니지 않은가. ‘간단한 의사소통’에 쓸 수 있는 이 친구, 다국어에 능통한 이 친구는 여행 ‘보조자’로서 충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언어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능력만 된다면 이 친구를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게이즈고의 몸값은 26만9천원이다.

장점

– 38개국 언어 번역
– 쉽고 간편한 사용법
– 번역 문장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 간단한 소통에 쓸 만한 번역 능력
– 휴대하기 좋은 크기

단점

– 평이한 수준의 음성 인식
– 살짝 부담되는 가격

총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