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는 걸 좋아하지만 언제부턴가 모든 음악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원인은 여러 가지였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을 대하는 태도였다. 태도를 변화시키고 음악의 본질에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음악 감상 취미에 다시금 활기가 흐르도록.

태도에 대해 생각해 봤었다면, 이번 이야기는 내가 사용하고 있거나 선호하는 음악 장비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음악의 본질에 집중한다고 한들 다이소에서 파는 5천원짜리 이어폰으로 듣는다면 감동의 전율이 아니라 소음의 치욕에 몸서리가 날 테니까. 음악에 집중하기에 가장 최소한의 투자로 훌륭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그 마지노선을 잘 지키고 있는 장비를 소개한다.

 

| 이어폰

우선, 이어폰으로는 디락플러스 MK2다. SF 드라이버가 탑재된 게 특징인데, 타사의 비싼 드라이버에 뒤지지 않는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이어폰과 비교해도, 아니 그 이상 비싼 이어폰과 견주어도 지지 않는 깨끗한 음질에 널찍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4만원도 하지 않아 가격 부담도 적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의 번들 이어폰도 무척 훌륭하지만, 번들을 처음 탈출하기에 가장 적격인 제품이다.

만약 돈이 많다면…
모든 비싼 물건이 무조건 좋진 않지만,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확률이 대폭 상승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격만 들으면 겁이 날 수 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좋은 제품도 적극적으로 위시리스트에 올려봤다. 자금 사정이 여유롭다면 소니의 모니터링 이어폰, IER-M9을 들이자. 가격은 150만원인데 정갈하게 반짝이는 음색부터 착용감, 재질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 헤드폰

헤드폰의 마지노선으로는 아반트리 오디션 프로를 택했다. 가격은 8만원 정도다. 블루투스 무선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케이블을 연결해도 된다. 무게도 매우 가벼워서 머리에 부담감이 거의 없다. 음질도 생각보다 들을 만 하다. 처음 들으면 플랫하고 밋밋할 수 있는데 베이스 모드를 켜면 저음역에 꽤 힘이 실리면서 전체적으로 풍성해진다. 준수한 음질에 간편함과 편안함이 더해진 매력적인 헤드폰이다.

만약 돈이 많다면…
고급 오디오의 대명사 포칼의 Elear를 추천한다. 넓은 공간감, 극강의 해상력, 자연스러우면서도 풍성한 소리가 귀를 깨끗하게 씻어준다. 가격은 140만원.

 

| 스피커

스피커 중에서 나의 선택을 받은 건 샤오미의 Mi 블루투스 스피커다. 통짜 알루미늄 바디를 제대로 울려주는 깊은 저음에 생생하게 버무려진 보컬과 고음역의 표현이 음악을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어중간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많이 만나봤지만, 결국엔 다시 이 녀석에게 손이 갔다. AUX 케이블로도 연결할 수 있다. 우렁찬 중국어 안내 음성이 산통을 깨는 게 흠이라면 흠. 가격은 5~6만원 사이.

만약 돈이 많다면…
뱅앤올룹슨의 베오플레이 A6를 살펴보자. B&O 특유의 화사한 음색부터, 실내를 북유럽 감성으로 물들이는 유니크한 디자인까지, 가히 작품이라 할 만하다. 가격은 110만원대.

 

| 플레이어

귀에 닿는 리시버도 중요하고, 음악 자체도 중요하다. 그러면 어떤 플레이어로 들을 것인가? 그 답안으로 코원의 엔트리급 DAP인 플레뉴 D를 꼽았다. 작은 크기에 Flac 같은 무손실 고음질 음원을 한가득 넣고 어디서든지 간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준수한 음원 표현력 기반의 다양한 음장 기술이 음악을 한껏 화려하게 꾸며준다. 가격도 초기 출시 때보다 많이 떨어졌다. 16만원.

만약 돈이 많다면…
소니 NW-WM1A가 떠오른다. 완벽한 스테레오를 위한 4.4mm 출력 단자, 저항 최소화를 위한 무산소 동 플레이트와 알루미늄 프레임의 고급 재질. 소리 장인이 작정하고 혼을 갈아 만든 플래그십 DAP다. 가격은 150만원.

 

좋은 음악을 좋은 음질로 즐기면 일상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굴러다니는 번들 이어폰에 지금까지 그냥저냥 만족했었다면, 이제 작은 투자로 더 커다란 행복을 누려보자. 소소한 지름이 거대한 장비병으로 도진다고 해도, 새로운 장비를 사용하는 즐거움 또한 음악 감상에 깊이를 더해줄 훌륭한 요인이 된다. 막상 음악을 자주 듣지 못한다고 해도 어떤가, 오디오 장비가 내 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이미 멋지지 않은가.

자신만의 장비로 음악에 혼을 불어 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