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즈음이다. 극장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애플의 홀리데이 광고를 보게 됐다. 영상 속에선 샘 스미스의 ‘Palace’가 감미롭게 흘렀고, 한 쌍의 남녀가 아름다운 몸짓으로 춤을 추었다. 그들의 두 귀엔 에어팟이 하나씩 걸려 있었다. 아주 어여쁘게. 나는 홀린 듯 광고를 봤고,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애플 매장으로 향했다. 홀리데이 광고에 얽힌 재밌는 추억이다.

@Apple YouTube

매해 연말, 애플은 감성 광고를 내보내며 소비자의 눈과 귀와 마음을 홀린다. 어찌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매해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애플의 홀리데이 시즌 광고가 공개됐다. 제목은 ‘Share Your Gifts’다. 그런데 이번 광고는 조금 특별하다. 기존과 다르게 픽사를 연상하게 하는 고품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물론 형식은 달라졌어도 애플만의 이야기 전개와 감성은 여전하다.

@Jimi Rocket YouTube

애플은 홀리데이 광고에서 늘 스토리를 강조했다. 제품은 한 발짝 뒤에 배치했다. 감동적인 줄거리를 깔아놓고 그 속에 애플 제품을 하나둘 끼워 넣었다. 시청자가 감동적인 에피소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애플 제품을 연상하게끔 광고를 밀도 있게 구성했다.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2013년 광고 ‘오해’,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 2016년 광고 ‘프랭키의 홀리데이’만 봐도 그렇다. 애플과 감성이란 단어가 한 쌍으로 묶이는 힘은 이런 치밀한 광고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REDONIC YouTube

2017년 홀리데이 광고는 예외였다. 아이폰 X과 에어팟이 전면에 등장했고, 이야기 대신 영상미를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광고였다고 생각하나 감성 광고를 기다렸던 팬들의 빈축을 받기 충분했다.

그런 이유에선지 올해는 기존에 보여줬던 기조를 유지했다.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것에 관한 의미’를 담은 이야기다. 애플 제품은 단 하나 등장한다. 신형인지 구형인지 알 길이 없는 맥북 프로가 전부다. 이마저도 배경 요소일 뿐, 수줍은 소녀의 일상이 주를 이룬다.

광고다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은연중에 드러난다. 영상 말미에 ‘Share Your Gifts’란 문구가 등장해 애플 제품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한껏 자극한다.

@Apple YouTube

전체적으로 광고라기보단 영화 같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영상이라 그런지 더욱 영화 같이 느껴진다. 광고 속 배경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모두 미니어처 세트다. 사람이 직접 만들었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애플이 광고 한 편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Apple YouTube

과한 해석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홈팟 광고도 감상해 보라. 이 영상 속 배경도 CG가 아니다. 모두 실제 세트다. 2018년 홀리데이 광고가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느껴지는 이유. 바로 이런 정성 때문이 아닐까.

애플과 감성이란 단어가 한 쌍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