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아이폰Xs, Xs Max, XR이 3개 이통사와 애플 스토어, 그리고 리셀러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는 국내에 애플 스토어가 생기고 처음있는 공식 출시일로, 애플 가로수길에 어느 정도나 줄이 늘어설지 관심이 쏠렸다. 반면 여태까지 진행했던 통신사와 리셀러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쏙 들어간 상황이다.

아이폰 출시 하루 전인 1일 오전의 가로수길. 한산한 모습이다.

통신사는 줄 세우고,

애플 스토어가 생기기 전까지는 리셀러, 그리고 이통 3사가 주관하는 행사가 있었다. 방식은 대동소이했는데, 통신사는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일부를 초청하고, 이들이 선착순 경쟁을 벌여 빠른 아이폰 개통과 선물을 나눴다.

경쟁이 과열되며 마케팅 경쟁도 심화됐다. 인기가수 초대는 물론이거니와 상품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본 제품보다 비싼 해외여행 상품권까지 등장했으니, 하반기 대목을 잡아보려던 통신사의 노력을 짐작할 만하다.

2016, 2017년의 kt 아이폰 출시 행사. 연예인도 오는 규모가 큰 행사였다.

2017년에 이르러 이 행사 경쟁은 조금 다른 양상을 띄었다. kt를 제외한 다른 통신사에서 선착순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한 곳에 모여 다시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했다. 같은 시각 kt에서는 무려 6박7일을 기다려 첫 번째로 아이폰X를 개통한 소비자가 있었다. 한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이래 가장 오랜 기다림이었다.

11월 1일 밤 9시경 애플 스토어 앞의 모습. 다섯 명 남짓한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몇 년 간 통신사의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면서 통신사는 ‘보여주기식 줄 세우기’ 행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올해 아이폰Xs 출시에는 kt도 선착순 행사를 없애고 조촐한 개통 행사만 진행했다. 다른 통신사는 올해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애플은 줄 서고,

아이폰 출시일인 11월 2일. 평소와 달리 아침 8시에 문을 열 애플 스토어 앞에는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가로수길 애플 스토어의 위치 특성상 건물 주변을 돌지 못해 가로수길을 따라 인원을 배치하고 줄을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추산으론 약 300명에 이르는 사람이 새벽을 뚫고 줄을 섰다고 한다.

일부 대기자에게 희망 구매 제품을 물어보자 애플워치4 구매 희망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이는 애플워치4가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이유도 있겠으나, 직구로 구한 아이폰과 달리 직구한 애플워치 셀룰러 모델은 국내에서 관리하기가 어려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0m에 달하는 줄이 생겼다. 이날 애플 스토어 입장을 위해선 줄을 서야만 했다.

몇 가지 해프닝도 있었다. 오픈 30분 전에는 애플워치4 에르메스 버전이 풀린다는 소문 때문에 이를 구매하러 왔다가, 매장 전시용 외에 판매용은 들어오지 않았다는 설명을 듣고 일부 인원이 불만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애플 스토어 대기자를 향한 여러 업체의 마케팅 행위가 있었으나, 애플 스토어에서 이런 마케팅 행위를 막으면서 정작 가장 앞서 줄선 대기자는 아무런 마케팅 혜택을 받을 수 없던 일도 있었다.

미디어가 몰리면서 불거진 점도 있지만, 당장 지난 9월 텐진 애플 스토어에 다녀오면서 본 풍경보다 여러모로 산만하고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다.

후쿠오카 텐진 애플 스토어, 아이폰Xs 출시 전날.

줄을 설 것이냐, 줄 세움을 당할 것이냐

애플 스토어에 늘어선 장사진과 다르게 통신사가 아이폰 관련 행사를 축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과열 경쟁 우려, 다른 하나는 마케팅 출혈 경쟁의 회피. 마지막으로 아이폰 Xs의 수요 예측을 꼽아볼 수 있겠다.

이통사 관계자에 따르면 “선착순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늘 회사가 기대하는 것보다 일찍 줄을 생기고, 그 순간부터 관리할 책임이 붙는다”며,
“공정성을 위해 중간에 식사 시간을 점검하거나 부대시설 이용 편의를 점검해야 하고, 이는 모두 회사의 비용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여기에 규모가 커지는 이벤트 상품까지 고려하면 행사가 축소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건, 오히려 이통사가 아닐까 싶다.

다만, 관계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다른 형태의 행사로 바뀌는 중”이라며, “찾아가는 서비스나 고객과 함께 가치를 찾는 행사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아이폰 행사 앞에 있던 벨킨 이벤트 존.  @벨킨

소비자가 길게 줄을 서는 이유는 새로운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만져보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다. 단지 여태까지는 애플 스토어가 없었고, 그 자리를 통신사가 만들었을 뿐이다. 경쟁 심화의 책임이 마케팅 경쟁에 있다는 비판을 온전히 피할 순 없겠으나, 통신사가 ‘줄을 세운다’라고만 비판하긴 어렵다.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에 참여하면 출시 전날 개통만 되지 않을 뿐, 공기기를 받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인 이 시점에서 제품을 빨리 체험하고 싶다는 이유로 줄을 서는 일이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과거 프리스비에서 아이폰 3Gs 개통을 위해 반나절을 기다렸었고, 매년 통신사 앞으로 쫓아가 개통 현장을 지켜보지만, 이 기다림이 바이없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기다리는 시간이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설령 그 결과물이 달콤하다 한들, 기다리는 시간은 고객에게 가치 있는 시간은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든지 불유쾌한 경험으로 바뀔 수 있고, 이는 브랜드에겐 관리되지 않는 문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브랜드는 가치 보존 차원에서라도 이 시간을 줄이거나, 가치 있는 시간으로 변환할 노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내년부터는 이통사 모두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애플 스토어로 향하는 경쟁이 심화될 조짐도 보인다.

과열된 경쟁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다시 애플 스토어에 돌아올 공산이 크다. 이제 애플 스토어는 이제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가치 있는 시간을 제공하면서,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여러모로 어수선했던 올해의 모습과 다르게, 내년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내년에 등장할 새로운 아이폰과 그 출시일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제, 줄 서서 산 아이폰 삼총사를 만나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