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개최한 올해 블리즈컨의 대미를 장식한 건 모두의 예상대로 디아블로였다. 디아블로 3의 새로운 확장팩일 것이냐, 디아블로 2를 리마스터했을 것이냐, 완전한 신작 디아블로 4가 나타날 것이냐, 블리자드가 지금껏 조금씩 풀어놨던 디아블로 떡밥에 사람들은 행복한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모탈이라는 완전 새로운 디아블로였다. 디아블로 2와 3 사이의 스토리를 담았다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사실이었다. 게임을 발표하던 직원의 이마에 차갑게 식은 땀이 보일 정도로, 공개 당시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보다 못한 한 참가자가 ‘이거 철 지난 만우절 농담은 아니냐’고 물으며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논란이 되었던 점은,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이모탈의 개발을 ‘넷이즈’라는 중국 기업에 맡겼다는 사실이었다. 넷이즈는 디아블로 시리즈를 무단으로 카피해 모바일 버전으로 제작했던 업체다.

 

넷이즈는 디아블로 팬 사이에서 상당이 악명이 높은데, 이들이 개발한(사실은 디아블로를 표절한) ‘무진신역(无尽神域)’이라는 이 MMORPG를 통해 국내 시장에 발을 뻗으며 ‘디아M(DIA M)’이라는 이름으로 홍보를 했다. 티저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이름은 물론이고 디아블로의 모바일 버전이라 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배경 그래픽과 로고의 묘사, 게임의 내용까지 디아블로 팬들에게 충격을 전해줬다.

물론 계속 의혹을 제기하자 ‘라스트 블레스(Last Bless)’라는 이름으로 부랴부랴 변경하긴 했지만, 가뜩이나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이 하나 같이 어디서 본 것 같은 게임들을 주구장창 내놓으며 ‘중국=표절’이라는 이미지까지 고착된 와중에 대놓고 디아블로의 모습을 베낀 게임을 출시한 넷이즈에 대해 매우 큰 반감이 생긴 건 당연한 일. 그런 넷이즈에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이모탈의 제작을 맡겼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와중에 시네마틱은 또 잘 만들었다…

게임이 아직 출시되지 않아 퀄리티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좋지 않다. 당장 트레일러 영상에 박힌 ‘싫어요’ 숫자만 수십 만개가 넘어간다. 해외건 우리나라건 마찬가지.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양산형 MMORPG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디아블로 3에서 느껴졌던 특유의 화려한 톤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게임 자체를 기대하는 블리자드 팬들은 거의 없다. 

PC게임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블리자드가 시대에 맞춰 모바일 게임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판을 완전히 엎어버리기도 했던 블리자드 특유의 정통성 자체가 뼛속까지 변해버린 것 같은 상황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다. 게다가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도용했던 중국 업체에게 개발권을 넘겨 주었으니. 혹자는 이 디아블로 이모탈을 두고 ‘첫사랑을 창녀촌에서 만난 기분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나도 그 기분이 이해가 간다.

어쨌든 블리자드가 발표한 신작이니 기본 이상은 하지 않을까 하며 기대와 응원을 하고 싶어도, 나 역시 디아블로 시리즈를 통해 학창 시절을 망쳤던… 아니 찬란하게 보냈던 플레이어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디아블로 이모탈의 발표는 안타까움이 마음 속에 더 크게 자리하는 사건이다.

디아블로의 위상은 이렇게 사라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