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조심스럽게 다루지만, 대다수 케이블은 어김없이 커넥터 부위가 터지거나 접촉 불량 현상이 생기며 짜증을 불러왔다. 정품 케이블이 가품에 비해 오래 버티긴 하지만 고장은 시간의 문제일 뿐. 소모품이 다 그렇지 뭐, 라며 넘기는 것도 이골이 났다. 텀블벅에서 발견했던 ‘판미안(FANMIAN, 反面)’의 케이블은 그래서 더 특별해 보였다.

 

이 녀석의 특징은 커넥터 부위를 열고 고장 난 부분을 싹둑 잘라서 다시 연결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블에서 가장 많이 고장 나는 부위가 스마트폰 커넥터 쪽 플러그일 텐데, 그럴 때마다 조금씩 자른 뒤 다시 물려서 쓰면 된다. 혁신이다. 길이가 1.5m니까 마음만 먹으면 아마 몇 년까지도 자르면서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고급스러운 정밀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만듦새가 그리 나쁘지 않고 케이블을 물어 고정하는 잠금장치도 견고하다. 케이블을 자른 단면에 접촉은 잘 되려나 우려를 남기기도 했지만, 며칠 동안 여러 번 잘라 쓰면서 한순간도 이상이 없었다. 고속 충전과 데이터 전송도 깔끔. 다만 USB 커넥터 쪽은 평범한 게 반전이라면 반전. 양쪽 모두 재활용이 가능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세상사 어디 내 생각대로 되던가. 역시 조심하는 수밖에.

 

그러고 보니 케이블은 인생과 닮았다. 제자리에 꽂혀서 망가질 때까지 역할에 충실하다가 버려지는 소모품의 숙명. 그러나 판미안 케이블은 자기 몸을 던지면서까지 흔해 빠진 소모품이기를 거부하고 있는, 깨어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만족스러운 펀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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