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 그룹 디터 제체 회장
다임러 그룹 디터 제체 회장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의 회장 디터 제체(Dieter Zetsche)가 지난 주,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디터 제체 회장은 애널리스트들과의 대화에서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 구글 같은 테크놀로지 기업이 큰 파급력을 미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자동차 대량 제작사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구글을 포함한 IT 기업들의 자동차 업계 진출을 슬며시 견제하면서, 동시에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IT 업계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디터 제체 회장이 은연 중에 구글의 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게 아니냐는 의미로도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디터 제체 회장의 ‘개인 정보’에 대한 발언 때문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콘셉트 F 015를 소개하고 있는 디터 체제 회장
CES 2015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콘셉트 F 015를 소개하고 있는 디터 체제 회장

디터 제체 회장은 “메르세데스가 추구하는 자동차의 안전이 단순히 사고로부터 승객을 보호하는 것 만은 아니”라며, “탑승자의 개인 정보까지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유럽인들의 귀가 솔깃할 얘기죠.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작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면 인터넷 상에서 개인 정보를 지워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판결에 따라 구글은 수십만 개의 링크를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입니다.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네덜란드도 올해 2월까지 구글이 개인정보 관리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벌금을 먹이겠다며 마지막 경고를 한 상태거든요. 유럽과 구글의 분쟁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참고 링크 : 2014년 세계 IT업계, 10대 이슈)

Vehicle prototype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

이런 상황에서 개인 정보를 언급한 디터 제체 회장의 발언이 단순히 IT 기업을 견제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구글로 인해 느끼는 위기감의 표출인 동시에, 구글의 약점을 건드리면서 자신들을 부각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요. “구글의 자동차 연구는 집이나 사무실처럼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 대한 연구의 연장선”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것도 일종의 선 긋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구글에게는 유럽의 부정적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는 큰 산이 하나 생긴 것 같습니다. 구글의 돌파구와 유럽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참고 링크 : 로이터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