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쓰레기로 지구는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숱하게 듣는 말이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적어도 한 TV 프로그램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혀 괴로워하는 바다 거북이를 보기 전까진.

그 충격적인 모습이 뇌리에 깊이 박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결심했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일회용품 줄이기 방법은 3가지. 카페나 직장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또는 머그잔 사용하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친환경 실리콘 빨대나 종이 빨대 쓰기,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쇼핑할 때 비닐봉지 대신 마켓 백을 휴대해 사용하기. 그래서 텀블러를 샀고, 실리콘 빨대를 샀다. 이제 마켓 백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막상 마음에 드는 마켓 백을 찾지 못했다. 디자인이 독특하다 싶으면 물건을 몇 개 담지 않았는데도 가득 찰 정도로 작고, 조금 큼지막한 것을 찾았다 싶으면 너무 얇아서 금세 찢어질 것처럼 약해 보였다.

“그래, 내겐 크고 튼튼하면서도 독특한 마켓 백이 필요해.”

그래서 이번 얼리 펀딩은 이런 개인적인 욕심에 지구에 대한 애정을 가득 뿌려 도전했다. 장을 볼 땐 장바구니를 대신하는 마켓 백으로, 일상에선 일반적인 데일리 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에브리데이 마켓백’. 하나당 배송료 포함 약 3만 2천원으로, 마켓 백치고는 조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사실 크라우드 펀딩에 등장하는 수많은 마켓 백 중에 왜 이 제품이냐고 묻는다면 정확하게 대답하기는 힘들다. 나에게 필요한 그 순간에 딱 맞춰 이 제품이 나에게 찾아왔을 뿐. 그리고 자연스럽게 끌렸을 뿐. 이것이야말로 운명의 데스티니다.

지구의 환경을 위해 오래오래 써야 하는 마켓 백답게 에브리데이 마켓백은 튼튼하고 부드러운 데님 재질로 만들어졌다. 색상은 인디고 진과 블랙 진 두 가지. 보통 청바지는 입는 사람의 생활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특유의 색과 편안함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에브리데이 마켓백 역시 자주 넣는 물건이나 세탁습관에 따라 점차 나만의 색, 나만의 가방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세탁을 자주 할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지저분하지 않다면 세제를 넣지 않은 물로만 세탁해도 충분하다. 역시나 사람이 만들어낸 세제가 환경에 좋을 리 없으니 이 또한 환경보호의 한 방법.

간결한 패키지도 환경을 생각한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태그 하나 없이 깨끗한 천에 쌓여 오는데 그 위에 제품 색상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작은 원단 조각을 붙여놓은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원단 조각을 스테이플러 심이 아닌 바느질로 고정했다면 더 감동이었겠지만.

튼튼한 원단 덕분에 두께는 제법 두껍다. 함께 제공되는 같은 색상의 파우치에 들어가면 좋으련만 그건 불가능하다. 이 파우치에는 동전이나 지갑, 열쇠 등 마켓 백 안쪽에 넣으면 힘들 작은 물건들을 보관하면 된다. 깔끔한 바깥쪽과 다르게, 안쪽은 보풀이 심하게 나 있는데, 사용하면서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이는 특유의 줄무늬를 만들기 위한 공정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니 그냥 심심할 때마다 조금씩 떼어내 주자.

텀블러와 실리콘 빨대를 갖추고 있던 나는 ‘일회용품 줄이기 3종 세트’를 완성하기 위해 곧바로 에브리데이 마켓백을 사용해봤다.

가장 좋은 점은 정말 많이도 들어간다는 것. 다 담아 가지 못할까 봐 포기했던 과자도, 음료수도, 과일도 에브리데이 마켓백을 가져간 날은 참지 않고 모두 샀다. 환경을 보호하는 대신 내 지갑은 얇아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구는 조금 더 건강해지지 않았을까?

천으로 된 재질은 파스락거려서 걷는 내내 신경을 곤두서게 하지도 않았고, 어깨나 손아귀를 누르는 느낌도 나쁘진 않았다. 비닐봉투였다면 돌돌말려 내 어깨나 손아귀를 절단할 듯 조여왔겠지.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만족도 에브리데이 마켓백의 장점으로 꼽고 싶다.

언제 어디서 쓰게 될지 모르기에 항상 텀블러와 빨대, 마켓 백을 챙겨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용 후 이를 다시 씻거나 정리해야 하는 불편함도 모두 이겨내고 지구의 건강을 위해 헌신했다.

다행히 에브리데이 마켓백은 매일 가지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무게도 아니었고, 다른 가방 속이 아닌 데일리 백으로 사용하기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비록 펀딩 페이지 속의 모델들처럼 멋진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적어도 ‘왜 그런 행낭 같은 가방을 메고 다녀요?’라는 말은 듣지 않았으니… 그리고 얼리 펀딩도 또 한 번의 성공 기록을 세웠으니, 그거면 충분하지 뭐.

모두에게 나처럼 지구를 위해 헌신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일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선한 일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이 가치에 공감한 쏭 대리에게 기꺼이 에브리데이 마켓백을 선물했다. 블랙 진 마켓 백을 들고, 강남을 활보하는 미모의 여성을 만나면 꼭 물어보길 바란다. “저… 쏭 대리님?”

지구가 이 글을 좋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