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하다고 했다. 고소한 커피 향이 솔솔 풍겼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대부분 완벽하게 속았다. 적어도 뚜껑에 손을 대기 전까지는… 뚜껑 안쪽에서 텁텁하고 매캐한 담배 냄새가 한가득 올라왔을 때, 비로소 그들은 트롬베가 재떨이임을 알아챘다.

흡연을 참을 수 없다면

이렇게 말끔하고 향기로운 재떨이라니! 텀블러처럼 보이는 트롬베는 차량용 재떨이다. 평소엔 텀블러 모습을 하고 있는데, 뚜껑을 열면 재떨이로 변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차내 흡연이 웬 말이고, 차량용 재떨이가 웬 말이냐 싶을 거다. 맞는 말이다. 동승자를 생각한다면 되도록 차내 흡연은 피하는 게 좋다. 동승자가 있든 없든, 내 차를 깔끔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흡연은 밖에서 하는 게 좋다. 곳곳에 흩뿌려진 담뱃재와 꽁초가 가득 담긴 싯누런 페트병… 이런 건 누가 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니까.

그런데 말이다. 흡연욕을 마음대로 자제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게 정말 어렵다. 꽉 막힌 도로 위에 한두 시간 갇혀 있다 보면 담배 생각이 절로 나기 마련이다. 흡연자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다. 트롬베는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다. 흡연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 이 녀석은 더없이 좋은 해결책이 되어준다.

담배 연기·냄새를 잡아준다

트롬베는 담배 연기와 냄새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꽉 잡아준다. 여기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공기는 좁은 통로를 지나면서 압력이 낮아진다. 이때 기압 차가 발생한다. 통로 바깥쪽(입구)으로 고기압, 안쪽으로 저기압이 형성되는 것. 트롬베는 이 원리를 활용해 담배 연기와 냄새를 잡는다. 내부에 있는 좁은 투입구가 핵심이다.

여기서 기압 차가 발생하는데 투입구 바깥쪽(입구)이 고기압, 안쪽이 저기압이 된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는 공기의 특성 때문에 담배 연기는 내려오는 공기에 눌려 빠져나가지 못한다. 안에서 맴돌던 연기는 액체로 바뀌어 사라진다.

연기가 밖으로 새지 않으니 역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꽁초를 넣을 때 투입구에서 발생한 연기가 일부 새어 나오지만, 이 냄새는 방향제로 잡는다.

커피콩은 회사에서 슬쩍…

뚜껑 상단을 돌려 열면 공간이 나온다. 방향제를 넣어두는 곳이다. 커피콩을 넣으면 고소한 커피 향이 물씬 풍긴다. 담배 냄새를 잡는 동시에 차량 방향제 역할을 해주니 아주 요긴하다. 커피콩과 방향제는 제공하지 않는다. 알아서 채워 넣어야 한다.

담뱃불은 스스로 꺼진다. 재떨이 위에 비벼 끌 필요 없다. 불붙은 꽁초 그대로 넣어주면 된다. 유입되는 공기가 적은 덕에 불씨가 살아남질 못한다. 장초를 넣어도 10초 이내에 꺼진다. 버리는 과정도 간편하다. 넓은 투입구 위에 올려놓으면 된다. 어디에 두든 재떨이 속으로 쏙 들어간다.

나보다 더 좋아한다

재떨이 하나 바꾼 거로 뭐가 달라지겠나 싶겠지만, 분명 변화는 있다. 트롬베를 들여놓은 뒤로 차 안은 조금 더 말끔해졌고, 운전석 옆으로 은은한 커피 향이 감돌기 시작했다. 물론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다. 어쨌거나 이건 ‘담배 연기와 냄새가 역류하지 않게 막아주는 재떨이’일 뿐이니까. 공기 청정기처럼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 주는 게 아니다. 공기 중으로 내뿜은 연기와 흩날리는 담뱃재까지 빨아들이는 건 더더욱 아니다. 입으로 내뿜은 연기, 그리고 냄새는 여전히 차 안에 남아 있다. 그러니 사람에 따라 ‘재떨이에서 나오는 연기를 잡는 게 무슨 의미냐’고 느낄 수도 있겠다.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이 녀석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트롬베가 허용하는 꽁초 수가 40개비가량이다. 차 안에서 하루 5개비 정도 피운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에 한 번은 재떨이를 비워주어야 한다. 물로 깨끗하게 씻어 주어야 하고, 방향제도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 꽁초를 패트병에 잔뜩 쌓아놓고, 병째로 버리는 것보단 수고스럽다.

재떨이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만족하는 이유가 있다. 재떨이 하나만으로 운전석 주변을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거다. 트롬베를 쓰면 사방으로 흩어진 담뱃재가 제법 줄어든다. 담뱃재 투입구가 넓은 덕분이다. 좁은 페트병 입구에 담뱃재를 털 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보기도 좋다. 꽁초가 가득 담긴 페트병이 사라지니 속이 다 후련하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가족과 여자친구의 반응. 트롬베를 쓰는 건 나인데, 동승인이 더 좋아한다. 이들이 만족해하니 나 또한 좋다. 솔직히 말하면 “담배 좀 그만 피우라는 짜증 섞인 잔소리”가 줄어서 좋다. 흡연자, 아니 애연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나.

장점
– 재떨이와 방향제, 2 in 1 용도로 쓸 수 있다
– 불씨 그대로 버려도 알아서 꺼진다
– 담배 연기가 역류하지 않는다
– 재떨이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
– 투입구가 넓어서 담뱃재를 털어내기 편하다

단점
– 방향제 교체하는 게 귀찮고, 유지 비용이 든다
– 일주인에 한 번은 세척해야 하는데(하루 5~6개비 흡연 시), 좀 귀찮다
– 27,000원. 재떨이 값치곤 비싸다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