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죽어야지.
올해는 장가(시집)가야죠.
밑지는 장사입니다.

집구석에 굴러다니는 유우머 모음집에 있던 ‘3대 거짓말’이라는 구절에 있는 내용이다. 부장님 유우머에 무릎을 치는 건 차치하고 생각해보면 이 문장이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마진율 0%에 도전한다는 고급스러운 홍보 문구를 갖춘 크라우드 펀딩이 있다. 공감이 주는 신뢰감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윈저노트에서 만든 감사 펀딩. 윈저노트 카드지갑이 그 주인공이다.

정말 고마워서 만든 카드지갑

어떤 노래 가사처럼. 이 윈저노트 카드지갑은 정말 고마워서 만든 지갑이란다. 윈저노트라는 브랜드가 있기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투자가 큰 도움이 됐고, 이 고마움을 갚고자 방법을 찾은 것. 파우치를 만들고 남은 가죽을 활용한 카드지갑을 원가에 가깝게 공급해 이를 통해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했단다.

윈저노트 파우치를 만들 때, 가죽 원단에서 일부분을 잘라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고 남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당연히 이 부분은 모두 폐기. 버려지는 (비싼) 가죽을 살리면서, 고마움도 알리고, 덤으로 홍보 효과까지 볼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마워서 만든 카드지갑을 그럼 좀 살펴보자. 구성이 특이하진 않다. 앞뒤로 카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두 군데. 그리고 가운데 포켓이 있어 여기에 카드를 하나 더 넣을 수 있다. 그러니 카드는 총 다섯 장을 넣을 수 있는 셈.

가죽은 윈저노트 파우치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사피아노 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가죽 질 자체는 메이커가 밝힌 바처럼 좋은 편이다. 그리고 윈저노트 파우치에서 겪었던 가죽이 우는 일도 작은 카드지갑의 특성과 제품 자체의 특징으로 겪을 수 없었다.

평범한 카드지갑이지만, 나름의 특징도 갖췄다. 첫 번째는 넣을 수 있는 카드의 종류. 카드지갑은 신용카드 크기에 알맞게 나오는 게 보통으로, 명함을 넣긴 쉽지 않다. 하지만 윈저노트 카드지갑은 카드를 넣는 부분의 가로 길이를 조금 넉넉하게 가져가 명함을 두어 장 넣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명함을 한두 장 넣어 다니면서 미처 명함 지갑을 들고 가지 않은 곳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고, 계산하면서 이벤트에 응모함에 명함도 한 장 넣을 수 있겠다.

테두리 부분이 제법 두껍다. 

두 번째는 카드지갑이 도톰하다는 점이다. 카드지갑은 부피를 생각해 점차 얇고 가볍게 나오곤 하는데, 이때 문제는 카드를 단단히 잡아주지 못해 지갑과 카드가 휘고, 가죽이 울고, 쉽게 망가진다는 점이다. 윈저노트 카드지갑은 가죽의 질감을 살리면서 도톰하게 구성해 카드와 명함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RF-ID 차단막도 한 겹 넣어 교통카드를 넣으면 간섭없이 쓸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세 번째는 가격이 저렴하다. 펀딩 가격은 배송비를 포함해 2만1천8백원. 여기에는 카드 수수료 등 기타 제반 비용이 포함돼 있으며, 와디즈 펀딩 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제품 원가는 1만2천원에 불과하다.

천연 가죽을 이용했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폐기한 가죽 원단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윈저노트가 별도의 마진을 생각지 않고 한정 펀딩을 하기에 이 정도의 가격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시중에 나와 있는 가죽 제품, 그리고 카드지갑에는 가격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한다.

실제로 써보니 이렇더라

최소한의 마진을 위해 작은 택배 봉투 안에 담겨 도착한 윈저노트 카드지갑. 원래 쓰던 카드지갑(이 제품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받은 것이다.)을 잠시 옆에 두고 윈저노트 카드지갑을 들고 몇 주를 보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카드 덜어내기. 교통 카드, 카드형 집 열쇠, 교통 카드, 용도에 따른 생활비 카드 세 장까지 여섯 장이 들어가던 카드 지갑에서 다섯 장을 추려 윈저노트 카드 지갑으로 옮겨 담았다. 이정도야 다른 카드지갑에서도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쓰다 보니 카드지갑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두께 때문이었다. 조금 도톰하게 만들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문제는 카드의 넣는 방향. 양면이 모두 위에서 아래로 넣을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옆으로 돌려보면 가운데를 중심으로 V자 구조를 띠게 되는 게 문제였다.

차라리 반대쪽은 거꾸로 집어넣을 수 있도록 했다면 두께가 분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카드를 넣는데 오히려 혼선이 생겼을까? 다른 카드지갑과 달리 튼튼하긴 하지만, 도끼날을 연상케 하는 카드지갑이 달갑진 않다.

다른 카드를 빽빽하게 넣고도 교통카드는 문제없이 인식된다. 처음 설계는 RF-ID 원단이 두 장 들어가도록 했으나, 공장과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한 장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교통카드 인식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카드 자체의 신호나 단말기의 인식 강도 정도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교통카드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 이 기능을 강조했다가 두 차례에 걸쳐 공지할 정도로 큰 이슈였다. 다행히 에디터는 큰 문제 없이 쓰지만, 아쉬워할 사람도 분명 있으리라 싶다.

실제로 교통카드는 잘 인식했으나 비슷한 방식으로 동작하는 카드형 집 열쇠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잠긴 문을 열려면 매번 카드를 꺼내 직접 태그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저렴한 가격. 과연 사람들은 알 수 있을까? 윈저노트 카드지갑을 쓰는 동안 업무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만난 모든 사람에게 카드지갑을 보여주며 예상 가격을 물어봤다.

구체적인 차트까지 만들진 않았지만 어림잡은 평균 예상가격은 8만원 전후. 어쨌든 2만1천8백원이라는 가격에 다들 가볍게 놀라는 모습을 보며, 품질 대비 괜찮은 가격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다. 가격을 유독 박하게 준 의견이 몇 있어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브랜드 표지 등이 전혀 없는 ‘심심한 디자인’이라서라는 의견이 있었다.

세상에 밑지는 장사는 없다.

윈저노트 카드지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마진율 0%를 들였으니 노동력과 인건비, 시간 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밑지는 장사였을 테다. 하지만 이번 펀딩으로 윈저노트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호감을 얻었으며, 동시에 이어지는 펀딩의 발판을 만들었으니 전혀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설사 조금 남기면 어떻담. 저렴하게 훌륭한 품질의 카드지갑을 받았기에, 아끼며 잘 써주려고 한다. 윈저노트 클러치보다 더 만족스러운 펀딩이었다.

그는 좋은 카드지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