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 공유기 시장의 트렌드는 메시(Mesh)가 아닐까? 아니 축구 말고 공유기. 그물망이라는 뜻처럼 네트워크 신호를 촘촘히, 그리고 넓게 구성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그만그만!

메시 시스템은 두 대 이상의 공유기를 이용해 와이파이 신호와 범위를 넓힌 기술을 뜻한다. 와이파이 익스텐더 같은 액세서리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메시 시스템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차원의 통합을 이른다. 하나의 SSID를 공유하면서 채널을 자연스레 전환해 두 대의 공유기를 쓰지만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된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다.

공유기 제조업체에선 이 메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해답을 내놓았다. 그중 넷기어에서 내놓은 답은 메시 시스템은 라우터와 새틀라이트로 이름 붙은 두 대 이상의 싱크된 하드웨어. 오르비(Orbi)라는 이름의 이 하드웨어는 고가인데도 높은 수요를 거뒀다. 이에 힘입은 넷기어는 기존 오르비에서 기능을 좀 더 고급화한 오르비 프로(Orbi Pro)를 내놓았다. 넷기어의 메시는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오르비 프로(Orbi Pro)

오르비 프로는 두 대의 기기로 구성됐다. 두 기기가 같은 기기는 아니며, 각기 다른 역할을 맡는다. 하나의 이름은 라우터(Router), 다른 하나는 새틀라이트(Satellite)다. 이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메인 인터넷 회선을 라우터와 연결하면, 라우터는 새틀라이트에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새틀라이트는 이 신호를 그대로 다시 보낸다. 따라서 라우터 하나만 독립적으로 쓸 수는 있으나, 새틀라이트 단독으로 쓰긴 어렵다.

전작인 오르비(Orbi)보다 날렵한 디자인을 갖췄고, 부피와 무게, 그리고 발열을 줄였다. 소비 전력도 다소 줄어들었다고 한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는 상단의 색상으로도 구별할 수 있고(라우터 파란색, 새틀라이트 회식), 뒷면의 네트워크 포트 부분을 보고도 확인할 수 있다. 라우터에는 메인 회선이 들어갈 수 있는 포트가 별도로 표시돼 있다. 단순히 범위를 확장하는 새틀라이트에 네트워크 포트가 있는 게 특이한데, 아닌 게 아니라 메시 시스템에서는 유·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다. 새틀라이트에 있는 네트워크 포트에 UTP 케이블을 꽂아 다른 기기와 연결하면 다른 기기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유선 인터넷 → 오르비 프로 라우터 → (WiFi) → 오르비 프로 새틀라이트 → 유선 기기’와 같은 조합을 꾸밀 수 있다는 소리다. 무선으로 연결하는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사이의 구간이 불안해 보이지만, 넷기어의 독자적인 패스트레인3(Fastlane3) 기술을 적용해 최대 1.7Gbps 속도를 지원한다고 한다.

오르비 프로와 연결한 각 장치는 독립 쿼드-스트림 링크를 이용한 연결로 여러 기기가 동시에 접속해도 네트워크 병목현상이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단순히 무선 확장기(WiFi Extender)를 쓰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여러 기기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무선 확장기를 쓰면 왜 안정적이지 않을까? 이는 무선 확장기를 통할 때 송수신 과정 때문이다. 기기의 무선 신호 요청을 받은 후 공유기에 신호를 전달하고, 다시 공유기로부터 받은 신호를 기기에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성능이 감소하기도 한다. 그 결과 공유기의 최대성능을 구현하려면 무선 확장기의 성능이 그만큼 좋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또한, 무선 확장기는 별도의 SSID를 쓰므로 네트워크 체계가 복잡해진다.

반면에 오르비 프로는 통합된 SSID를 활용하고, 독립 링크를 활용하기에 이런 문제에서 벗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데이지 체인(Daisy Chain) 기술을 통해 새틀라이트 사이에서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무선 커버리지를 촘촘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무선 확장기 시스템과 차별화된 점이다.

오르비 프로 for Business

오르비 프로 라우터와 새틀라이트의 통합 메시 시스템의 커버리지는 464㎡, 약 140평에 이른다. 기본 패키지엔 라우터와 새틀라이트가 하나씩 있지만, 새틀라이트를 추가해 더 연결할 수 있다. 새틀라이트가 추가될 때마다 커버리지는 232㎡씩 커진다고 한다. 기본 패키지만 해도 일반 가정집 기준으론 아득한 거리인 만큼, 오르비 프로는 중·소 규모의 사업장에서 활용하기 좋다.

설정도 간단하다. 기존 공유기를 완전히 대체해도 좋고, 기존 공유기에서 하나의 선을 빼서 오르비 프로 라우터에 연결해도 된다. 넷기어 초기설정은 PC 혹은 스마트폰에서 설치 마법사를 거쳐 수 분 만에 기본 쓸 수 있을 만한 정도로 설정을 끝낼 수 있다.

내부 편의 기능도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오르비 프로를 설치한 상태에서 2.4/5GHz 듀얼밴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세 가지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다. 권한에 따라 네트워크 관리자, 직원, 게스트 WiFi로 나눌 수 있다.

직원 WiFi에서는 네트워크 설정 변경을 제한하거나 내부 접근 권한을 나눌 수 있고, 게스트 WiFi에서는 인터넷 시작 전 약관 동의를 받거나 연결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여기에 초기 페이지 리다이렉트 기능을 더했다. 조금 쉬운 비유를 들자면 스타벅스 무료 WiFi를 시작할 때, 동의를 받고 신세계 광고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

라우터와 새틀라이트의 기본기도 탄탄하다. 고성능 쿼드 코어 710MHz 프로세서와 512MB 램을 갖췄다. 무선 접속 기기의 위치를 판단해, 연결 신호 세기와 방향을 조절하는 빔포밍+ 기능, 무선 기기의 위치에 따라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중 더 신호 세기가 큰 쪽의 신호를 받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밴드 스티어링 같은 기능을 갖췄다.

테스트를 위해 실제로 오르비 프로로 네트워크를 구성한 후 한 SSID를 연결한 후 사무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터넷 속도와 쾌적함 정도를 측정해봤다. 신호 세기에 따른 문제는 없었고, 인터넷 속도도 안정적이다. 이는 아마 기가비트 이상의 속도를 지원하는 기가인터넷 환경이라면 더 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또한, 기존 인터넷 오르비 프로의 금액은 70만원 선. 저렴한 인터넷 공유기만 봐왔다면 선뜻 손이 갈 만한 가격은 아니다. 업무용을 표방하는 만큼 가정비에서 쓰기엔 과한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복층 사무실에서 같은 네트워크로 작업하고자 한다면, 복잡한 공사 대신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오르비 프로가 매력적이겠다. 분명한 성격의 기기인 만큼 분명한 수요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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