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노트북 좀 알아볼까’하고 어디 가전 전문 매장의 전단을 뒤적거리면 다양한 브랜드의 수많은 노트북을 만나볼 수 있다. 판매처에 따라 다른 모델명,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제원… 관심은 금세 시들어 ‘노트북이 다 거기서 거기지’하고 전단을 덮어버리게 된다.

 

이런 일은 컴퓨터 브랜드에서 노트북을 너무 다양하게 만드는 데서 빚어지는 문제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와 같은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양한 메뉴는 고속터미널 앞 식당에서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이 제품을 왜 샀어야만 했는지 이유를 들고 싶어 한다. 그 이유에 브랜드의 안배가 담겨있는 건 차치하더라도, 분명한 타겟을 잡은 제품이 더 매력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HP가 채택한 브랜드 로드맵은 설득력이 있다. 핵심 타겟을 대상으로 한 제품군 계획, 그리고 최소한의 옵션. 이 전략이 맞물려 HP의 브랜드는 힘을 갖게 됐고, 다시 이 점이 내가 HP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HP Envy 13

HP Envy(엔비) 시리즈는 엔트리 모델에 가까운, 그러니까 ‘고급형스러운 보급형’을 표방하는 제품이다. 그러나 단순히 고급스러운 보급형 노트북으로만 보기엔 매년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으로 가치를 더했다. 올해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HP Envy 13도 마찬가지다.

 

 

우선 세련된 HP 로고부터 감상하자. 오래된 로고를 바꾸는 건 큰 모험이지만, HP의 로고는 그 모험을 감수할 정도로 낡았었고, 새롭게 등장한 로고는 달콤했다. 결과적으로 HP의 세련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 디자인에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단단하지만 날렵한 알루미늄 소재.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접이식으로 만든 USB 타입A 단자나 다마스쿠스 무늬를 입혀놓은 힌지 뒷면, 그리고 상판을 들어 올렸을 때 보이는 스피커 패턴은 엔비가 보급형 제품에 가깝다는 사실을 잊게 하는 요소다.

 

 

무게는 1.3kg으로 요새 유행하는 초경량 노트북과 비교하면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나 휴대하기가 곤란한 수준은 아니다. 덧붙여 충전기 또한 벽돌 수준의 충전기가 아닌 플러그 부분에 어댑터가 바로 붙은 휴대하기 좋은 충전기. 배터리 성능이 나쁘지 않아 자주 들고 다니진 않았지만, 여러모로 휴대하기 좋은 구성품이다.

 

 

노트북을 열면 키보드가 살짝 올라오는 게 보인다. 이는 ‘리프트 힌지’ 때문인데, 상판의 일부가 하판을 살짝 받쳐 하판을 들어 올린다. 이러면 키보드가 살짝 기울어 손목을 무리하게 꺾지 않아도 키보드를 쓸 수 있으며, 동시에 열 배출에도 효율성을 찾을 수 있다.

 

다만, 테이블에 올려놓고 작업할 때 손목에서 체감될 정도의 각도가 움직이려면 화면을 120˚ 이상 젖혀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 일반적인 작업환경에서 손목의 편안함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무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이 여느 때보다 나아지면서 올해 새 CPU를 탑재한 노트북의 성능 또한 대폭 개선됐다. 이는 HP 엔비 13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 사양 기준으로 i7-8550U, Intel UHD Graphics 620과 NVIDIA Geforce MX150, 8GB RAM, 256GB SSD를 탑재해 다양한 환경에서 컴퓨팅을 지원한다. HP 엔비 13을 들고 업무 대부분을 진행했는데, 오피스 업무는 물론이거니와 포토샵을 통해 RAW 파일 수정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몇 가지 벤치마크 테스트를 보면 꽤 유의미한 결과를 볼 수 있는데, 특히 눈에 띄는 건 SSD 속도다. 1GB 데이터를 5번 읽는 테스트에서 엔비 13은 3,327MB/s, 쓰기는 1,106MB/s를 기록했다. 대단히 빠른 속도로 전작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였다.

 

엔비디아 지포스 MX150은 외장 그래픽카드로 정확한 성능은 명시돼 있지 않다. 지포스 960 전후의 성능을 갖춰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내장 그래픽 카드보다는 나은 성능을 갖춰 다양한 용도에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외부 입력 입력 단자가 충분히 있어(USB 타입A*2, USB 타입C, 마이크로SD카드 슬롯) 외부 저장장치나 기기를 연결하기 좋은 점도 업무에 활용하기 좋았다. 다만, HDMI 단자가 없는 건 때때로 아쉬웠는데, 풀타입 USB 타입A도 접이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살려둔 터라 HDMI 단자를 살리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USB 타입C 단자가 있어 충전을 지원할 줄 알았으나, 이 부분을 통해 충전이 어려운 점도 아쉽다.

 

 

업무로 활용할 때 높은 만족감을 준 부분은 키보드다. 트래블 디스턴스가 1.3mm인 HP 엔비 13의 키보드는 일반 펜터그래프 키보드보다 훨씬 누르는 깊이감이 뛰어나 경쾌한 느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과제암살자 같은 설계는 아니다.

키 배열은 살짝 혼란스러웠는데, 모바일 키보드에서 쉽게 볼 수 없던 home, end, page up/down 키 덕분이었다. 백스페이스의 위치를 가늠해 연타하다 보면 home을 눌러 문장의 처음으로 돌아가 앞 문장을 지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왼쪽 alt 키가 조금 큰 감이 있어 상대적으로 스페이스 바가 희생됐다. 왼쪽 손가락으로 스페이스 바를 누를 때,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글을 쓰면서 느꼈던 문제.

 

엔터테인먼트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좌우 베젤이 줄어든 만큼 좀 더 몰입도가 향상됐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다른 노트북과 비교해 두툼하게 남아있는 하단 베젤은 못내 아쉽다. 13인치 화면이 쉽게 체감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사운드도 무척 만족스럽다. HP 제품군이 뱅앤올룹슨(Bang&Olufsen) 스피커를 채택하기도 했거니와 4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풍부한 음향 덕분이 아닐까 싶다. 밖에서 외부 스피커를 쓰지 못함이 아쉬울 정도로 사운드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없었다.

 

 

요새 유행하는 배틀그라운드도 그래픽 전체 품질을 ‘낮음’으로 설정하면 즐길 수 있었다.

게임용으로 쓰기엔 조금 부족한 성능이지만, 이른바 ‘성능 타협’을 하면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고성능이 필요한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을 어떻게든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돌릴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자. 물론 게이머의 만족감을 채워주긴 어렵다.

 

HP가 밝히는 배터리 이용시간은 최대 14시간. 급속충전을 지원해 45분 충전으로 50%까지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작업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사무 업무를 윈도우10에서 제공하는 향상된 성능 모드로 쓰자 하루 업무는 안정적으로 볼 수 있었다. 먼 곳으로 출장을 떠나지 않는 이상 충전기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편의성

사소하지만, 편의 기능도 개선됐다. 대표적인 기능은 지문 인식 기능. 기기 우측면에 놓인 지문 인식 센서는 윈도우 헬로(Windows Hello)와 함께 빠르게 이용자의 신원을 파악한다. 지문인식 센서라는 느낌을 주기엔 좀 부족하고, 전원 버튼은 왼쪽, 로그인을 위한 지문인식 센서는 오른쪽이라 빠릿빠릿한 인상을 주진 않지만,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생체 정보로 문서 잠금 등을 지원하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또한, 터치 디스플레이를 지원해 직관적으로 쓸 수 있다.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이따금 트랙패드로 업무를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러면 이제 곧바로 손이 모니터로 향한다. 세심한 작업은 마우스 같은 전문 입력 도구가 필요하겠지만, 사무를 볼 때, 마우스를 쓰지 못할 외부에서는 트랙패드보다 터치 인터페이스가 훨씬 빠르고 직관적이다.

 

내 거친 손길에 생채기라도 생길까, 디스플레이에는 코닝 고릴라 글라스를 채택해 긁힘을 막았다고 한다. 별도의 필름을 붙이지 않고도 자유롭게 손을 가져갈 수 있다.

 

 

휴대성, 그리고 성능의 균형

HP 엔비 13의 가장 큰 강점은 적당한 예산으로 휴대성과 성능의 균형을 잘 잡았다는 점이다. 휴대가 불편하지 않은 정도에서, 다양한 용도로 두루 쓸 수 있는 활용도가 HP 엔비 13의 강점이다. 여기에 프리미엄 디자인은 덤.

 

반대로 이 무던함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휴대도 무난하고 성능도 무난한 기기는 다시 말해 휴대성도 애매하고 성능도 애매한 기기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앞서 말한 HP의 브랜드 전략과 맞지 않는 기기로 보일 우려도 있다.

 

 

하지만 고급형 제품인 스펙터의 장점을 한껏 흡수하면서, 프리미엄 디자인, 그리고 보급형에 알맞은 가격을 갖춘 HP 엔비 13을 외면하긴 쉽지 않다. 이에 디자인과 성능, 편의성의 개선이 더해져, 보급형 노트북이라 보기 힘든 다재다능함을 자랑한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것저것 하면서 휴대도 신경 써야 할 ‘평범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고, 그런 이용자에게 HP 엔비 13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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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합리성
박병호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