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무실에 앉아 일을 했던 시간을 전부 합치면 아마 1만 시간은 거뜬히 넘길 것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내가 정말 그 정도의 성장을 했는가에 대한 물음은 차치하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그 1만 시간 동안 내 허리의 내구도는 많이 닳았다는 사실이다. 앉아서 일하는 게 편하다가도, 조금씩 허리가 갉아 먹혀지는 듯한 느낌이 자주 찾아왔다. 그러던 와중에 스탠딩 데스크의 첫 경험을 데스커 리프트업 데스크로 시작하게 되었고, 사용한지 두 달이 지났다. 스탠딩 데스크는 소소하지만 상당히 많은 것을 변화시켜주었다.

 

 

1. 더 이상 허리가 아프지 않다

스탠딩 데스크가 권하는 사용 경험은 간단하다. 책상에서 작업을 할 때 앉았다, 일어났다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허리 건강을 지키고,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 허리가 뻐근해질 때쯤이면 책상을 쓱 올리고 일어난다. 자동으로 허리는 쭉 펴지고 허리에 가해지던 부담이 사라진다. 남들이 다 앉아있을 때 혼자 우뚝 일어나 있는 상황이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충분히 익숙해진다. 그리고 시선보다 더 중요한 건 내 허리니까. 실제로 나는 앉아있는 것보다 서서 일하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너무 오래 앉아 있거나 너무 오래 서 있는 게 아니라 자주 자주 자세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오래 누워만 있으면 등에 욕창이 생기듯 한 가지의 자세를 너무 오래 유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일을 할 때는.

 

 

2. 신체 리듬과 분위기가 환기된다

일하다가 잠깐 휴식도 취하고 그러면 되는데 그걸 굳이 일어나서 일을 하라니? 라는 물음을 가진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꼬박꼬박 스스로 휴식 시간을 챙기는 게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두어 시간은 훅 지나가기 일쑤고,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바람을 쐬더라도 다시 자리에 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 책상을 높여서 일어나서 업무를 보면, 굳어가던 신체의 리듬이 다시 리셋되고 집중력이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책상 앞에 일어나 있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

 

 

3. 소화가 잘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앉아있는다. 나도 그렇다. 밥을 조금이라도 배부르게 먹은 날에는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역일 정도로 더부룩한 느낌이 불쾌하고 장에는 가스가 차고 총체적 난국이다.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책상 앞에 일어나 있자. 놀랍도록 속이 말끔해진다. 점심을 먹고 스탠딩 데스크 앞에서 적극적으로 일어서 있던 나에게 더 이상의 소화불량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 저녁 전에 배가 고파지는 시간이 훨씬 일찍 찾아왔다. 기분 탓일까? 소화가 워낙 잘 돼서 그런가 보다.

 

 

4. 결국 집에도 스탠딩 데스크를 하나 들였다

사무실에서 스탠딩 데스크 경험을 맛보고 나니, 집에서도 사용해보고 싶어졌다. 집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거나 블로그 관리 등 개인적인 일을 한다. 사실 집에서는 자세가 더 좋지 않다. 엉덩이를 쭉 빼고 앉는 건 기본이고, 나태의 신이 몸에 들어오기라도 하는지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일절 귀찮아져서 허리 통증이 더 자주 찾아온다. 그래서 스탠딩 데스크를 하나 샀다.

 

 

데스커의 가격은 그리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모션 데스크가 56만원대, 리프트업 데스크가 그나마 28만원대). 그렇기에 10만원선의 심플한 제품을 택했다. 어차피 스탠딩 데스크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같기 때문이다. 기존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이 되는 제품이었다. 상판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두께가 훨씬 얇았기 때문에 보기에 깔끔한 점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사용할수록 가격만큼의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전체적인 안정감이 데스커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책상 자체의 무게가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얇게 만들기 위해서 작동되는 구조와 재질의 한계 때문으로 보여졌다. 데스커 리프트업 데스크가 고압가스 파이프를 사용해서 견고한 완성도와 높이 조절 시의 안정감을 전해준 것에 비해, 10만원짜리 제품은 가느다란 스프링과 철제 요소로 제작되어 있어서 조절 시 팔의 힘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부품들이 맞닿아 끽끽거리는 소음을 일으키는 점도 기분을 썩 좋게 하지 않았다. 결합부에 덕지덕지 발려져 있는 윤활제가 손에도 묻어 나온다. 바닥의 고무 패킹은 조금씩 밀린다.

 

물론 이런 것들이 당장의 기능 자체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앉아서 쓸 때, 서서 쓸 때 모두 그럭저럭 충분하다. 그러나 소소하게 애매한 부분들이 하나 둘 모여 전체적인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데스커의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어느새 다른 제품들에는 성에 차지 않는 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데스커 리프트업 데스크의 고압가스 파이프는 상판을 올릴 때 적은 힘으로도 들 수 있도록 든든하게 받쳐준다. 스위치를 누를 때의 묵직한 안정감과 스무스한 움직임도 매력적이다. 앉아 있다 일어서며 조작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데스커 모션 데스크의 경우는 손으로 들어올릴 필요도 없이, 버튼만 누르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게 매력이다. 덴마크의 리낙 모터로 소음도 매우 적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조절폭의 끝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드는 디테일까지 갖췄다. 두 제품 모두 스탠딩 데스크답지 않게 깔끔한 디자인은 눈까지 즐겁게 한다.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이라면 조금 더 신경 써서 택해야 한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당장 손에 닿는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편안한 의자, 마지막으로 데스크 라이프의 모든 것을 변화시켜줄 스탠딩 데스크까지. 특히 책상이라면 한 달에 한 번 바꾸는 게 아니라 몇 년이고 사용하니까 제대로 골라야 한다. 그게 바로 책상 앞에 있어야 하는 모두에게, 데스커를 추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