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얼리펀딩 도전기 #01 윈저노트 클러치 편을 보고 오셨죠?

 

그래요. 저는 가방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게 크라우드 펀딩은 지옥이라는 이름의 천국입니다.
지옥인 이유는 지갑이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요.
천국인 이유는 사고 싶은 아이디어 가방이 쏟아진다는 이유에서죠.

 

 

심지어 가방 사려고 연 지갑마저 크라우드 펀딩에서 산…(이하생략)
아무튼 클러치는 무사히 도착했고 저는 지금 열심히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대충 이야기했지만, 저는 왜 이 클러치백을 쇼핑… 아니 투자했을까요?

 

 

사람을 믿게 하는 것은
공감에서부터…

다소 격렬한 어조로 썼던 지난 미니헤드 선풍기 글에서도 볼 수 있지만, 크라우드 펀딩 메이커는 예비 투자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믿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전 얼굴도 못 본 사람을 믿게 할까요? 다양한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 시작은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도 보기보다 짐이 많습니다.‘라는 카피가 그래서 더 눈에 밟혔습니다. 저는 정말 짐이 많거든요. 자질구레한 상비약부터, 메모, 스마트 디바이스까지… 잔걱정과 함께 소지품을 내려놨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짐은 맨몸으로 나갈 수 없게 합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큼직한 스마트폰과 에어팟, 지갑만 해도 이미 맨몸으로 나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면 결국 한 손을 못 쓰는 거고요. 이러나저러나, 작은 가방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소리죠.

 

그래서 윈저노트(Windsor Knot) 브랜드를 들고나온 가방 중 유독 클러치백이 앵콜까지 이어지고, 대성공을 거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처럼 어정쩡한 소지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던 분이 많으셨겠죠.

 

 

한정된 수량의 매력

제 개인적인 펀딩 사례를 돌아보면, 망하는 첫 번째 지름길은 감당하지 못할 물량입니다. 속칭 ‘캐파(Capacity)’라고 부르는 생산 능력을 넘어선 수요 탓에 제품의 품질은 품질대로 망치고, CS는 CS대로 망하고, 브랜드 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종종 봐왔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 다 그렇지 뭐.’ 이런 세간의 평가. 부끄럽지도 않나요? 이런 이야기가 만연하게 된 건 크라우드 펀딩의 원래 목적과 빗나간 구매 탓도 있지만, 안일하게 대응한 메이커의 잘못이 더 크다고 봅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다는 건 실물이 아닌,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을 기만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윈저노트 클러치의 펀딩 수량 제한 정책은 브랜드의 신뢰감을 높이는 결정이었습니다. 품질 유지를 위한 리워드 수량 제한. 앵콜이 곧바로 열렸지만, 앵콜 제품은 1차 마감 후 두 달이 지나서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품질 관리를 위해 정말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1차 펀딩이 마감하기 전, 투자를 마쳤고, 초기 물량을 무사히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80일간의 윈저노트 클러치 후기

제품은 도착했고, 80일 동안 출퇴근용으로, 사석에서 열심히 써봤습니다. 이제 느낀 바를 정리해봐야겠죠? 윈저노트 페이지의 ‘백화점 담당이 만들면 다릅니다’를 토대로 느낀 점을 정리했습니다.

 

 

오늘의 소지품. 이게 모두 저 클러치에 들어갑니다.

1) 넉넉한 수납공간
그렇습니다. 넉넉합니다. 기존에 있던 클러치 백은 옆면이랄 게 따로 없어 물건을 조금만 넣어도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습니다. 윈저노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크기가 큽니다. A4용지가 훌쩍 들어가는 크기라 서류를 들고 다닐 때 문제없이 쓸 수 있습니다.

 

심지어 12~13인치 노트북도 안정적으로 넣을 수 있어, 가끔 서류를 꺼내는 대신에 맥북 12인치를 꺼냈습니다. 화들짝 놀라는 상대의 반응은 덤이었고요.

 

 

2) 써본 사람만 아는 불편함
이어폰 엉킴, 교통카드와 명함 찾기. 클러치에 와장창 넣어두면 찾기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윈저노트 클러치에는 교통카드 수납공간, 명함 수납공간, 머니클립용 장식을 응용해 이어폰을 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통카드 수납공간은 확실히 편리했습니다. 교통카드를 딱 꽂아둔 다음 클러치의 오른쪽 상단을 슬쩍 가져가면 귀신같이 인식했거든요. 다만, 이 장점은 클러치만 들고 다닐 때, 혹은 클러치에 보관할 전용 교통카드가 있을 때로 한정하겠습니다. 이리저리 가방을 바꿔 다니면 카드 한 장만 옮기는 게 불편해 별도의 카드 지갑을 애용하게 되네요.

 

명함 수납공간은 좀 불만입니다. 얇은 명함 3~4장이 들어갑니다만, 실제 명함을 쓸 때는 이보다 더 쓰는 일이 잦아 마찬가지로 별도의 명함 지갑을 들고 다니게 되네요.

 

이어폰 클립은 더더욱 불만이에요. 일단 제가 유선 이어폰을 안 쓰는 이유가 크겠죠. 괜히 단단한 쇠가 내부 내용물을 긁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트북을 넣는 사람이 많진 않을 것 같지만,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를 야무지게 긁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유선 이어폰도 잘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소지품에 걸려 슬쩍 풀리고, 그다음은… 기회가 닿으면 아예 클립을 빼버릴까도 고민 중입니다.

 

 

사피아노 패턴

3) 디자인/최고급 소재/완벽한 마감
디자인은 만족스럽습니다. 누가 자꾸 SMS 아이콘, 혹은 G메일 아이콘 같다고 해서 조금 상심했지만, 그래도 전 보다 보니 정드네요. 국내산 최고급 사피아노 가죽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가죽질은 전문가가 아니니 넘어갈게요. 주변의 평으론 나쁜 가죽은 아닌 것 같다고 하네요.

 

 

가죽도 울고, 저도 울고…
툭 튀어나오니, 제 마음은 툭 떨어지고…

마감도 꼼꼼합니다. 바느질이나 테두리 부분 등, 허투루 만든 부분은 없네요. 다만, 들고 다니다 보니 조금씩 틀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묵직한 클러치다 보니 잡는 방식이 고정되고, 그러면서 열과 땀, 압력 등 여러 변인이 모여 점차 클러치 한쪽이 두드려 맞은 듯 눌린 채로 나오지 않게 됐습니다. 가죽이 좀 울었어요.

 

 

그래도 (일단은) 합격 드릴게요.

가방은 개인 맞춤 제작이 아닌 이상에야 완벽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생활 패턴이 다른 이상, 기성품으로 품을 수 없는 한계는 물론 있겠죠. 그런 점에서 꼼꼼히 살펴본 윈저노트 클러치백은 적어도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자리에 클러치를 들고 다닐 순 없겠지만, 적어도 클러치 백이 요긴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윈저노트 클러치백은 제 몫을 충분히 잘 해 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윈저노트 제작사에서 감사의 의미로 새로운 펀딩을 진행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볼게요.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떠세요? 합격? 불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