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인터넷을 달아도 속도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평균 이하로, 어느 누군가는 최대치에 근접한 속도로 쓴다. 어떤 가정은 두루두루 빠른 속도를 즐기는 반면 어떤 가정은 두세 사람이 속도 저하를 경험한다. 재밌는 사실은 이들 모두 같은 돈을 낸다는 거다. 좋은 공유기가 필요한 이유.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다.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공유기에 돈을 조금 들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호갱이었다

무려 70GB. 한 달 동안 사용하는 데이터양이다. 용도는 주로 스트리밍이다. 와이파이는 사용하지 않는다. 느려터진 속도를 참고 견디느니 LTE 데이터를 쓰는 편이 차라리 속 편하다. 가끔은 LTE 데이터를 쓰다가도 복장이 터지긴 한다. 기본량 소진 시 3Mbps로 속도 제한이 걸리는 탓이다. 8Mbps는 1MB니까, 환산하면 대략 0.35MB/s인 셈이다.

 

 

미친 듯 떨어지는 속도에 스마트폰을 내던질 뻔했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좋은 공유기로 와이파이 속도를 끌어올리면 될 텐데?’ 인터넷 요금은 인터넷 요금대로, 비싼 통신 요금은 통신 요금대로….  이거 참 호갱이 따로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나만 그럴까? 인터넷서비스사업자(IPS)가 설치해 준 공유기를 몇 년째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다. 분명 같은 요금을 내고도 제 속도를 충분히 쓰지 못하고 있을 테니까.

 

이참에 광랜 속도라도 온전히 살려보자 싶었다. 쓸 만한 라우터를 찾아 온라인 몰을 기웃거리는 찰나. 운 좋게도 리뷰용으로 들어온 넷기어 나이트호크 X4S AC2600 R7800을 손에 넣었다.

 

 

비싼 건 다르구나

비싼 건 역시 뭔가 다르다. 생김새부터 압도적이다. 큼지막한 크기에 넷기어 특유의 날 선 디자인이 살아 있다. 날카로운 디자인의 안테나도 4개가 달렸다. 모두 탈부착 형이다.

 

 

측면과 바닥엔 열 배출구가 있다. 후면엔 기가비트를 지원하는 랜포트가 4개 있고, USB 3.0 포트는 2개, e-SATA 포트도 1개 있다. LED 조명을 끄는 버튼도 존재한다. 요즘 트렌드인 ‘모던’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비주얼 하나만으로 ‘고성능’을 암시한다. 한마디로 포스 좀 있다.

 

 

압도적인 힘으로

감상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부랴부랴 특징부터 찾아 읽었다. 게이밍과 스트리밍에 특화된 공유기란다. 오! 스트리밍! 마음에 쏙 든다. 스펙도 살폈다. 슬쩍 봐도 헤비유저 급이다. CPU는 퀄컴 1.7GHz 듀얼코어다. 128MB 플래시512MB 램도 붙었다.

 

기능은 어떨까? 빵빵한 스펙으로 최신 802.11ac 표준인 Wave2까지 지원해 최대 속도를 1.73Gbps까지 올릴 수 있다. 4Tx-4Rx 쿼드 스트림 기술로 5GHz에서 최대 1,733Mbps 속도를 뽑아내고, 2.4GHz에서 최대 800Mbps 속도를 낸다. 안테나 1개(1Tx-1Rx)당 속도(5GHz, 433Mbps/2.4GHz, 200Mbps)를 묶어 최대 속도를 만드는 거다.

 

 

고급 기술도 다 갖췄다. MU-MIMO(Multi-User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술로 여러 기기로 동시에 신호를 보낼 수 있다. R7800은 최대 4대의 기기를 동시에 스트리밍한다. 덕분에 다수의 사용자가 큰 속도 저하 없이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여기에 빔포밍 플러스와 다이내믹 QoS로 안정적인 연결과 넓은 커버리지를 보장한다. 빔포밍 플러스는 움직이는 디바이스를 스스로 추적해 강한 신호를 집중해서 쏘아주는 기술이다. 어떤 장소에서 기기를 사용하든 높은 신호를 유지해 준다. 다이내믹 QoS는 지연에 민감한 게임이나 영상 스트리밍을 이용 중인 기기를 감지한 뒤 최우선으로 트래픽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래서 게이밍과 스트리밍에 특화되었다고 했나 보다.

 

5GHz에서 채널대역폭도 160MHz까지 지원한다. 80MHz를 지원하는 여느 공유기와 분명히 다른 점이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기기는 1Tx-1Rx 내지 2Tx-2Rx를 지원하기 때문에 공유기가 4Tx-4Rx를 지원하더라도 실제론 2Tx-2Rx 이하로 연결된다. 즉 866Mbps(433+433Mbps)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것. 채널대역폭을 두 배로 늘리면? 당연히 2배 빨라진다. 2Tx-2Rx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어도 채널대역폭을 160MHz로 설정하면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기가비트 인터넷에 한정한 얘기다. 광랜은 R7800와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최대 속도에 도달하기에 대역폭을 바꿔봤자 큰 의미 없다.

 

 

쉬운 듯 어려운 너

특징을 쭉 훑어보니 고급형으로 불릴 만하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어차피 광랜인데 1.72Gbps가 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광랜이어도 성능 좋은 공유기를 달면 자체 최고 속도를 구현하기 더 수월하다. 광랜 최대치인 100Mbps만 온전히 구현해도 게임을 하거나 스트리밍 영상을 즐기는 데 모자람이 없다.

 

 

우선 설치부터 했다. 아주 간단했다. 전원을 넣고 랜선을 꼽고 관리자페이지(routerlogin.net)에 접속해 SSID와 패스워드만 설정해 주니 끝났다. 전용 앱 Genie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앱에선 디바이스 연결 정보와 신호 강도 등을 확인할 수 있고, SSID나 패스워드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게스트 와이파이 설정과 자녀보호 모드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디테일한 설정 변경을 위해선 관리자페이지에 다시 접속해야 한다. 여길 건드리려면 공부가 조금 필요하다. R7800의 주요 기능을 켜고 끄는 곳인데, 이 부분에 대한 안내는 가이드에 나와 있지 않아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다.

 

 

뒤집어 놓으셨다

기본 설정만 마치고 속도 테스트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의 와이파이 환경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광랜에서 평균 다운로드 속도를 85Mbps 이상 뽑아주니 신세계가 열렸다고 할 수밖에.

 

 

2.4GHz에선 30~40Mbps를 보여줬지만, 5GHz에서는 80~95Mbps를 유지했다. 신호가 안정적일 땐 99Mbps까지 기록했다. 광랜 최대치에 근접한 거다. 4K 영상을 스트리밍하려면 최소 25Mbps 속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데,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데 차고도 넘치는 속도를 보여줬다. 기가비트 인터넷을 160MHz 채널 대역폭으로 썼더라면 여러 기기에서 4K 영상을 스트리밍해도 거뜬했겠다.

 

 

어떤 기기든 다 드루와

압도적인 속도 향상만큼 R7800을 빛내주는 건 동시 스트리밍, 안정적인 신호, 넓은 커버리지다. 속도는 둘째치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다. 그중에서도 MU-MIMO. 가장 기대한 기능이기에 냉큼 테스트해 봤다.

 

 

R7800의 쾌적함을 보라!
보급형 공유기는 끝내 1440P 영상을 스트리밍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1대, 랩톱 1대, 태블릿 1대를 5GHz에 물려 놓은 다음 각각 1440P 유튜브 영상, 1080P 실시간 방송을 틀고, 모바일 게임을 돌렸다. 버퍼링 한 번 발생하지 않고, 아주 쾌적하게 돌아갔다.

 

빔포밍 플러스와 다이내믹 QoS는 또 얼마나 좋을까? 이번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들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속도를 재고, 영상을 재생해 봤다.

 

 

제일 먼저 거실. 쾌적한 속도! 밥 먹으면서 보는 영상은 더 재밌다.

 

 

작은 방에서도 슬쩍. 강한 신호가 벽을 뚫고 도달했다. 와이파이 속도가 느리다는 누나의 짜증도 이제 안녕.

 

 

화장실에서도 한번. 볼일 보면서도 스트리밍은 포기할 수 없지.

 

안방, 작은 방, 거실, 화장실, 심지어 윗집까지 올라갔다. 윗집을 제외하곤 신호가 떨어지는 건 발견하지 못했다. 벽에 취약한 5GHz에 연결했음에도 꾸준한 속도를 유지했다.

 

 

빵빵하구나

R7800은 딸린 포트가 많은 만큼 부가 기능도 풍성하다. USB3.0 포트 2개와 e-SATA 포트에 USB, 외장 하드를 물리면 간이 NAS나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버로 활용할 수 있고, 넷기어 다운로더를 통해 토렌트 파일을 외부 저장 장치에 곧바로 담을 수도 있다. 프린터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USB를 꽂고 영상을 불러와 재생해 봤다. 읽고 쓰는 법은 꽤 쉬웠다. Genie 앱 레디쉐어 메뉴에서 외부 저장 장치 속 영상을 간편하게 재생할 수 있었다. 레디 클라우드 앱으로 접속하면 외부에서도 저장 장치에 접근해 데이터를 올리고 내일 수 있었다. 속도가 제법 느리긴 했지만, 간이용으로 쓰기에 나름 괜찮아 보였다.

 

 

흠잡을 데가 정말 하나도 없다고?

빠른 속도, 동시 스트리밍, 안정적인 연결, 넓은 커버리지, 다양한 부가 기능. 스펙이나 기능만으로는 흠 잡을 게 없었다. Genie 앱, 레디 클라우드 앱, 나이트호크 앱 등 비슷한 앱이 산재해 혼잡하다는 것과 사용 가이드가 부족한 점은 조금 아쉬웠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한 가지 더. 160MHz 채널대역폭, 빔포밍 플러스, 다이내믹 QoS 등 R7800이 자랑하는 기술을 사용하려면 관리자페이지에 접속해 손을 봐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가이드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160MHz 채널대역폭은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고급 무선 설정에서 HT160에 체크해야 하는데, 서버를 미국으로 바꿔야 HT160 항목이 활성화한다. 알려주질 않으니 사용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어드벤처 게임도 아니고, 이게 무슨. 가이드 한 장 정도는 넣어줄 수 있잖아…. 160MHz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게 홍보하면서 사용법은 꼭꼭 숨겨두는 이유는 뭘까.

 

 

원래 최고의 교재는 교과서다

802.11ac Wave2부터 가능해진 것들. 그러니까 1.73Gbps 속도, 쿼드 스트림, MU-MIMO, 160MHz 채널대역폭 등을 모두 지원하는 공유기가 R7800이다. Wave2에 대응하는 교과서적인 공유기란 거다. 이거 하나면 와이파이 환경이 몰라보게 바뀐다. 같은 인터넷 요금을 내고도, 많은 사람이 더 쾌적하게 게임하고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비싸긴 하다. 30만9,000원으로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녀석은 아니다. 기가비트 인터넷을 사용하고, 가족 구성원이 3인 이상이고(혹은 소규모 사업장이고), 0.1초로 승부를 가르는 게임을 즐기고, 4K 스트리밍 영상을 자주 보고, NAS를 애용하는 사용자. 이 조건을 웬만큼 만족하지 않는다면 본전 생각날 수도 있다. 물론 사치를 부려도 괜찮다면 광랜 사용자도 욕심내 볼 만하다. 동시 스트리밍, 안정적인 신호, 넓은 커버리지는 정말 매력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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