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도래하면서 개인적으로 다짐한 것은, 휴가를 아끼지 말자는 것이었다. 휴가를 쓰려고 마음먹으면 꼭 귀신같이 일이 터지거나 아니면 일이 어그러졌다. 그래서 그냥 가고 싶을 때 와장창 다녀오자는 마음을 먹었고, 얼마 전 홈쇼핑에서 발견한 라오스 패키지 상품을 결제할 때까지도 그랬다.

 

그런데 휴가 가는 사람 붙잡고 사진 찍어달라고 카메라를 건넬 줄은 몰랐지. 휴가비도 없는데. 사진 찍으러 가는 여행도 아니고 그냥 쉬러 떠나는 여행인데. 갑작스레 떠나는 휴가마저 일이 발목을 붙잡는다니. 인생은 이처럼 한 치앞을 모르는 것이다.

 

 

결국, 개인적으로 쓰는 카메라도 두고 좋은 리뷰를 위해 올림푸스의 고화질 터프 카메라. TG-5만 들고 라오스로 떠났다.

 

 

올림푸스 Tough 시리즈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장을 꼽자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 아닐까? 작은 크기의 휴대성을 자랑했던 콤팩트 카메라는 더 작으면서도 뛰어난 화질과 편의성을 갖춘 스마트폰 덕분에 설 자리를 빠르게 잃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시장은 1인치 이상의 센서를 탑재한 고성능 콤팩트 카메라특수한 환경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수 카메라 정도다.

 

 

올림푸스 Tough 라인은 이중 후자에 속한다. 가혹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기기 자체의 신뢰도와 편리한 조작성, 다양한 액세서리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확장성을 갖춰 어떤 환경에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군이다.

 

TG-5는 Tough 라인의 최신형 모델로, 수심 15m 방수 및 방진 지원. 2.1m 낙하 테스트를 통과한 내충격 설계, 100kgf 하중을 견디고, -10˚C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등 이름만 들어도 혀를 내두를 강인함을 갖췄다.

 

내부에는 1/2.33″ 센서를 탑재했는데, 이는 이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센서다. 이만하면 스마트폰이 더 낫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대신 올림푸스는 카메라 회사로서 축적해온 데이터로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발전시켜 상대적으로 뛰어난 퀄리티의 결과물을 기대해봄 직하다.

 

 

그리고 오로지 ‘사진을 찍는’ 용도로만 쓰는 기기로서, 4배율 광학 줌이나 다양한 편의성과 뛰어난 조작감을 갖췄다는 점 또한, 스마트폰과 다른 카메라만의 장점이다. 시스템 확장성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 전면에 있는 액세서리 커버를 벗긴 후 다양한 액세서리를 연결할 수 있다.

 

제공하는 액세서리만 해도 텔레 컨버터, 어안 컨버터, 렌즈 보호 필터, 라이트 가이드, 플래시 디퓨저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렌즈에 한정한 액세서리가 이만큼이지, 카메라를 보호하는 추가 케이스나 방수 전용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정말 다양한 액세서리와 호환할 수 있다.

 

 

이번 휴가는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 플로팅 핸드 스트랩 CHS-09만 연결한 상태로 떠났다. 짧은 휴가 동안 TG-5는 어떤 결과물을 선보였을까?

 

 

라오스의 개선문이라는 빠뚜사이

라오스 with TG-5

다른 여행지라면 몰라도, 라오스를 간다고 했을 때 못 이기는 척 TG-5를 손에 든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날씨. 한창 우기인 라오스는 덥고 습할 게 분명했고, 여기에 커다란 DSLR을 들고 가기가 부담스러웠다. 두 번째는 일정. 패키지 일정에 물놀이나 집라인 등 격렬한 움직임이 필요한 일정이 있어 DSLR을 들고 갔다간 분명 땅바닥에 패대기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심 귀찮은 티를 냈지만, 한편으론 어떤 사진을 담아올지 기대되기도 했다.

 

 

올림푸스 TG-5의 크기는 113x66x31.9mm, 무게는 약 250g이다. 이만하면 바지 주머니에 슬쩍 밀어 넣을 정도는 된다. 그리고 이 휴대성은 여행 내내 빛났다. 주머니혹은 작은 가방에 넣어뒀다가 슬쩍 꺼내어 찰칵. 가볍게 꺼내서 찍을 수 있다는 휴대성은 여행용 카메라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TG-5는 기쁘게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비엔티안의 사원들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사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재미있는 시도를 해봤다. 시선을 낮춰서 촬영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필터를 씌우기도 해봤다. TG-5는 일반 콤팩트 카메라와 다르게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M 모드를 지원했기에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물론 카메라 조작에 관심이 없어도 된다. Auto 모드 혹은 P모드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비싼 카메라를 사는 이유는 훌륭한 Auto 모드 때문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게다가 RAW+JPEG 촬영을 지원하는 점도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사진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가지 않는 이상은 집에 돌아와 수정할 수 있다는 안도감. RAW 파일을 불러오자 JPEG 파일에서 볼 수 없던 넓은 계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버릴 뻔한 사진을 잘 살려놨다. 강한 햇살 덕에 암부와 명부의 차이가 컸지만, RAW 파일 수정으로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35mm 환산 기준 25mm에서 100mm에 이르는 넓은 화각도 여행용 카메라로서 TG-5를 빛나게 한다. 자는 동물을 찍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지 않아도, 적당한 거리에서 4배 광학 줌을 이용해 당기면 실감 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더운 여름,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를 위한 사소한 배려라고나 할까?

 

 

최소 초점 거리 스트레스가 완전히 없어진 것도 장점이었다. DSLR에 연결한 렌즈는 때로 최소 초점 거리가 긴 제품이 있다. 15cm 정도면 양반이고 35cm 이상 떨어져야 하는 렌즈도 있다. 이쯤 되면 음식 사진을 찍으려면 의자에서 일어나 두어 걸음 떨어지거나, 의자를 밟고 일어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TG-5는 0.01m부터 촬영할 수 있으며, 슈퍼 마크로 모드도 지원한다. 슈퍼 마크로 모드가 어느 정도냐 하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찍으면 LED 화소가 찍힐 정도다.

 

 

덕분에 테이블에 앉아서도 음식에 관한 예의를 지켜도 돼 한결 맘이 편했다. 하물며 패키지여행 중에 사진 하나 찍겠다고 벌떡벌떡 일어나면, 다른 일행들이 불편할 테니까.

 

 

F2.0에 이르는 밝은 센서는 어두운 곳에서도 꽤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도록 도왔다. 호기롭게 야밤에 나가서 찍어둔 오징어잡이 배 등불 같은 백열전구, 촛불을 켜놓고 안녕을 비는 라오스 사람들의 모습. 흔들리지 않고 깔끔한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아, 사운드 효과를 끄면 소리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행사를 방해하지 않고도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해가 진 야시장에서도 여전히 TG-5를 들고 다녔다. 이미지 프로세싱이나 노이즈 억제력을 비교해봐도 스마트폰보다 분명히 우위에 있었다. 어두운 밤에는 사진 찍는 게 아니라며 DSLR을 내려두고 다녔다면, TG-5는 여행 내내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TG-5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던 건 역시 물과 관련된 일정이 있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이름처럼 파란 블루 라군에서 수영하며 한 컷, 롱테일 보트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가며 한 컷. 보트를 타는 도중 비가 쏟아졌지만, 카메라 걱정 없이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오히려 카메라 렌즈에 흙탕물이 튀면 흐르는 강물에 카메라를 헹구고 계속 사진을 찍었다.

 

 

물론 그 전에 카메라 확인은 필수. USB 단자 부분과 배터리 부분엔 이중으로 처리된 커버가 있다. 제대로 닫았는지, 잠금장치까지 완전히 닫았는지 확인하자. 그리고 물에서 놀 땐 플로팅 핸드 스트랩도 잊지 말자. 설사 손에서 놓치더라도 바로 발견할 수 있다. 블루 라군에서 비슷한 방수 카메라로 장난치다가 호수 바닥에 카메라를 빠뜨려, 현지인 가이드 3명이 호수 바닥을 30분 동안 뒤져 찾아내기도 했다.

 

아, 한 가지 걱정되는 건 플로팅 핸드 스트랩과 TG-5를 연결하는 끈이 너무 얇다는 점이다. 다른 부분은 믿음직한 두께를 갖췄는데, 유독 카메라와 스트랩을 잇는 끈만이 너무나 얇아 걱정으로 남았다. 이러다가 중간에 뚝 끊어지면 어떡하지?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조금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두께였으면 좋겠다.

 

 

상단에 있는 LOG 부분을 켜면 GPS를 활용해 카메라를 나침반으로 쓸 수도 있고, 촬영하는 사진에 위치 정보를 정확하게 저장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GPS 트래킹도 지원하기에 내가 어디를 어떻게 이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고, 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패키지여행이었기에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좋은 여행 카메라는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메라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약 2,000장에 이르는 사진을 찬찬히 정리했다. 사진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 아닌데도 평소보다 많은 양의 사진을 찍어 조금 놀랐다. 이는 여행지에서 언제든지 부담 없이 TG-5를 꺼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은 여행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일까? 뛰어난 해상력, 추억을 생생히 전달하는 색 재현력…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본질적으론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메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화질은 그다음 문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추억을 남기기 위함이지 작품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게 아니니까. 만약 작품 사진을 찍으러 간다면 분명 그에 맞는 다른 카메라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TG-5와 함께한 라오스. 맑은 날이면 맑은 날, 흐린 날이면 흐린 날. 물속에서도 손에서 떠나지 않았기에 더 많은 양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더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덕분에 함께 떠난 가족들도 무척 만족스러워했다는 후기를 남긴다. 가족들 눈에는 DSLR을 들고 다니며 이렇게 지시하고 저렇게 지시하는 나보단, 함께 웃고 떠들며 틈틈이 사진을 남기는 내가 더 자연스러웠으리라.

 

TG-5가 최고의 화질을 갖춘 카메라라고는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최고의 여행 카메라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환경에서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카메라.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메라. 좋은 여행 카메라. 내게 올림푸스 TG-5는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뛰어난 휴대성
믿음직한 기기의 신뢰도
조작 편의성
콤팩트 카메라의 화질
박병호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