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음향 기기 리뷰를 잘 하진 않지만, 이번에는 언뜻 보이는 모습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해버렸다. 그런데 웬 걸. 날 처음 봤다고 한다. 어디서 묘하게 낯이 익지만, 나와는 초면이라는 그 이어폰. 이 이야기는 수디오 니바(Sudio NIVÅ, 이하 편의상 NIVA로 표기)와의 만남을 적은 기록이다.

 

 

우리 분명 어디서 봤는데…

소개받은 Sudio라는 브랜드가 낯설진 않다. 북유럽, 정확히는 스웨덴 감성을 담은 제품이라 소개하고 있고, 유선 이어폰에서부터 블루투스 이어폰, 블루투스 헤드폰을 내놓았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다양한 리시버를 내놓았기에 시기가 언제가 될 진 모르나 언젠가는 완전 무선 이어폰 또한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렇게 니바(NIVA)로 만났다.

 

처음 니바를 만났을 때, 디자인 때문에 눈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마치 팩트가 떠오르는 크기의 케이스. 여기에 제법 멋스런 가죽끈이 달려 첫인상은 좋았다. 정작 케이스의 부피가 생각보다 커서 부담스러웠지만, 대신 배터리가 방전돼도 4번 까지 다시 충전할 수 있는 넉넉한 배터리를 갖췄으니, 부피를 잃은 대신 배터리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케이스에서 이어버드를 꺼내면 약 5g에 불과한 초경량 이어버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디오 하면 떠올릴 세련된 디자인이다. 세련된 색 배열이나 버튼 디자인, 그리고 버튼에 새겨진 헤어라인까지… 보면 볼수록 참 곱다. 양쪽의 구분은 있으나, 모르는 척 반대로 끼워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좌우의 크기나 모양이 완벽히 같은 덕분이다.

 

분명히 고급스러운 디자인이긴 한데, 그런데 자꾸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이런 가벼운 이어버드에 양쪽 구분없는 디자인… 정말 어디서 많이 본 것… 너 혹시?

 

 

너 혹시…?

한 번 꽂히니 자꾸 네가 떠올라

‘우연의 일치겠거니’했지만, 일 년 전에 헤어진 친구와 너무나 비슷한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둘은 다른 이어폰인데, 만나는 중간 곳곳에서 발견되는 흔적이 ‘그녀석’을 닮았다.

 

 

우선은 착용감. 5g에 미치지 못하는 가벼움, 양쪽 구분없는 이어폰이 놀랍게도 닮았다. 분명 좌우 구분을 위해 L, R을 표시해뒀지만, 사진 찍으라고 들려 보냈더니 좌우를 바꿔서 돌려줄 정도로 똑같다. 표시된 부분이 아니라면 제품을 구분하긴 어려울 테다.

 

 

비슷한 크기라서 그런지 배터리 시간도 비슷하다. 수디오 니바는 약 3.5시간 정도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체감시간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고보니 작년 이맘 때 썼던 ‘그녀석’은 어느 정도였지? 3~4시간. 체감적으로도 3시간이 넘었다는 이야기가 남았다.

 

그 다음은 연결성. 블루투스 4.2를 지원하는 점마저 같다. 분명 오른쪽이 마스터, 왼쪽이 슬레이브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좌우 별도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같았다.

 

 

유닛마다 별도의 아이디가 있어, 연결이 좀 복잡하다고 느끼기 쉽다. 왼쪽만 켜면 ‘Sudio Nivå’라는 이름으로, 오른쪽만 켜면 또 다른 ‘Sudio Nivå’라는 이름으로 연결한다. 양쪽을 동시에 켜면? 오른쪽으로 연결했던 ‘Sudio Nivå’으로 연결하면서 양쪽이 동시에 연결된다. 이게 무슨 소리야… 양쪽의 아이디가 모두 ‘Sudio Nivå’라는 데서 벌어지는 혼란이다. 이게 다 뭐람.

 

 

좀 편하게 쓰고 싶다면 블루투스 제품의 이름을 바꾸자. 다행히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 이름을 바꿀 수 있어 왼쪽에는 뒤에 l, 오른쪽은 뒤에 r을 붙여놨다. 이제 양쪽을 동시에 켠 후, 블루투스가 잡히지 않는다면 ‘Sudio Nivå r’을 선택하면 바로 연결할 수 있다. 이 때 l을 선택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왼쪽 오른쪽을 별개의 유닛으로 쓸 수 있고, 좌우 구분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은 좋으나, 매번 켤 때 양쪽을 모두 켜야 하고, 연결이 꼬이는 문제가 생기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아무런 연결없이 양쪽을 켜면 ‘Device Connected’라는 안내 멘트가 들리고, 여기서 다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Second Device Connected’라는 멘트가 들린다. 한참을 ‘이건 무슨 조환가’ 고민했지만, 왼쪽과 오른쪽을 연결하는 게 첫 번째고,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게 두 번째라고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아, 안내 멘트가 낭랑한 영어로 바뀐 건 좀 다르구나.

 

음악을 듣기 전 급하게 전화가 와서 통화 품질을 먼저 측정해봤다. 통화 품질도 준수하고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작년에 허를 찔렸던 것처럼 오른쪽 유닛에서만 목소리가 들린다. 어쩜, 이런 모습까지 판박이니?

 

 

마지막으로 음색. 음악을 듣자마자 그때의 그 추억이 떠올랐다. 마치 <건축학개론>에서 기억의 습작을 듣고 수지를 떠올린 엄태웅처럼 말이다. 뭔가 비유가 이상하다고? 아무튼 음색도 확실히 예전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화사한 음색이다.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어보면 경쾌한 고음과 단단한 저음이 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균형감. 약간 둥둥거림은 부족하나 그런 출력을 5g도 안 되는 블루투스 이어폰에 바라는 건 너무 지나친 욕심일 것 같다.

 

덕분에 어떤 음악을 들어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무던함을 갖췄다. 노래면 노래 기악이면 기악. 개성이 너무 강해 어떤 음악을 들어도 자기 스타일로 뒤바꿔버리는 리시버가 있다면, 수디오 니바는 원래의 느낌을 잘 이해하고 이를 구현하는 느낌이다. 경쾌하면서도 날서지 않은 기분 좋음이 귀 끝에 맴돈다.

 

글을 쓰는 지금, 얼마전 공연에서 들었던 클래식을 지나 현란한 아이돌의 노래, 그리고 지금은 재즈로 치닫는 혼돈의 플레이리스트를 묵묵히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장르를 들어도 ‘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참 편안하고 좋다.

 

 

그래도 NIVA는 NIVA

자꾸 어떤 이어폰과의 닮았다 했지만, 듣다 보면 달라진 점도 있다. 아니, 인상이 비슷했다는 거지 같은 기기라고 이야기하진 않았다. 달라진 점을 하나씩 살펴볼까? 먼저 연결성이 확연히 다르다. 작년 이맘 때 적었던 비슷한 제품은 가끔씩 종잡을 수 없이 튀는 음악에 적잖이 놀랄 때가 있었으나, 수디오 니바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강남 한복판에서도 음악을 놓치지 않고 전달했다. 그것만으로도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

 

 

디자인도 들여다 보면 확실히 다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둘을 비교하자면 니바 쪽이 훨씬 고급스럽다. 버튼의 위치도 조금 다르고, 니바에는 헤어라인이 들어간 고급 버튼이 들어갔다는 점도 다르다. 케이스 또한 완전히 다르다. 앞서 말한 대로 공간을 낭비하는 것같은 디자인에 충전 상태를 알 수 있는 LED가 더해졌다. 케이스에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어림할 수 있다.

 

버튼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다른데, 한 번 누르면 재생/일시정지 쪽은 같으나 니바는 두 번 눌러 다음곡으로 넘어가는 기능이 있다. 음량을 조절하거나 이전 곡으로 돌아가는 기능은 없다. 적어도 지금 듣기 싫은 노래를 넘겨버릴 순 있다.

 

마지막으로 가격. 작년에 봤던 그 친구보다 수디오 니바 쪽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만큼 비싸다.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닌 11만9천원. 대신 예쁜 정품 인증 카드도 주고, A/S도 지원한다. 근래에 바라봤던 몇몇 제품보다 훨씬 경쟁력있다는 게 에디터의 주관적인 생각.

 

 

정리하자. 닮았다. 구분없는 양쪽 디자인, 연결방식, 음색도. 묘하게 작년 이맘 때 만났던 그 친구와.
하지만 다르다. 디자인이, 기능이, 연결성이.

 

지난 이어폰과 헤어진 지 벌써 일년. 어렵게 새로 만난 친구에게 과거의 그림자를 굳이 찾아낼 이유는 없겠지. 닮았다는 생각은 이쯤에서 덮고 새로 만난 친구에게 잘 하기로 했다.

사세요
- 완전 무선 이어폰을 한 쪽씩 주로 쓴다면
-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이어폰을 찾는다면
- 비싸지 않으면서 무던한 제품을 찾는다면
사지마세요
- 인이어 이어폰을 피하고 싶다면
- 과거의 그 친구가 자꾸 떠오른다면
고급스러운 디자인
고른 연결성
화사한 음색
무던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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