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뉴얼을 잘 보지 않습니다. 패키지 안에는 단 한 장짜리라도 매뉴얼이 있기 마련인데요. 제품만 달랑 꺼내고 매뉴얼을 꺼내지도 않죠. 그러면서 제품이 맘대로 조작되지 않으면 제조사 탓을 합니다. 잠시라도 매뉴얼을 본다면 해결되는데 말이죠.

 

물론 제품에 따라 매뉴얼을 볼 필요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 리뷰의 주인공, 사운드 베슬(Sound Vessel)이 바로 그런 제품이죠. (물론 패키지 안에는 매뉴얼이 있기는 합니다.) 대체 어떤 블루투스 스피커이기에 매뉴얼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 걸까요? 패키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외유내강형 패키지

사운드 베슬의 패키지는 한마디로 친절합니다. 한쪽 면을 보면 사운드 베슬이 어떻게 디자인되었고 어떤 사운드 스펙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잘 솔직하게 설명되어있죠. 패키지를 열기도 전에 사운드 베슬을 만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패키지를 열면 시꺼먼 완충재가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든든한 모습이죠. 혹시 제품이 충격에 약한 건 아닐까요?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제품을 구입하고 배송이 될 때까지 제품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패키지의 솔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사운드 베슬을 꺼내보겠습니다

먼저 가죽 스트랩이 보이고 커다란 휠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부분은 패브릭을 덮여있고 반대편에도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있죠.

 

블루투스 스피커는 단독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체로 좌우로 길쭉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테레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죠. 반면 사운드 베슬은 북셸프 스피커처럼 위아래로 길쭉한 모습입니다. 스테레오 효과를 디자인으로 커버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크기는 위아래로 길쭉한 110x110x165mm. 무게는 930g으로 결코 가소롭지 않습니다. 작지 않은 크기, 가볍지 않은 무게로 한 손으로 잡기가 애매할 수 있는데요. 가죽 스트랩 덕분에 휴대하는 게 자연스러워집니다. 왠지 도시락을 들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드네요. 맛있는 음악을 가득 담은 도시락도 나쁘지 않겠죠.

 

바닥에는 1/4인치 표준 마운트 홀이 있는데요. 트라이포드나 고릴라 포드 등을 결합해 평소와는 다르게 거치하거나 고정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피커를 굳이 트라이포드에 결합할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하는 편이라 얼마나 잦은 사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폭넓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반짝이는 하이글로시로 마감되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마감이죠. 몸체를 직접 잡을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요. 손이 닿을 때마다 고스란히 남는 흔적은 하이글로시 마감의 치명적인 단점이긴 합니다. 물론 이를 제외한다면 하이글로시 마감은 미려합니다. 한낱 플라스틱 재질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거야말로 하이글로시 마감이 지닌 특별한 장점이죠.

 

 

돌리고 누르고 터치하고

사운드 베슬은 위쪽에 컨트롤 파트를 집중해놨습니다. 동그란 전원 버튼을 비롯해 하나의 휠과 4개의 터치 버튼, 그리고 3개의 물리 버튼이 있죠. 하나의 제품이 3가지 컨트롤 방식을 모두 담고 있는데요. 마치 어떤 방식이 좋아할지 몰라 다 넣었어라고 얘기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전원을 켜는 가장 익숙한 방법은 꾹~하고 누르는 거겠죠. 사운드 베슬의 전원 버튼이 그렇습니다. 볼륨을 조절하는 건 아무래도 돌리는 게 직관적입니다. 사운드 베슬이 휠을 채택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겠죠.

 

재생과 일시정지, 이전곡 및 다음곡 전환은 제품보다 스마트폰으로 컨트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운드 베슬 역시 스마트폰과 동일한 터치 인터페이스. 사용의 빈도가 많지 않을 수 있는 배터리 확인이나 핸즈프리 통화, 블루투스 페어링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물리 버튼을 채택했죠.

 

컨트롤 방식을 목적에 맞게 솔직하게 드러낸 사운드 베슬. 뭔가 정신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

사운드 베슬은 블루투스 4.2 Class II로 연결됩니다. CSR 4.2 칩셋을 탑재했으며, apt-X/AAC 코덱을 지원, 최대 24bit/192kHz 사운드를 재생합니다.

 

기본적인 블루투스 외에 사운드 베슬 뒤쪽 하단에 배치된 단자를 보면 어떤 연결이 가능한지 알 수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마이크로 SD 카드를 꽂을 수 있는데요. 음악 파일이 담긴 마이크로 SD 카드를 꽂으면 차례대로 재생을 합니다. 컨트롤 파트의 마이크로 SD 카드 버튼을 터치하면 셔플로 재생할 수도 있죠.

 

AUX-IN 단자도 있어 블루투스 연결 없이 유선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AUX-OUT 단자가 있는 점도 독특합니다. 다른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2대를 스테레오로 페어링하고 다른 사운드 베슬을 AUX 케이블로 이어서 연결하면, 가령 2대 또는 그 이상을 더 연결하면 여러 대의 사운드 베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사운드 베슬 2대 이상을 구입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하지만 사운드 베슬 외 다른 스피커는 충분히 가지고 있을 수 있죠. AUX-OUT 단자 작은 홈 하나가 사운드 베슬을 차원이 다른 스피커로 만듭니다. AUX-IN과 AUX-OUT 단자의 조합으로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으니까요.

 

좌우에 각각 2대+a로 구성해 놓고 음악을 감상해보고 싶은데요. 2대+a까지 아니더라도 사운드 베슬 1+1의 효과 역시 만족스럽죠. 1+1=2에 +a까지 있으니 사운드 베슬은 하나가 아닌 2대를 사야 하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이외에도 USB 단자가 있습니다. 사운드 베슬은 6400mAh 배터리를 내장해 최대 10~12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한데요. 사운드 베슬을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보조 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어야 사운드 베슬도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겠죠.

 

 

음악을 담는 그릇

사운드 베슬, 음악을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죠. 사운드 베슬은 다른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하나씩 껴있는 AUX 케이블조차 고음질 재생에 유리한 무산소 동 케이블이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맞는 말입니다. 혹시 오랜만에 보는 하이글로시 마감의 디자인이, 뭔가 정신없는 컨트롤 파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사운드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지거든요. 사운드 베슬의 사운드는 다른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사소한 단점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죠.

 

사운드 베슬은 총 4개의 유닛을 탑재했습니다. 32mm 트위터를 하나도 아닌 둘,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치곤 큼직한 70mm 우퍼 그리고 우퍼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65mm 패시브 라디에이터까지 갖추고 있죠.

 

사운드 베슬 사운드의 첫인상은 확실한 전달력입니다. 트위터를 2개를 배치한 효과로 보이는데요. 특히 보컬에 특화된 사운드를 들려주죠.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이런 전달력은 중요합니다. 휴대용이기 때문에 야외에서도 사용할 일이 많을 텐데요. 확실한 전달력을 갖춰야 소음을 뚫고 음악을 들려줄 수 있죠. 사운드 베슬이 그렇습니다.

 

확실한 전달력 이면에는 섬세한 고음과 풍부한 저음이 있습니다. 역시 사운드 베슬이 지닌 유닛들의 힘이죠. 볼륨을 높이면 깜짝 놀라게 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강력한 출력. 사운드 베슬은 정격 출력은 20W, 순간 최대 출력은 200W에 이르죠. 위쪽에 물건을 많이 올려두지 않아 무게가 가벼운 책상이라면 상판이 울려대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출력에 걸맞은 저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커다란 우퍼가 저음역대 사운드를 뿜어내고, 인클로저 내부 공기의 압력에 따라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진동하며 저음역대를 더욱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죠. 사운드 베슬로 음악을 감상하면서 이 노래의 비트가 이렇게 그루브했었나를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스피커에서 기대하는 건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입니다. 스피커라면 당연히 갖춰야 하죠. 사운드 베슬은 당연한 사운드 퀄리티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감추지 않고 감출 필요도 없죠. 보컬은 스피커를 뚫고 마치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하고 고음은 더욱 화려하게 찰랑거립니다. 우퍼와 패시브 라디에이터의 조합은 더욱 빛을 발하죠. 사운드 베슬의 사운드 퀄리티가 좋다고 얘기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반응입니다.

 

 

솔직함에 반하다

사실 사운드 베슬은 낯선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바다 건너 대륙에서 대충 만든 저질 스피커는 아니죠. 이름값인지 뭔지 몰라도 가격부터 부담스러운 브랜드 제품도 아닙니다. 사운드 베슬은 펀디안(Fundian)이라는 국내 기업이 선보인 제품입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사운드 퀄리티라는 스피커의 본질에 솔직하게 집중한 제품이죠.

 

사운드 베슬은 5월 31일부터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라 본래 가격인 20만원보다 25~35%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죠. 여기에 리뷰에서 소개했던 트라이포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운드 베슬과는 상관없지만 페이스북 지지 서명 후 펀딩에 참여하면 웨이스트백까지 받을 수 있죠. 사운드 베슬의 사운드 퀄리티가 궁금하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하이글로시 마감
살짝 정신없지만 직관적인 컨트롤
AUX-IN에 AUX-OUT까지
인상적인 사운드 전달력
존재감이 확실한 중저음
신언재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