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를 지칭할 때, 빠지지 않는 별명이 ‘하드웨어 명가’다. 윈도우 OS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Office) 제품군처럼 소프트웨어 기반의 회사지만, 컴퓨터 주변기기 같은 하드웨어의 성능이 뛰어나고, 사후 서비스가 좋은 데서 오는 별명이다. 그리고 이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회사가 만든 하드웨어가 이렇게 뛰어난데,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다른 회사의 품질은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가?’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또다른 하드웨어 제품은 서피스 시리즈다. 2012년 서피스 RT를 시작으로 작년에 나온 서피스북2까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윈도우 태블릿, 2-in-1 시리즈로 레퍼런스 기기로 큰 역할을 해, 윈도우 탑재 제품군 중 태블릿과 투인원 시장을 열어젖힌 제품이기도 하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서피스 시리즈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인상 깊은 제품 소개 영상의 주인공. 서피스북(Surface Book)이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북 영상의 앞부분만 소개한 후 노트북 형태의 제품을 소개한 후 다시 한번 같은 영상을 틀어줬다. 두 번째 재생된 영상에서는 노트북으로만 생각했던 제품의 화면이 번쩍 들리며, 태블릿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점을 소개했다. ‘랩탑이 아니라 역사상 가장 얇고 강력한 PC.’ 서피스북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2017년 서피스북의 두 번째 버전인 서피스북2가 나왔다. 서피스북은 결국, 한국에 출시되지 않아 이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선 직구나 해외 방문을 불사해야 했는데, 서피스북2은 정식출시 후 7개월 만에 드디어 한국에 정식 출시하게 됐다. 서피스 팬 파티 현장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트북이자 태블릿. 서피스북2를 살펴봤다.

 

 

빠르고 강력한 서피스북2

서피스북2가 나오면서 전체 라인업에 소소한 변화가 있었다. 13인치로 제공되던 서피스북은 서피스북2 출시와 함께 15인치 제품군이 새롭게 생겼다. 직접 들어본 15인치 서피스북2는 제법 묵직한 무게감(1.9kg)을 자랑한다. 백팩이 아니라면 들고 다닐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 휴대할 수 있는 한계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친 느낌이다.

 

 

그 대신 성능은 발군이다. 최대 인텔 8세대 i7 프로세서, 16GB RAM, 1TB 저장공간을 갖췄으며 키보드 부분에 GTX1060을 탑재해 강력한 컴퓨팅 성능을 자랑한다. 키보드에서 디스플레이를 분리하면? 그 때는 CPU안에 있는 인텔 HD 그래픽스 620으로 동작한다. 최대 성능을 돌리면 게이밍 PC와도 겨뤄볼 수 있는 성능이라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이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제품의 강력한 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존을 마련했는데, 터치패드가 아닌 서피스펜과 화면 터치를 이용한 직관적인 디제잉(DJing), 강력해진 오피스 제품군을 이용한 3D 프리젠테이션 만들기, 4096단계의 필압을 지원하는 서피스펜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 캘리그라피 체험. 강력한 성능이 필요한 포르자 호라이즌3(Forza Horizon3)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실제로 서피스북2의 강렬함을 느껴볼 수 있는 부분은 캘리그라피를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서피스펜의 강력함. 그리고 포르자 호라이즌3를 체험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전문 분야에서도 활약하는 서피스북2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일반 참여자가 체감하긴 어려운 내용이라 아쉬움을 낳았다.

 

 

서피스북1 때도 그랬지만, 2 역시 단단한 만듦새가 돋보인다. 서피스북 특유의 힌지구조는 그대로 유지해 가볍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화면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다. 한국에 정식 출시되는 만큼 익숙한 한글 키보드를 탑재했고, 키피치와 스트로크 역시 경쟁 제품보다 뛰어난 편이다. 누르는 맛이 있는 키보드라고 할까?

 

 

모니터를 분리하려면 분리버튼을 길게 누르면 된다. 그러면 잠금이 풀리면서 화면에 모니터를 분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표시되고, 당기면 스르륵 모니터가 빠져 나온다. 모니터를 분리하면 그즉시 서피스북은 강력한 윈도우 태블릿으로 변한다. 4,096단계 필압을 지원하는 서피스펜으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으며, 펜은 옆면에 자력으로 고정할 수 있다. 단, 이 자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니 너무 맹신하진 말자.

 

13인치를 분리했을 때는 좀 넓은 태블릿 정도라 생각했으나, 15인치를 분리했을 때는 광활한 화면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이렇게 넓은 태블릿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뜻 생각이 닿지 않았다. 곧 그림을 그리거나 문서에 주석달기 등을 활용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폼팩터, 성능, 이동성을 중심으로 나눈 서피스 제품군

현재 서피스 시리즈는 3가지 제품으로 이뤄져있다. 강력한 태블릿인 서피스 프로 시리즈, 안정적인 폼팩터를 갖춘 서피스 랩탑. 그리고 강력한 성능과 확장성을 갖춘 서피스북으로 이용 패턴에 따라 가장 맞는 제품을 고르면 되겠다.

 

 

서피스북2는 성능에 따라 코어(i5, i7), RAM(8, 16GB), 저장공간(256, 512GB, 1TB). 그리고 외장 그래픽 카드(미지원, GTX1050, 1060)를 선택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서 서피스북2 15인치는 현 맥북프로를 이길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미려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라는 소개를 했다. 맥북프로를 쓰면서 대부분의 이용자가 윈도우를 함께 쓰므로, 오히려 서피스북2가 매력적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맥북프로와 서피스북2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는 건 조금 잘못된 비교다. 맥 이용자가 윈도우를 함께 쓰는 이유는 한국에서 맥OS로는 못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 인터넷 강의 등 일부 대안 없는 서비스 때문에 보완재로서 윈도우OS를 소비하지, 윈도우OS의 매력 때문에 맥에 윈도우를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

 

두 기기의 성격이 분명히 다른 만큼, 서피스북2가 굳이 맥북프로를 바라봐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래도 될 만큼 서피스북2는 매력적인 기기다.

 

 

문제는 가격. 최고 성능을 선택했을 때 가격은 무려 399만원에 이른다. 가격은 민감한 문제다. 우선 한 가지를 지적하자면 현 컴퓨터 시장에서 서피스북2를 완벽히 대체할 만한 모델은 찾기 힘들다. 15인치 2in1 기기. 그러면서 전용 펜을 지원하고, 외장 그래픽을 탑재한 모델. 곰곰이 생각해보면 완벽한 대체재가 없다. 따라서 가격을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400만원에 달하는 노트북을 선택할 소비자가 많진 않아 보인다. 모든 걸 할 수 있는 서피스북2는 어떤 점에서 특색이 부족한 기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고 하면 좋은 비유가 될까? 문제는 제너럴리스트를 고용하기 위한 비용이 일반적인 저항선을 훌쩍 넘긴 가격이라는 점을 짚고 싶다.

 

이미 7개월쯤 지난 기기며, 서피스북1에서 학습한 소비자들은 서피스북2의 정발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걸린다. 서피스북2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이미 해외직구를 마쳤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피스북2는 매력적인 기기다. 강력한 성능, 뛰어난 만듦새, 다양한 활용성까지 어느 것하나 버릴 게 없는 장점을 갖췄다. 도입 때 말한 것처럼 ‘하드웨어는 이렇게 만들어야지’라는 걸 보여주는 느낌이다. 노트북 단 하나로 다양한 작업을 하는 크리에이터나 어느 곳에서나 작업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서피스북2는 아마 놓치기 아쉬울 제품이 되어줄 것이다.

 

 

서피스북2는 오는 28일 정식으로 예약판매를 시작하며, 예약판매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서피스펜을, 그리고 선착순 100명 안에 들면 서피스 도킹 스테이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막간을 이용해 미려한 서피스북2 소개 영상을 보자. 몽환적인 스테파니 탈링(Stephanie Tarling)의 Fly me to the moon은 덤.

갖고 싶습니다.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