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Glass

구글 글래스가 탄생한 것은 2012년 4월이다. 일반인들에게는 판매하지 않았고 개발자들과 일부 테크 전문가들에게만 공급했다. 개발자나 테크 전문가인 것도 큰 저주인데, 구글 글래스까지 써야 했으니 너무 가혹한 형벌이었다.

구글이 일반인들에게 저주를 내린 것은 2014년 4월 15일. 딱 하루에 한해서 일반인들에게도 판매를 했다. 구글 익스플로러(Google Explorer) 프로그램이라는 개발자스러운 이름으로 판매가 됐고, 가격은 1,500$. (약 165만원)

그 저주는 1월 19일(현지시간), 그러니까 바로 오늘 끝났다. 이제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프로젝트 X’라는 실험을 끝내고 일반인들을 위한 제품으로 다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평소 ‘워런 버핏’을 가장 존경하는 경영인으로 꼽을 정도로 ‘가치 투자’와 ‘끈질긴 투자’를 모토로 삼고 있다. 이대로 구글글래스를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구글은 ‘토니 파델’을 구글 글래스 정식 제품화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토니 파델은 적임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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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구글 글래스가 대중화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프라이버시’ 이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구글 글래스에는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어 모든 것을 기록한다. 영화관에서는 구글 글래스 착용자의 입장을 막았고, 심지어 구글의 주주 미팅에서도 입장을 금지 당했다. 구글 글래스 착용자가 너무 이상해서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녹화기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구글 글래스를 켜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상상해 보자. 구글 글래스는 우리가 결코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기록할 것이다.

토니 파델은 가장 편리한 음악재생기 중에 하나인 ‘아이팟’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다. 물론 그 원류를 따라가면 다이아몬드 리오나  디지털 캐스트가 원조지만 생소한 MP3 플레이어를 대중화시킨 일등 공신임에는 틀림없다. 토니 파델은 구글이 32억 달러(약 3조 5천억원)에 인수한 네스트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네스트는 스마트 홈 솔루션 기기다. 단순한 IoT 기기를 넘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기이기도 하다. 네스트의 핵심 미덕은 사용자가 기술을 제어할 필요없이 기기가 알아서 위험을 감지하고, 방지하며, 해결하는 데 있다.

새로운 개념의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자에게 이해시키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들게 하는 데에는 토니 파델이 적임자일 수 있다. 또한 토니 파델이 참여했던 아이팟과 네스트는 모두 아름다운 디자인이었다. 구글 글래스의 끔찍했던 디자인을 해결해 줄 적임자일 수 있다.

 

여전히 문제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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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래스는 프라이버시 이슈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배터리다. 인류가 충전해야 할 전자제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태블릿, 스마트워치, 카메라, 심지어 전기차까지 충전해야만 한다. 여기에 안경까지 충전해야 한다면 멀티탭 업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효율도 낮다. 사용자들의 체험기를 보면 실제 사용시 2시간 정도면 배터리가 바닥난다.

발열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반적으로 켜 놓고 길안내나 촬영 등을 반복하면 온도가 크게 올라간다. 손이나 주머니에서 열이 나는 것과 얼굴 주위에 열이 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새 버전의 구글 글래스는 발열과 배터리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이다. 비록 개발자 버전이기는 하지만 구글 글래스의 가격은 160만원이 넘었다. 게다가 부자이고, 쿨해 보이기는 커녕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프로필은 페이스북에서 조롱거리였다. 본인들은 끝까지 눈치를 못 챘지만…

정식으로 제품화가 이뤄질 구글 글래스 역시 이 모든 문제점과 싸워야 한다. 특히 구글 글래스가 얼마나 ‘덕’스러움을 벗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기존 구글 글래스의 책임자인 ‘아이비 로스’ 역시  갭(Gap)의 마케팅 부사장, 디즈니 스토어의 CCO(Chief Creative Officer), 코치(Coach), 캘빈 클라인 등의 패션 브랜드의 책임자를 역임한 패션 전문가였다. 패션 전문가도 구글을 만나면 그렇게 된다.

 

구글 글래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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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절대로 구글 글래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구글은 돈이 많고, 전 인류를 개발자처럼 보이게 하는 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를 제외하고도 또 이유는 있다.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핵심 서비스인 ‘구글 나우’와 ‘구글맵’을 소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구글 글래스를 켜는 순간부터 구글 나우는 우리의 삶에 개입하고, 도보와 자동차 이용시 구글맵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게다가 하드웨어적 인터페이스를 거의 소멸시킨 ‘동작 인터페이스’,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근접한 기기다. 이는 구글이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인터페이스와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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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삼성전자, 소니 등이 차세대 산업 중에 하나로 손 꼽는 가상 현실 헤드셋 역시 구글 글래스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구글은 널빤지로 만든 거지 같은 ‘카드 보드’를 만들며 가상현실 기기에 대한 실험을 한 상태다. 구글 글래스와 카드 보드는 서로 다른 기술이지만 5년 후에는 어느 지점에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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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래스의 정식 제품화 버전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그리고, 구글이 소프트웨어적 사고만으로 하드웨어를 풀어간다면 또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저렴한 가격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프라이버시 이슈를 피해갈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