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클리닉 사랑과 전쟁>

 

 

삼성의 완전 무선 이어폰 ‘기어 아이콘 X’와 애플 아이폰.
그리고 애플 ‘에어팟’과 삼성 갤럭시.
그들의 잘못된 만남, 위태롭고 위험한 동거의 끝은?

 

 

 

Prologue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 시켜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 때쯤

 

 

넌 나보다 내 친구에게 관심을 더 보이며 날 조금씩 멀리하던 그 어느 날…

 

 

 

기어 아이콘 X + 아이폰

“블루투스 연결이야 아무렇지 않게 됐고, 음악도 잘 나오고. 끊기는 현상도 별로 없고. 그런데 그냥 그뿐이었죠. 아무래도 집안이 워낙 서로 달라서. 원래 어울리지 않았던 거죠. 일단 연결이나 재생은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있는 기어 매니저 앱으로 설정하는 게 얼마나 편한데, 애플 앱스토어에는 아예 그 앱조차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좀 불편하죠.”

 

 

“길~게 누르면 주변 소리 듣기, 시리, 페이스메이커 운동 모드로 잘 넘어 가는데, 기다림이 불편해서 어색해요. 운동 기능은… 저는 쓸 일이 없고. 괜히 사서 잔소리 듣는 거 같아서 싫어요.”

 

 

“그렇다고 음질이 월등히 좋으냐, 그것도 아니고. 그냥 그랬어요. 특히 고음역대에서 깔끔함이 좀 떨어지던데요? 왜 그러지? 안드로이드에서 똑같은 노래 들을 때보다 뭔가 살짝 지저분한데… 기분 탓 아니냐고요? 왜요 뭐 당신이 내 기분 알아?! 나 이어폰 리뷰만 수십 개 하던 사람이야 이거 왜 이래?! 아 참 그리고 충전은 USB-C로 해야 돼서 젠더도 하나 샀죠. 뭐 좋다고 둘이 만나가지고 서로 능력도 제대로 발휘 못하고 대체 왜 이런 고생을 하는지.”

 

 

“그래도 에어팟보다 나은 게 있을 거 아니냐고요? 생각해보자면, 착용감? 에어팟이 오픈형이라 귀에서 불안하게 걸쳐 있는 것 같았다면, 기어 아이콘 X는 밀폐형인데 귀에 견고하게 쫙 붙는 느낌이 편하긴 해요. 에어팟은 귀 기름 묻어서 자꾸 미끄덩거려. 빠질 것 같아.”

 

“아, 터치 컨트롤이 에어팟보다 다양해서 좋고. 자체 내장 메모리에 음악 파일을 넣어서 곧바로 재생할 수 있는 것도 좋긴 했어요. 자동 페어링도 편하고. 생각해보니까 좋은 점이 많긴 하네? 그래도 아이폰이랑 같이 써야겠다면, 글쎄요. 왜 굳이? 아이폰에? 전 싫어요. 아니 내가 애플빠라 그런 게 아니고, 그렇잖아요? 음질이 마음에 안 드니까 이상하게 자꾸 트집 잡게 되는 건 맞는데. 그래요 그건 내가 인정합니다. 그래도 밀폐형이 좋아서라면, 차라리 자브라 같은 게 훨씬 낫지. 됐나요? 됐어요, 이제 인터뷰 그만합시다. 가세요. 가시라고.”

 

 

 

에어팟 + 갤럭시

“우선 첫 연결부터 손이 갑니다. 에어팟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연결하려면 수동으로 등록해줘야 합니다. 에어팟 케이스를 딱 열면 아이폰은 에어팟 연결 화면이 자연스레 등장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수동을 설정해줘야 합니다. 자, 먼저 뚜껑을 여세요. 케이스 뒷면에 있는 작은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눌러주세요. 그러면 케이스 안에 하얀 불빛이 깜빡이죠? 그 다음 안드로이드 설정에서 블루투스 항목에 들어가 ‘Airpods’를 설정해줘야 하네요. 헉헉, 복잡해라. 그게 뭐가 복잡하냐고요? 에어팟 안 써보셨나, 뚜껑 열면 딱 연결되는 거 얼마나 편한데! 어쨌든 한 번 페어링 해놓으면 그 다음부턴 꺼내면 바로 바로 연결은 되네요. 매번 수동으로 하면 어쩔 뻔했어요.”

 

 

“아이폰에서는 에어팟이면 에어팟, 케이스면 케이스 배터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는데,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에어팟에 별도의 인디케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니, 갑자기 픽하고 기절하는 에어팟을 보면서 속절없이 눈물만 삼켜야 할 뿐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아이폰에서는 에어팟을 떼면 자동 일시정지가 됐는데, 그것도 안 돼요.”

 

 

“그래도 안드로이드가 AAC를 지원해 음질은 제법 괜찮았어요. 오픈형 이어폰이라 소리가 밖으로 조금씩 샌다는 것, 그리고 귀에 따라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만 빼면 소리는 제법 괜찮더라고요. 통화도 이만하면 훌륭한 것 같고요. 터치로 톡톡 두드리면 일시정지는 되더라고요. 양쪽에 다른 설정을 적용한다든지, 음성인식 기능은 꿈도 못 꾸지만요….였는데 말이죠.”

 

 

“안드로이드에서도 에어팟을 제법 괜찮게 쓸 수 있는 앱이 있더라고요. 검색을 통해 다양한 앱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Podsplay‘를 선택했어요. 이야, 이게 제법 물건이에요. 귀에 꽂으면 재생하고, 귀에서 멀어지면 일시정지가 되는 기능. 이제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횟수 제한이 있어요. 참나. 신기해서 몇 번 했더니 기본 제공 20번을 다 썼다고 유료 결제하라는 메시지가 나오기 전까진 정말 기뻤는데… 광고 보고 충전하거나 결제하라네요. 그래요, 사랑? 돈으로 사겠어요. 얼마면 되는데요? 쿨하게 2,900원 결제했습니다.”

 

 

“에어팟을 톡톡 두드렸을 때, 어떤 기능을 할 것인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일시정지, 다음 곡, 빅스비도 지원하네요. 에어팟에서 빅스비를 들으니 기분이 뭔가 오묘합니다. 아, 그리고 처음 연결할 때 알림창에서 배터리도 알려줍니다. 애플처럼 아름답진 않지만,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네요.”

 

 

“아이콘X보다 나은 거요? 갬성이죠 갬성. 이 치실통 같은 케이스, 전동칫솔 같은 본체 안 보이세요? 하핫. 앱을 선택하기 전까진 그래도 ‘음질은 낫네…’ 했는데, 약간의 현질로 앱을 보완하니 제법 쓸 만한 완전 무선 이어폰입니다. 음질도 괜찮고, 편의성도 좋아요. 하늘이 정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우리 이렇게 사랑은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추가로 돈을 좀 써야지만,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아, 다른 아이폰에 연결해봤는데 말이죠. 고거 버튼 좀 길게 누르니 아이폰엔 잽싸게 달라붙네요? 하…”

 

 

 

양측 변론, 잘 들었습니다.

블루투스 연결이나 음악 재생 같은 본연의 기능이야 큰 무리가 없었다고 해도, 굳이 호기심 때문에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쓰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는 소견. 그리고 의외로 쓸만했다는 반론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판결 내리겠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그냥 쭉 에어팟을 쓰거나 자브라 이어폰 정도 고려해 보시고, 갤럭시를 쓰고 있는 분이라면 선택의 폭이 좀 넓으니까 여러 가지 비교해 보면서 취향에 맞는 거 고르시면 되겠네요. 갤럭시에 기어 아이콘 X 조합은 물론 좋구요, 굳이 에어팟을 쓰겠다면 서드파티 앱을 꼭 설치해서 활용하시구요. 생각들 정리 잘 해보시고, 4주 간의 조정 기간을 드리겠습니다.

희대의 이어폰 스와핑 스캔들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