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락 MK2 리뷰
Dirac MK2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음악 듣는 걸 좋아하던 나는 이어폰 청음샵을 생전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그 때 느꼈던 전율과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번들 이어폰에서 벗어나 20만원이 넘는 이어폰을 바로 질러버리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저음이 두툼하게 풍풍펑펑 울리면서도 맑은 음악을 들려주던 그 녀석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제품에 정착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어폰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각각 조금씩 다른 음색들의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다 보니 갈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이 녀석은 이런 장점이 있고 저 녀석은 또 다른 장점이 있고… 그 와중에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한 주제에 해상력이 매우 높고 시워언한 음색을 들려주는 녀석이 나타났으니. 바로 ‘디락’이다. 특히, 가장 최근 출시된 디락 MK2는 4만원(정확히는 3만9천8백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더 믿기 힘든 음질을 들려주는 이어폰이다. 언빌리버블.

 

 

내가 저지른 디락

이제 나에게는 총 3가지의 디락 이어폰이 있다. 이 정도면 디락 마니아라고 할 수 있겠지. 하나씩 간단히 짚어보자.

 

 

1. 디락

오리지널 1세대 디락은 1년 전부터 음향 커뮤니티에서 매우 유명했었다. 사람들이 온종일 디락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체감 여론은 호평이 90%, 쏘쏘하다는 평이 10% 였다. 인기 이유는 간단했다. 가격은 싼데 음질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4만9천8백원. 그래서 나도 곧바로 결제!

 

감상해보니 만듦새가 좀 애매했던 것 말고는 음질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매끈하게 잘 뽑힌 수타면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돈코츠라멘을 만든 것 같은 느낌. 전체적으로 저음과 고음이 적당히 강조된 깨끗한 음색이었는데, 저음의 양은 꽤 많으면서도 깔끔했고, 그러면서도 보컬과 고음이 가리지 않고 뾰족하게 솟아있었다. 착용감도 편안했고.

 

 

2. 디락 플러스

그로부터 약 반년 후에 새롭게 출시됐던 ‘디락 플러스’는 1세대 디락에서 저음의 양을 줄이고 고음도 좀 더 다듬어서 플랫한 음색으로 튜닝된 이어폰이다. 나는 1세대 디락도 좋았지만,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저음의 양이 좀 더 적었으면 좋겠다’거나 ‘플랫한 성향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피력했고 그에 따라 새롭게 튜닝되었던 제품이다. 가격은 5만9천원. 나는 1세대 디락을 잘 쓰고 있었기에 굳이 사지 않아도 되었을 제품이었지만, 안 샀으면 큰일날 뻔했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애정하는 이어폰이다. 확실히 저음의 울림은 적어졌으나 훨씬 명료하고 단단한 맛이 있다. 고음은 뾰족하다기 보다 한층 정돈된 듯 차분한 결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해상력인데, 지금껏 들어왔던 그 어떤 이어폰보다 악기의 분리도가 뛰어나서 전에 들리지 않던 소리를 듣는 희열이 있어 노래를 듣는 맛이 제대로 살아났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의 청량감과 공간감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디락 플러스는 좌/우 사운드 밸런스가 자주 무너져, 듣다 보면 한 쪽 소리가 먹먹하고 작아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나도 그래서 두 번이나 교환 받았던 이력이 있다. 음질은 최고였는데 고질적 결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줬던 제품이다. 다행히 현재는 이를 거의 해결한 상태라고.

 

 

3. 디락 MK2

그리고 이 녀석, 디락 MK2는 저음에 좀 더 중점을 둔 튜닝을 보여준다. 디락 플러스가 1세대 디락에서 해상력을 높이고 플랫한 튜닝에 중점을 맞췄다면, 디락 MK2는 해상력은 높이되 저음역대를 살짝 강조했다. 아무래도 대중친화적인 튜닝을 지향한 것인 듯.

 

 

업체가 공개한 그래프를 보면 1세대 디락보다 전체적으로 저음과 고음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200~800Hz의 중저음역대를 줄여 소리의 분리도를 높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저음이 박력있게 울리면서도 과하게 넘쳐 흐르지 않는다. 1세대 디락이 ‘쿠웅쿠웅’, 디락 플러스가 ‘뚠-뚠-’이라면 디락 MK2는 ‘푹!푹!’ 정도의 느낌. 디락 플러스에 비해 화사한 맛은 좀 줄어들었지만, 해상도 자체는 상당히 깨끗하다. 디락 플러스가 시원한 박하사탕이라면 디락 MK2는 깊고 진한 다크 초콜릿 같다. 물론 더 깊이 있는 표현력을 가진 비싼 이어폰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디락 MK2가 3만9천8백원이라는 것. 이 정도의 가격에서 이런 소리라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디락의 아이덴티티는 SF 드라이버

디락 시리즈를 하나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깨끗한 해상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SF 드라이버일 것이다. 디락 시리즈에 탑재된 SF 드라이버는 이신렬 음향공학 박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Superior Fidelity’, ‘Superior Full-range’, 또는 ‘Superior Flexible’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유닛이다. 고가의 이어폰에 적게는 2개에서 4개, 6개까지 들어가는 드라이버에 비해서도 꿇리지 않는 균형 잡힌 사운드 밸런스를 표현해준다는 강점이 있다. 가격 면에서도 많은 절감 효과가 있는 건 물론이다. SF 드라이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소니캐스트 블로그에 실렸던 매거진 글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다.

 

 

완성된 완성도

소재나 마감 이슈가 있었던 지난 디락 제품들에 비해, 디락 MK2는 이제야 제대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만듦새를 보여준다. 기기 완성도 면에서는 디락 시리즈 중에서 가장 완벽하다. 케이블의 재질도 부드러우면서 탄력이 있다. 뻣뻣하지 않고 그렇다고 흐물거리지도 않는다. 줄꼬임이 풀리는 현상도 없었다. 1시간 반 이상을 청취해도 좌/우 밸런스가 깨진다거나 하는 현상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이전 제품에서는 땀이나 유분으로 인해 언밸런스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었는데(내가 디락 플러스를 쓰며 겪었던 밸런스 결함이 아마 그러한 케이스였던 듯) 그걸 막기 위해 금속 댐퍼를 추가해 개선했다고 한다. 박사님 짱.

 

 

이렇게 보니 은은한 듯 세련된 실버 컬러가 미려하다. 알루미늄의 느낌도 고급스럽다.

 

 

리모컨은 지금껏 그래왔듯 원버튼. 디락 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오버이어 형태로 착용하면 귀에 밀착되는 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에, 통화가 잦다면 일반적인 형태로 착용해야 한다.

 

 

이어팁은 디락 플러스에 쓰였던 그것과 같이 실리콘 재질로 되어 있다. 밀폐력이 굉장히 좋고 차음이 잘 된다. 귓속을 마치 진공상태처럼 만들 정도. 표면에 먼지가 매우 잘 묻는다는 게 단점이긴 하다. 3가지 사이즈 별로 3쌍이 들어있다. 참고로 디락 MK2의 구성품은 이어폰과 이어팁 3쌍뿐이다. 극히 단출하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원가 절감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디락 MK2의 가격은 3만9천8백원이다.

 

 

결론

디락 MK2는 디락 시리즈의 보급형이라 볼 수 있는 이어폰이다. 저음이 맛있게 울리는 따뜻한 밸런스형 음색을 가졌고 높은 해상력은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디락 플러스의 음색이 좀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만듦새도 좋고 무엇보다 가격이 깡패다. 앞으로 10만원 내외의 이어폰은 굳이 다른 제품을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걸로 종결.

 

 

장점
– 전작들보다 훨씬 높아진 기기적 완성도
– 적당히 맛깔나게 치고 빠지는 저음
– 중저음-중음-중고음의 자연스럽고 뛰어난 해상력
– 귀에 쏙 들어오는 착용감
단점
– (굳이 꼽자면) 단순한 구성품
디자인
중저음
고음 표현력
해상력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