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P&I를 다녀왔다. 대형 카메라 회사가 불참하면서 이제는 명맥만 남았다고 하는 P&I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있었다. 덕분에 ‘카메라에 관한 관심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행사장에서 필연적으로 모델과 신제품을 찍는 다양한 카메라 브랜드를 보고 왔는데, 카메라하면 떠올릴 브랜드부터 이제는 조금 보기 힘든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저마다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얼리어답터는 무슨 카메라를 쓸까? 물론, 리뷰나 기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때로는 에디터 개인 카메라도 쓰고, 카메라 리뷰를 위한 리뷰용 제품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얼리어답터가 메인으로 쓰고 있는 카메라. 이른바 ‘얼리어답터의 카메라’는 올림푸스 E-M1 Mark II다. 얼리어답터는 왜 올림푸스라는 브랜드를 선택했을까?

 

 

올림푸스(Olympus)

올림푸스는 포서드에 이어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을 채택했고, 세계 최초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은 회사다. 국내에선 카메라에 관심이 있어야 알 법한 브랜드로 마이너에 가까우나,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엔 명성이 높았다. 물론 이는 국내 카메라 시장의 이야기. 일본에서는 현재도 미러리스 카메라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란다.

 

올림푸스는 사실 현미경을 비롯한 광학 산업, 그리고 의료 산업으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전체 매출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2% 남짓으로, ‘취미로 카메라 하는 회사’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딜레탕트같은 이 별명은 매출이 나오지 않아도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생겼다. 만약 기본적인 품질이 떨어진다면 위와 같은 이야기는 들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경박단소(輕薄短小)

올림푸스 카메라의 특징은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경박단소(輕薄短小). 가볍고, 얇고, 짧고, 작다. 컴팩트(Compact)하다는 이 단어가 올림푸스 카메라를 설명하는 단어이자, 얼리어답터가 올림푸스를 선택한 이유가 되겠다.

 

 

올림푸스 플래그십 바디인 E-M1 Mark II는 현존하는 올림푸스 바디 중 경박단소와 가장 거리가 먼 모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표준 줌 렌즈를 더해도 한 손으로 거뜬히 들 수 있는 무게는 이만한 카메라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취재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휴대와 이미지 품질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기사에 쓸 만한 품질을 뽑아내면서도 휴대가 부담스럽지 않은 카메라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올림푸스는 이 딜레마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낸 카메라다. 현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비율도 부쩍 늘었다지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내용은 현장 기록용일 때가 대부분이다. 기사에 올릴 사진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다양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기에 스마트폰 UI는 만족스럽지 않고, 이미지 품질이야 비교 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카메라 쪽이 월등하다. 아무리 웹, 모바일 환경에서 본다고 해도 두 기기의 결과물엔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취재현장을 돌아보면 전문 사진 기자가 아닌 이상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선호하는 편이고, 그중 올림푸스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다. 특히 얼리어답터가 주로 찾는 현장은 IT 관련 취재현장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자. IT에 관심 많은 이들 중 상당수가 올림푸스를 알고, 이를 선택했다는 소리다.

 

또한, 플랜지백(Flange Back)이 짧다는 점도 특징이다. 덕분에 다양한 타사 렌즈를 어댑터를 통해 쓸 수 있다. 만약 클래식 렌즈를 많이 소지하고 있다면 이를 활용해 개성 강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만, 마이크로포서드 센서에 맞춰 환산화각이 바뀐다는 점은 참고하자.

 

안정적인 품질

마이크로포서드는 기준 포서드 규격에서 미러박스, 프리즘, 광학식 뷰파인더 등의 광학계를 덜고 플랜지백을 줄인 규격이다. 센서의 비율은 4:3으로 결과물 또한 4:3 비율을 갖췄다. 대각선 길이는 35mm 필름 대각선 길의 절반에 해당하는데, 다시 말해 풀프레임 센서보다 센서의 크기가 작은 편이다. 흔히 사진의 품질을 논할 때 ‘센서가 깡패’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마이크로포서드 센서의 한계를 무시하고자 함은 아니나, 이러한 시선은 다분히 폭력적인 시선이라 느낀다. 왜?

 

먼저 질문을 한 가지 더하자. 렌즈 교환식 카메라인 DSLR을 고를 때, 사진의 품질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바디보다 렌즈가 큰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화각과 조리갯값을 갖춘 렌즈는 사진의 품질과 스타일을 인상적으로 바꾼다. 그리고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의 렌즈는 전반적으로 뛰어난 만듦새를 갖췄다. 올림푸스는 아직도 현미경을 제작하는 광학 기업으로 올림푸스가 내놓은 렌즈 품질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리고 이 강력한 렌즈군은 올림푸스 이미지 품질을 단단히 받치는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해, 더 큰 센서 바디에 평범한 번들 렌즈로 촬영하는 것보다 마이크로포서드 바디에 뛰어난 렌즈를 갖춘 편의 이미지가 더 뛰어날 수도 있다는 소리다. 특히 자주 쓰는 12-40mm f2.8 Pro, 40-150mm f2.8 Pro 렌즈는 행사장과 리뷰 사진 전반에 두루 쓰인다. 이 작은 렌즈에서 f/2.8의 고정 조리갯값과 환산화각 300mm의 망원은 쓰면서도 감탄하게 된다. 올림푸스는 어떤 환경에서든, 안정적인 촬영을 지원한다는 것. 그것은 무시할 수 없는 큰 장점이다.

 

 

그리고 얼리어답터에서 주로 촬영하는 사진은 제품 사진이나 취재 현장 사진이라는 점도 고민해볼 부분. 이른바 ‘아웃포커스’로 부르는 얕은 심도를 크게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일반적으로 센서가 작으면 얕은 심도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얼리어답터에서는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리뷰 제품의 모든 부분이 표현돼야 제품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기에 마이크로포서드 센서에 따른 한계를 느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최소초점 거리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짧다는 것도 제품 촬영 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매크로 렌즈를 이용하면 정말 극단적인 접사를 지원하며, 일반 렌즈라 하더라도 상당히 짧은 최소초점 거리를 갖췄다. 개인 카메라를 올림푸스로 쓰다가 타사 카메라로 바꾼 적이 있는데, 이 최소초점 거리가 생각보다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원하는 만큼 ‘들이댈 수 있다는 것’. 다른 카메라에서 느끼기 힘든 장점이다.

 

5축 스태빌라이저를 채택해 안정적으로 손떨림을 보정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어두운 실내에서 낮은 셔터스피드로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보정의 폭은 렌즈 자체 손떨림 보정 기능과 합쳐 무려 6.5스텝. 춤을 추며 사진을 찍지 않는 이상 웬만한 정도의 흔들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영상을 자주 찍진 않지만, 강력한 손떨림 보정 기능은 영상에서도 빛난다. 4K를 지원하는 E-M1 Mark II의 영상은 크고 아름답다.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는 어떤 환경에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도 통한다. 올림푸스 플래그십 바디는 특히 제품의 신뢰성을 끌어올려 어떤 환경에서든지 안정적인 촬영을 지원한다. 바디 요소마다 실링 처리를 마쳐 모래, 먼지, 비, 물의 침입을 차단한다. 극단적인 환경에 갈 일은 크지 않지만, 어쨌든 바디 자체의 신뢰감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E-M1 Mark II로 담은 사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던가? E-M1 Mark II로 담은 사진을 담았다. 모든 사진은 RAW+JPEG로 촬영했으며, 현장 상황에 맞게 간단한 보정을 마쳤음을 미리 알린다. 이미 얼리어답터에서 공개한 이미지도 있으니, 어떤 이미지를 올림푸스로 찍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겠다.

 

 

마이크로포서드의 꿈의 바디

E-M1 Mark II는 개인적으로 꿈의 바디였다. 당시에 E-M5를 쓰고 있었는데 단단한 만듦새, 안정적인 핸드그립이 살아있는 E-M1을 늘 써보고 싶었다. 출시 직후에도 E-M1 Mark II를 눈여겨보고 있었으나 당시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터라 잠시 다른 카메라로 외도를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결국 이렇게 E-M1 Mark II를 손에 들었다.

 

E-M1 Mark II의 만듦새와 편의 기능은 놀랍다. 한 손에 잡히는 단단한 그립, 직관적인 다이얼과 다양한 옵션 키. 틸트를 넘어선 스위블 디스플레이, 신뢰도 높은 배터리 계측과 뛰어난 배터리 성능…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기본기를 단단히 갖췄다. 오랜만에 손에 든 카메라인데도 이내 쉽게 적응했다. 그만큼 조작 편의성을 잘 갖췄다는 소리다.

 

카메라의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그 안에 담은 성능은 농밀하다. 보면 볼수록 어느 곳 하나 빠질 게 없는 꽉 찬 바디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하드웨어에서 이만한 성과를 이뤄냈기에 ‘센서 크기의 차이가 과연 실제 촬영에 의미가 있는가?’하는 담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센서와 관련된 이야기는 계속 논의가 되겠으나, 올림푸스 카메라. 그리고 E-M1 Mark II는 다른 카메라보다 훨씬 분명한 개성을 갖춘 카메라다. 경박단소를 실현한 올림푸스는 작지만 강력한 고성능 렌즈를 통해 휴대성과 이미지 성능의 이상적인 균형을 잡고자 했다. 그리고 기나긴 실험의 결과가 바로 E-M1 Mark II다.

 

비로소 현실화된 가격과 함께 지금도 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개선 중인 E-M1 Mark II. 모두에게 매력적인 카메라는 될 수 없어도, 누군가에겐 완벽한 카메라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작지만 강한 카메라를 찾는다면, 기꺼이 골라봄 직한 카메라다.

단단한 만듦새
높은 신뢰도
뛰어난 편의성
고성능 렌즈군
마이크로포서드 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