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쿠보(Radio.Cubo) TS522D+S 이후 두 번째로 만난 브리온베가(BRIONVEGA). 이번 TS217 WEARiT입니다. TS522D+S 리뷰에서 얘기한 대로 이전까지는 브리온베가가 어떤 브랜드인지 몰랐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아니죠. 브리온베가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고 있어서 그런지 TS217 WEARiT도 어떤 제품일지 살짝 짐작이 되기는 합니다.

 

그래도 다시 되짚어 보겠습니다. 브리온베가는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산실이나 다름없는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디자이너가 거쳐갔는데요. 라디오.쿠보의 경우 싱크패드 시리즈의 효시인 싱크패드 700C를 디자인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리처드 사퍼(Richard Sapper)의 작품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브리온베가 TS217 WEARiT의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1963년과 2017년

브리온베가의 대부분 제품이 그렇듯, TS217 WEARiT 역시 그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죠. 1963년, 브리온베가는 TS207이라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출시했습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중 한 명인 Rodolfo Bonetto가 디자인했는데요. 로돌포 보네토(Rodolfo Bonetto)는 보네토 디자인 센터(Bonetto Design Center)를 설립한 디자이너로, 흔히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카림 라시드(Karim Rashid)가 보네토 디자인 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고 하죠.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2015년, 브리온베가는 TS217 WEARiT을 출시했습니다. 브리온베가의 최소형 스피커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TS217 WEARiT은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마이클 영(Michael Young)이 디자인했는데요. 마이클 영 역시 브리온베가의 제품 디자이너답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합니다. 브리온베가가 아무 디자이너에게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제품 디자인을 맡기지 않겠죠.

 

 

빈틈없는 디자인

TS217 WEARiT의 첫인상은 막연한 깜찍함입니다. 약 12.5×7.2×3.5mm에 불과한 작은 크기 때문에 깜찍하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하죠. 이런 깜찍함 속에는 군더더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치밀함이 담겨있습니다.

 

기존 TS207의 디자인을 보면 대부분이 스피커 그릴로 덮여있고, 좌측 상단에 브리온베가 로고, 우측 상단에는 라디오 주파수가 표시되어 있는데요. TS217 WEARiT의 구성도 동일합니다. 대부분이 미세한 홈으로 이루어진 스피커 그릴로 덮여있고, 좌측 상단에는 그대로 브리온베가 로고가 있으며, 우측 상단에는 4개의 버튼이 있죠. 라디오.쿠보 TS522D+S에서 느꼈던 50년이 지속될 정도로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의 위대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마이클 영이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답습한 건 아닙니다. TS522D+S의 경우 원작과 최신작을 같은 디자이너가 디자인해서 그런지 레트로한 느낌이 다소 강했지만, TS217 WEARiT은 레트로하면서도 최신 디자인 다운 모습도 엿보이죠. 특히 손끝에 닿는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마감, 실제로 조작했을 때의 느낌은 빈틈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이클 영이 52년의 세월을 꼼꼼하게 채워냈죠.

 

 

항상 함께하는 스피커

기존 TS207에도 있고, 새로운 TS217 WEARiT에도 있는 것이 바로 전용 케이스입니다. 반면 기존 TS207에는 없지만, 새로운 TS217 WEARiT에는 있는 것이 바로 WEARiT이라는 이름이죠.

 

TS207이나 TS217 WEARiT이나 휴대용인 건 마찬가지지만, TS217 WEARiT은 TS207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처럼 항상 함께할 수 있는 스피커라는 의미로 WEARiT까지 붙게 되었습니다.

 

TS217 WEARiT을 휴대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전용 파우치에 넣고 핸드 스트랩이나 숄더 스트랩을 결합시켜 휴대할 수 있죠. 또한 전용 파우치 없이 TS217 WEARiT 자체에 스트랩을 결합시킬 수도 있습니다. 좌우 측면에 동그란 금속 부분을 클릭하면 후크가 딸깍하며 튀어나오게 되는데요. 여기에 바로 핸드 스트랩이나 숄더 스트랩을 결합시키면 됩니다.

 

아무래도 전용 파우치에 넣는 게 좋아 보이긴 합니다. 전용 파우치는 정말 예쁘니까요. 컬러는 총 4가지. Tobacco와 Purple, Blu, Arancio로 빛바랜 주황색과 탁한 보라색, 물 빠진 파란색, 생생한 오렌지색이죠.

 

전용 파우치는 당연히 TS217 WEARiT에 꼭 맞게 만들어졌습니다. 자석으로 결합하는 커버를 벗기면 4개의 버튼을 누르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홈이 뚫려 있어 소리가 막지도 않죠. 재질은 부드러운 스웨이드 가죽 재질입니다.

 

전용 파우치 덕분에 TS217 WEARiT은 훨씬 패셔너블해집니다. 이렇게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런 식으로 휴대할지는 몰랐는데요. 다만 TS217 WEARiT은 4가지 색 전용 파우치와 달리 실버&화이트 단일 구성입니다. 패셔너블한 스웨이드 가죽 재킷을 벗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얕볼 수 없는 성능

TS217 WEARiT의 성능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스마트폰이나 기타 플레이어와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감상하고 AUX를 연결하거나 핸즈프리를 지원하는 게 전부죠. 물론 요만한 스피커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게 무리일 수도 있겠죠. 일단 배터리는 2600mAh. 약 3시간 충전에 최대 24시간 사용이 가능합니다. 사용 시간은 넉넉한 편이죠. 배터리 용량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보조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앙증맞은 부가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3.3W 출력의 스피커 유닛 2개를 탑재했습니다.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패시브 라디에이터도 탑재했다고 하는데요. 소리를 들어보면 TS217 WEARiT이 단순히 휴대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크기로 인해 얕볼 수 있는 성능. 요만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소리를 들려주죠. 패시브 라디에이터 덕분인지 의외로 박력 있는 저음과 휴대용이라는 컨셉에 맞게 확실한 전달력을 갖춘 중음, 기대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쳐주는 고음, 모두 칭찬할만합니다.

 

물론 크기의 한계는 존재합니다. 깊이감이나 공간감, 해상력 등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사실 TS217 WEARiT을 보고 소리를 들어보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는 30~40대를 위한 휴대용 스피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한데요. 여유가 있다면 선택을 주저하지 않아도 됩니다. 충분히 그런 소리를 들려주니까요.

 

커플 스피커로 추천

여유가 좀 더 된다면 1대 아니 2대를 추천합니다. 커플 스피커 또는 우정 스피커 등으로 나눠 사용해도 좋은데요. 이왕이면 2대 모두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TS217 WEARiT은 동시에 2대를 연결해서 스테레오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죠.

 

보통 2대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1+1=2가 아니라 1+1=2+a의 성능을 보여주는데요. TS217 WEARiT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간감이 확실히 크기의 한계를 뛰어넘게 되죠.

 

이를테면 1대일 때 TS217 WEARiT의 공간감이 제품 반경 10cm에 불과했다면, 2대일 때는 각각 20cm로 늘어나고 두 제품 가운데 그보다 더 큰 가상의 공간이 생성됩니다. 1+1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합니다. 물론 TS217 WEARiT 자체가 지닌 성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겠죠.

 

 

아직 완연한 봄이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봄이 왔습니다. 어쩌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TS217 WEARiT을 알게 된 게 다행일 수도 있겠네요. 다가오는 봄날에 TS217 WEARiT을 손에 들고, 어깨에 메고 다닐 생각은 다가오는 봄날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두근거리거든요. 내가 있는 곳 어디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건 봄날에 잘 어울리는 즐거움이죠.

 

먼저 전용 파우치를 어떤 색으로 할지 골라야 할 텐데요. 이것 참 곤란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브리온베가 TS217 WEARiT의 전용 파우치는 정말 예쁘거든요.

 

 

꼼꼼하게 빈틈없이 채운 디자인
깜찍함이 느껴지는 사이즈
패셔너블한 전용 파우치
얕볼 수 없는 음질
여유를 돌아봐야 하는 가격
신언재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