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야무야한 존재를 넘기 위한 도전

열심히 일하고 있어도 그 존재를 잘 못 느끼지만
막상 없으면 아쉬운 것들 중 하나가 공기청정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먼지가 지배하는 세상이 된지 오래인 지금,
공기청정기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떤 녀석이 그나마 좀 나은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allo의 A7이라는 조그마한 공기청정기를 써봤습니다.
책상 위에 놓거나 차 안의 컵홀더에 넣어서 쓰기 딱 좋은 사이즈죠.
생긴 걸 보니 아마존 에코 같기도 하고 이 제품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로고가 왠지 익숙해서 생각해보니, 보조배터리로 제법 유명한 국내 브랜드 알로코리아의 제품이었습니다.

 

 

명상의 시간

일단 마음을 좀 비우고 시작해야 합니다. 일단 눈을 감습니다.
이런 물건을 갖다 놓으면 이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한라산 백록담 같이 변화할 거라는 욕심은 버립니다.
탁한 실내 공기를 그나마 빨리 정화하고 싶다면,
차라리 이렇게 커다란 물건을 들이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체급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녀석 A7은 몸집에 비해 공기 순환 능력이 꽤 좋습니다.
1평 정도의 공간 기준으로 1시간 정도면 공기를 6회 정도 청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데,
이는 1분에 400L 정도의 양이라고도 볼 수 있죠.
공간이 좁을수록 사용에 유리합니다.

 

어쨌든, 생각보다 먼지를 꽤 잘 빨아들입니다.
책상에 놓고 3일 정도 사용한 후에 필터를 꺼내 톡톡 털어보니
하얀 먼지가 마치 무대 위의 드라이아이스 효과 마냥 쏴아아 흩뿌려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숨을 들이마시며 몸통 아래의 구멍으로 큰 먼지를 우선 거르고,
안에 장착된 헤파 필터로 PM2.5 초미세먼지까지 또 거른 다음
마지막 카본 필터로 공기 중의 유해가스와 냄새까지 잡고 나서야
비로소 머리 위로 새 공기를 뿜어내는 이 녀석.
의외로 곧잘 해냅니다.

 

 

음이온 보너스?

먼지와 오염 물질을 걸러주는 필터를 거쳐 새롭게 정화된 공기에는 플라즈마 음이온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시중의 음이온 발생기에서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살짝 납니다.
냄새는 별로여도, 음이온을 직접 쐬면 왠지 폐 속까지 상쾌해질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음이온이라…
저는 문과 출신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저 유사과학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각종 논란이 많은 걸 감안하여,
마음에 긍정을 더해주는 한정적 요소로만 생각하기로 합니다.
넓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되 맹신은 하지 않는 걸로.

 

 

알루미늄이긴 한데

디자인은 제가 보기에 묘하게 별로입니다.
묵직한 알루미늄을 나름 잘 깎아 만든 바디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긴 하는데,
어때 이런 옷을 빼입어 봤다 나 고급스럽지? 그치? 말해봐.
라며 자꾸 대답을 강요하는 느낌이 든달까요.
그래도 SF 영화에 등장할 것만 같이 푸른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송풍구는…
글쎄요, 저는 사실 약간 조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지만 잘 거르면 됐지 생긴 게 아무렴 어때요.

 

 

왜 이렇게 얼굴이 푸석한가 했네요

이 숫자가 무얼 의미하는고 하니. 왼쪽엔 현재 온도, 오른쪽에는 습도입니다.
그나저나 습도가 고작 20%도 안 된다니… 겨울철 적정 실내 습도 50%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겨울이라 그런지 사무실은 참 삭막하고 메마르네요.
집은 촉촉하고 포근할 텐데…

 

 

굳이 버튼으로 안 만든 이유가?

패널에는 모션 센서가 있어서 손으로 휙휙 휘저어주는 걸로 작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전원 켬(소프트 모드) / 터보 모드 / 전원 끔
이 3가지 조작이 가능하죠.
편한 걸까요? 편하긴 한데, 저는 버튼으로 틱틱 누르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공기청정기 위로 손이 왔다 갔다 할 경우 나도 모르게 1단이 2단으로 되어 있거나
어느새 슬며시 지 혼자 작동을 멈추고 쉬고 있는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차의 컵홀더에 꽂아둘 때면 전원과의 싸움이 은근히 많아지곤 했습니다.

 

 

USB 케이블이긴 한데

전원 단자는 안타깝게도 마이크로 USB가 아닙니다.
혹시 휴대라도 한다면 전용 케이블도 항상 갖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죠.
어차피 책상 위나 차 안 컵홀더에 놓고 쓰는 물건이긴 하지만
케이블 길이가 75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일한 결과를 눈으로 쉽게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인지
거슬리는 소음을 내며 작동합니다.
도저히 시끄러워서 못 켜겠다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시끄러워서 계속 거슬리는 정도입니다.
특히 2단 터보 모드라면 더욱.
업체의 말에 의하면 소음 크기가 30dB이며 이는 조용한 농촌, 심야의 교회와 같은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그 교회가 아마도 너무 추워서 온풍기를 강하게 틀어 놓았었던 모양이네요.
어쨌든 1단 소프트 모드는 조그만 USB 선풍기 소리와 비슷하고,
2단 터보 모드는 일반 가정용 선풍기의 약풍과 비슷합니다.
거슬려서 공부에는 도움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 적막한 것보다 아주 약간은 소음이 있는 게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말도 있으니
백색 소음기의 일종이라고 최면을 걸면 꽤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익숙해진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인 것 같습니다.

 

 

결론

allo A7의 가격은 7만9천 원인데 이건 유사 제품군 가운데서는 평균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능이 드라마틱하게 눈 앞에 펼쳐지진 않아도,
게으른 토끼를 이겼던 거북이처럼
작지만 꾸준하게 일하면서 탁한 공기를 전환시켜주는 그런 녀석입니다.
좀 시끄럽고 소소한 불편함도 있지만
그 정도는 눈 감아줄 수 있을 만큼 기대치는 적당히 채워주네요.
책상 앞이나 차 안에 있는 시간이 많다면 하나쯤 놓아둬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장점
– 꾸역꾸역 하지만 열심히 정화하고 먼지를 빨아들입니다.
– 온도와 습도도 대략 알 수 있습니다.
단점
– 1단은 그럭저럭 조용하게 시끄럽습니다.
– 2단은 꽤 거슬리게 시끄럽습니다.
– 손짓을 잘못하면 모션 센서 때문에 자꾸 꺼집니다.
– 전원을 공급하는 전용 USB 케이블이 꼭 필요합니다. Micro USB 케이블을 썼다면 더 편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