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에서 북유럽 감성을 흠뻑 느껴봤다면 이제는 서유럽 차례다. 19세기 유럽 칫솔 디자인을 스타일리시하게 재현한 프랑스 수제 칫솔 브랜드, 캘리쿠(CALIQUO)가 그 주인공이다.

 

 

19세기 칫솔을 복원하다.

칫솔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등장한 지는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 들어서야 동물의 털을 솔로 이용한 칫솔이 등장했고, 현대와 같은 칫솔이 등장한 건 1938년 당시 신소재였던 폴리머66(나일론66)을 적용한 칫솔을 듀폰에서 내놓은 시점부터다.

 

 

1951년 칫솔 광고, @Gallery of Graphic Design

근대의 칫솔은 칫솔 손잡이와 칫솔모의 구조는 같았으나 재질이나 디자인이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캘리쿠는 이런 칫솔의 느낌은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해석해 심미성이 두드러지는 칫솔을 만들었다.

 

 

캘리쿠 칫솔은 손잡이를 어떤 소재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참나무로 만든 루쉔(Le Chene), 호두나무로 만든 루노아에(Le Noyer), 알루미늄으로 만든 더올그리스(L’or gris)까지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완벽히 핸드메이드로 제작했으며, 어떤 제품을 쓰더라도 10년 이상 쓸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

 

 

참나무(Oak)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통의 재료로도 쓰이는 인기 있는 나무다. 목재를 흔히 하드 우드와 소프트 우드로 나누는데, 여기서 참나무는 하드 우드에 속하며, 하드 우드를 대표하는 원목이기도 하다. 내구성이 좋고 결이 촘촘해 잘 썩지 않는 튼튼한 나무다.

 

나뭇결이 잘 살아있으며, 옅은 나무색으로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원목의 재질 자체는 거친 감이 있으나 후처리가 잘 돼 불편하진 않다.

 

 

호두나무는 프랑스산이며, 예전부터 악기, 캐비닛, 심지어 라이플의 개머리판까지 쓰인 소재다. 검붉은 톤이 묻어나는 깊이 있는 색감이 특징이며 조직이 치밀해 습기에 쉽게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습기가 많은 화장실에 두기에도 좋은 재질이다.

 

참나무보다 부드러운 재질을 갖췄고, 나무 특유의 향도 진한 편이다. 원목의 앤티크한 느낌을 살리는 데는 참나무보다 호두나무 쪽이 더 어울린다. 참나무는 밝은 톤, 호두나무는 어두운 톤이므로 화장실의 인테리어 톤에 따라 선택하는 게 좋겠다. 따로 살 수 있는 원목 받침대는 일체감도 높이고 화장실에 멋스럽게 세워둘 수도 있다.

 

 

더올그리스는 원목이 아닌 금속,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다른 제품과 이질감이 든다. 손잡이의 두께도 다르고 무게감 또한 다르다. 손으로 잡았을 때, 금속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캘리쿠 칫솔은 칫솔모를 교체할 수 있다. 덕분에 칫솔 손잡이는 오래오래 쓰면서 칫솔모만 교체주기에 맞춰 교체할 수 있다. 칫솔 손잡이가 비싼 재질로 나올 수 없었던 이유는 실용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칫솔모의 내구성엔 한계가 있어 자주 교체해야 했기에 자연히 심미성보다는 실용성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 고급스럽고 튼튼한 재질보다는 칫솔모를 쓰는 동안만 버티고, 값싼 재질을 선호하게 됐다.

 

과거 초기의 칫솔은 동물의 뼈를 갈거나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캘리쿠는 이처럼 고급스러운 재질을 채택하면서도 칫솔모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설계로 실용성 또한 확보했다.

 

 

나일론 재질로 된 칫솔모는 강모(剛毛)에 가깝다. 강모는 플라그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나 잇몸이 예민한 사람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잇몸에 너무 힘주어 누르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른바 ‘기능성 칫솔’이라고들 하는 독특한 헤드가 아닌 가장 기초적이고 단순한 모양이다. 잇몸을 긁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이를 닦았다.

 

 

원목으로 된 재질과 적당한 굵기는 손에서 겉돌지 않는 안정적인 그립감을 갖췄고, 어금니 안쪽까지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길어 구석구석 닦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칫솔모를 교체하는 부분으로 물과 치약 잔여물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는 물로 헹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칫솔에 악취가 생기기 쉽다. 그러니 이를 닦은 후에는 칫솔모를 빼고 속까지 한 번 헹궈주는 게 좋겠다. 당연하지만, 매우 불편한 일이다.

 

캘리쿠 칫솔을 써보니 제조사의 설명대로 손잡이가 10년 안에 망가질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손잡이와 칫솔모를 잇는 플라스틱 헤드, 원목과 헤드를 잇는 이음매 등 10년 안에 문제가 생길 구석은 눈에 밟혔다. 제품이 튼튼해서 막연히 10년 이상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보다는 각 부품이 모듈화돼 교체가 간단해 수리하기 쉽다고 보는 게 좋겠다. 실용성에 물든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엔 아직 아쉬운 점이 엿보인다.

 

 

실용성을 더한 파스텔 컬렉션

오래오래 쓸 칫솔이 부담스럽다면, 실용성에 좀 더 무게를 둔 파스텔 컬렉션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칫솔모 교체 시스템은 그대로 갖췄으면서도 재질의 부담을 많이 덜어냈다. 쥐는 손에 맞춘 유려한 디자인과 유연한 재질을 채택한 것은 덤이다.

 

 

파스텔 톤의 네 가지 색상이 있으며 소재는 ABS 플라스틱으로 일반 플라스틱보다 충격흡수력이 뛰어난 소재다.

 

 

손으로 쥐었을 때 자연스럽게 본체를 휘어 그립감을 높인 부분은 매력적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다른 재질을 덧댄 게 아니라 손잡이를 멋스럽게 휘어 그립감을 강화한 시도는 매력적이다.

 

 

칫솔모는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목재, 금속 헤드와 달리 뒷부분이 뚫려있고 분리가 쉬운 편이다. 그저 바디 뒤쪽의 홈을 꾹 누르면 된다. 칫솔을 쓰다 보면 칫솔모와 손잡이 사이 틈새에 이물질이 끼므로 이를 닦고 칫솔을 씻을 때 한 번씩 분리해 씻게 되는데, 칫솔모가 쉽게 분리돼 씻기가 좋았다.

 

납작한 손잡이는 손에서 금세 헛돌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이를 닦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개인적인 만족감은 고급 손잡이보다 파스텔 컬렉션 쪽이 높았다. 군더더기가 없고, 칫솔 본연의 기능에 충실 느낌을 받은 덕분이다.

 

 

매일매일 지나치기 쉬운 칫솔에 좀 더 ‘나만의 물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엔 이만한 제품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욕실에 좀 더 고급스러운 소품을 두고 싶다면,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까지 신경 쓰는 섬세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권해봄 직하다.

디자인
재질감과 만듦새
번거로운 관리방법
부담스러운 유지비
박병호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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