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고나라라고 불리는 GRAILED에 수갑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GRAILED는 패션 전문 중고 거래 사이트라서 수갑은 맞지 않은 상품일 텐데요. 수갑에 새겨진 로고는 익숙했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였죠.

 

구찌 수갑은 199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구찌의 크리에티브 디렉터였던 톰 포드(Tom Ford)가 디자인했습니다. 물론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고 하지만, 평범한 수갑입니다. 단지 은으로 만들어졌고, 열쇠 없이 버튼으로 잠금 해제할 수 있는 수갑이죠.

 

가격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구찌답다고 해야 할까요? 무려 65,000달러. 7,000만원을 호가하는 수준인데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 수갑에는 구찌의 과거 어두운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1980년대, 잘 나가던 구찌는 가족 간의 경영권 다툼과 불화로 추락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결국 구찌 창업자의 손자인 마우리초 구찌(Maurizio Gucci)가 구찌의 3대 경영자가 되는데요. 그 역시 가족들의 지분을 투자회사에 팔아 넘기는 등 좋은 경영자는 아니었죠.

 

마우리초 구찌는 1995년에 총을 맞고 죽음을 맞습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마우리초 구찌의 아내였던 파트리차 레지아니(Patrizia Reggiani). 회사 경영에 욕심을 내다 이혼을 당한 후, 이에 앙심을 품고 이혼 10년만에 전 남편을 살해한 거죠.

 

톰 포드는 당시 망해가던 구찌를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로 복귀시킨 장본인이라고 불리는데요. 톰 포드를 구찌로 영입한 사람이 바로 마우리초 구찌입니다. 1998년, 파트리차 레지아니가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날 톰 포드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구찌 매장에 이 수갑을 전시했죠. 파트리차 레지아니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구찌에는 더 이상 구찌 성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구찌 로고와 브랜드 이름만 남아있을 뿐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파트리차 레지아니는 지난 2013년에 가석방이 된 것. 그 동안 사회봉사를 전제로 한 가석방을 거부해 왔는데요. 그 이유가 평생 일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행복하기보다 롤스로이스를 타고 불행하겠다’라는 말로 논란을 겪기도 했죠.

 

돈이 없다면서 재판 때마다 명품으로 치장했던 그녀, 구찌를 제외하고 모든 명품을 사랑한다는 그녀가 이 수갑을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네요.

영화 같은 구찌 가문의 얘기는 실제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신언재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