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시대는 반드시 온다, 라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님이 그러더라. 나도 그렇게 본다. 언젠가 인류는 좀비로 뒤덮이고, 겨우겨우 살아남은 인간들은 목욕도 못 하고 비데도 없는 세상에서 꼬질꼬질하게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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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워킹데드’의 한 장면 (출처)

그렇다고 지금까지 천재들이 만들어 놓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들을 뒤로하고 원시인처럼 살 필요는 없다. 다가올 좀비시대에 미리미리 준비해서 스마트한 좀비시대를 맞이해보자.

 

스마트폰

의외로 좀비시대에 스마트폰은 지금처럼 필수품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는 정말 많은 센서와 앱이 들어가 있고 그 중에선 좀비시대에도 쓸만한 것이 꽤 많다.

지도
좀비가 창궐하면 계속 도망 다녀야 한다. 좀비가 주거지에 쳐들어와서 도망가야 할 수도 있고, 총든 힘센 약탈자들이 쳐들어와서 도망갈 수도 있다. 이럴 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지도가 없으면 갈 방향을 못 잡는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 주변의 오프라인 지도를 받아놓자. 용량은 더럽게 크지만 오프라인용 전국 지도를 받아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단 오프라인 지도를 받아놨다면, 현재 위치파악까지 되는 막강한 지도가 된다. 스마트폰 위치 파악은 위성과의 교신, 주변 기지국(그래, 미드 24에서 주로 나오는 그 삼각위치파악법), 라우터와의 교신을 통해 이뤄진다. 기지국이나 라우터는 전기가 나가면 다 안 되겠지만, 지구 궤도를 돌아다니는 위성은 작동을 할 테고, 현재 위치가 어느 정도는 파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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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가 전 세계를 커버해서 좋을 것 같지만, 좀비시대에는 어차피 비행기는 모두 작동불가 상태가 되거나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테니, 당신은 그냥 살던 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 지도앱이나 받아놓자.

나침반
좀비시대는 거짓이라 주창하는 불순분자들은 당연히 오프라인 지도를 안 받아놨겠지. 그럴 땐 스마트폰을 나침반으로라도 쓰길. 지도는 종이지도 놓고. 근데 이렇게 하려면 독도법(讀圖法)은 필수다. 독도법을 위해서는 나침반이 필수고. 그럼 독도법은 어디서 익히나? 군대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자원입대 하자. 여자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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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쓸모 없을 것 같았던 iOS의 나침반 앱은 좀비시대에는 필수다.

블루투스
LTE니, LTE-A니 잘 이해 못 할 말들로 포장한 잘생긴 통신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의외로 통신사에 종속되지 않는 좋은 통신 기술이 있다. 이름해서 블루투스. 물론 근거리 통신이긴 하지만, 의외로 중요할 수 있다. 파이어챗이라는 앱이랑 결합하면 정말 괜찮아 지는데, 모든 스마트폰에 이 앱이 깔려 있으면 각 스마트폰이 중계기지 역할을 하면서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 실제로 홍콩의 Occupy Central 운동에서 중국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자, 이 앱이 시위대의 주요 통신 수단이 되기도 했다.

 

사진
사진은 많은 정보를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기에 뛰어난 정보 전달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병원에 가서 의약품을 털어와야 할 때 의료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도대체 뭘 가져와야 할지 모를 때가 생길 수 있겠다. 그럴 때 이미 가지고 있는 의약품을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해놓으면 된다. 의료종사자를 같이 데리고 가면 되지 않냐고? 좀비시대에는 의사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따라서 이런 위험한 모험에는 빠지는게 좋다. 우리같은 소모형 캐릭터가 가는 게 정석.

 

플래시
당연히 전기는 끊겼을 때고, 해가 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이럴땐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보자. 다행히 구글과 애플도 좀비시대를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5.0부터 기본으로 플래시 기능을 넣어놨고, 애플도 iOS 7부터 플래시 기능을 넣어줬다. 물론 그 이전 버전을 고수하고 있는 답답한 슬로어답터들은 개인정보 털릴 각오하고 플래시 앱을 하나는 설치해놓으시라. 전기 끊기면 인터넷 안된다. 인터넷 안 되면 앱 다운이 안된다. 미리 다운 받아두자.

 

시계
스마트폰의 기본 시계 앱엔 다양한 기능들이 있다. 스톱워치나 타이머, 알람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것 만으로도 서로 흩어지거나 약속을 잡을 때 유용하다. 물론 지쇽(G-shock)같은 손목시계도 이게 다 되고 내구성도 더 뛰어나지만, 손목시계는 위에 언급한 모든것들이 안되니깐 스마트폰이 이긴다.

 

배터리
수동으로 충전을 시킨다든지, 아니면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충전을 할 수 있는 배터리가 시중에서 팔고 있다. 솔직히 너무 비효율적이여서 우리는 별 관심을 안두고 있는데, 이 글을 읽은 참에 한 두개 사두자. 그러면 위에 있는 모든 기능을 부담없이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영구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사용하면 할수록 그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평소에도 1-2년 사용하면 점점 그 효율이 줄어든다. 그러니 좀비시대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최대한 아껴쓰자.
가장 중요한 게 있다. 전기가 끊기면 인터넷이 안된다. 무슨 말이냐하면 평소에 스마트폰에 은밀히 담아두고 다니는 그렇고 X등급의 영상들을 받을 수 없단 말이다. 좀비시대에도 성욕은 살아 있고, 연인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 질 것이다. 그러니깐 평소에도 항상 서너개는 넣어놓고 다녀서 외롭고 긴 자신과의 싸움이 될 좀비시대를 맞이하자.

 

자동차

자동차는 좀비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  좀비시대가 열렸을 때 서울에 있었다면 당신은 제대로 망했다. 차들이 모든 도로에 꽉꽉 찬 상태로 버려질 테니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교외로 귀농해서 잘 살고 있다면 자동차는 당연히 필수. 이동수단이 아니여도 자동차는 여러모로 뽑아먹기 좋은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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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워킹데드의 한장면. 이런 식으로 도로는 자동차와 좀비가 뒤엉켜 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태일 것이다.

 

쉘터
차 내부는 물이 전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창문을 닫고, 문을 잠그면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물론 자는 사이에 좀비가 차를 둘러싸고 대기하지 못하게 퇴로를 확보해 놓길. 하지만 비가 오면 물이 새는데도 내부 방수가 잘 된다고 자랑하는 그런 차들은 피하자.

 

발전기
자동차에는 제너레이터라는 부품이 달려 있다. 이게 뭐하는 거냐면, 엔진이 기름을 폭발시켜 자동차가 굴러갈 수 있는 운동에너지를 만드는데, 이를 이용해 전기를 발전하는 부품이다. 이 발전된 전기로 자동차에 있는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어 그렇다. 자동차에 있는 배터리는 충전이 된다. 그래서 기름이 있다면, 자동차는 훌륭한 발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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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조차 멋진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빨간 동그라미가 제너레이터 CC BY-SA 2.0

배터리
발전을 하면, 이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위에 얘기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고, (물론 전기 관련 상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스마트폰은 전압이 안 맞아서 바로 터져버릴 수 있다) 어두울 때 헤드라이트를 켜서 빛을 비출 수도 있고, 춥거나 더울 때 히터와 에어콘을 틀 수도 있다. 그리고 심심하면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도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냐고? 자동차 음장 시스템이 훨씬 뛰어나다.
그리고 기름만 충분하다면 배터리를 갈아가면서 계속 충전된 상태의 배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배터리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건 서울 도심의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차들에서 빼자.

 

이동수단
자동차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은 아무래도 이동수단으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어차피 고속도로든 국도든 버려둔 차들로 꽉 메어져 있을테니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를 달릴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버리자. 그래서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이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류는 좀비시대에도 어차피 너님들은 절대 못타는 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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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차를 훔쳐 주어 타야할까? 오프로드의 최강자들을 타자. 예를 들면 랜드로버(그래 평상시라면 숨만쉬고 몇 년 동안 돈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그런 금액의)나 지프 차가 좋겠다. 아니면 포터같이 트럭류도 유용하다. 많은 짐과 인원을 실을 수 있기 때문.

편집 : 김정철 / 본 컬럼은 얼리어답터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