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리고 저음을 좋아한다. 담백하고 플랫한 느낌의 음색이야말로 음악 본연의 전달력과 아티스트가 의도한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는 의견에 머리로는 동의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적어도 나에겐, 저음은 쿵쿵쾅쾅 부웅붕붕 펑펑 울려야 제 맛이고 그럼에도 보컬과 쇳소리는 가려지지 않고 쨍하게 빛나야 한다. 그래야 음악 듣는 재미가 느껴진다. 이퀄라이저는 항상 V자형으로부터 시작한다. 예전부터 젠하이저의 MX 시리즈 특유의 쫄깃한 저음을 좋아했고, 소니의 클리어 베이스 음장을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 스컬캔디 크러셔 와이어리스 헤드폰(Skullcandy Crusher Wireless)을 만난 순간, 머릿속에 느낌표가 한가득 출몰했다.

 

 

음악에 있어 저음은 중요하다.

건물을 지을 때도 튼튼한 기초 공사가 중요하듯이, 음악에도 탄탄하게 받쳐주는 저음이 중요하다. 음악을 화음으로 받치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르지만, 저음이 잘 들리지 않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그 공허함과 허전함은 느낄 수 있다.

 

음악에서 베이스 음이 뭔지 잘 모르겠고, 들리지도 않는다는 사람을 가끔 본다. 이해한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혹자는 이에 답변하기를 ‘저음은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라고 했다. 어쨌든 저음을 잘 모르겠다는 건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Crusher Wireless는 들으려 노력할 필요도 없고 느낄 새도 없이 귀에 그냥 클럽용 대형 스피커를 갖다 댄 듯 뻥뻥 터지고 울려대는 저음 부스트의 색다른 경험을 들려준다.

 

 

흔히 고음질이라고 선전하는 많은 리시버들은 저음을 강화해 두툼하고 든든한 느낌의 음색을 만들어주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그냥 붕붕대기만 하면 목소리를 비롯해 기타나 심벌즈의 날카로운 소리가 묻히기도 한다. 혹은 깨끗한 잔향이나 공간감 따위는 죄다 씹어 먹어버리기도 하고. Crusher Wireless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사운드 톤을 유지하면서도 저음만 정확히 부스트한다. 아이 신나!

 

 

왼쪽에 있는 이 슬라이더를 쓱 밀어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조절하기에 따라 부스트와 진동의 세기도 달라진다. 완전히 꺼진 상태일 때도 밸런스가 상당히 잘 맞춰진, 윤기 흐르는 음색을 들려주는데 슬라이더를 올리는 순간 베이스가 빵빵해지며 완전히 색다른 노래가 된다.

 

진동이 꽝꽝 천둥처럼 치면서 머리를 울린다. 헤비메탈 한 곡만 들어도 가슴까지 뻥 뚫리는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영상를 볼 때 특히 감동적이었다. 마치 영화관에 앉아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웅장한 울림이다. 콘서트 영상도, 예능 프로그램도, 유튜브에서 광고를 봐도 재밌다.

 

 

블루투스 4.1로 연결되는 무선 헤드폰임에도 이러한 극강의 저음 부스트 기능과 함께 깔끔한 톤을 표현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딱히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지도 않는데. 배터리는 40시간 재생. 매우 든든하다.

 

 

혹시나 배터리가 다 닳아도 상관없다. 같이 들어있던 유선 케이블을 꽂으면 되니까. 마이크가 들어있는 리모컨도 탑재되어 있어서 스마트폰에 쓰기 딱 좋다. 출력이 살짝 작아진 느낌이 들긴 하는데, 상관없다. 베이스 부스트가 다 커버해준다. 너무 신난다!

 

 

착용감

무게는 275g으로 아주 가볍진 않으나 그럭저럭 적당한 편. 그래도 착용감은 편하다. 이어패드 쿠션이 워낙 탱탱해서 장력이 세다고 느껴지긴 하는데 헐거운 것보단 낫지 뭐. 헤드밴드 안쪽에는 특이하게도 실리콘이 덧대어져 있다. 머리를 꽉 잡아주는 느낌이 꽤 괜찮다. 접을 수 있는 구조도 부피가 줄어들어서 좋다.

 

 

디자인

Crusher Wireless는 전체적으로 두툼한 생김새다. 스컬캔디 특유의 심플한 듯, 과감한 듯한 디자인이다. 고급스럽진 않아도 뭔가 활기찬 힘이 느껴져서 좋다. 블랙 제품은 굉장히 시크하다. 전체적으로 무광 플라스틱이 쓰였고 이어패드와 헤드밴드에는 가죽으로 마감됐다. 그레이 제품의 컬러 조합은 상당히 감성적이다. 헤드밴드 바깥 부분이 패브릭인 것도 독특하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느낌.

 

다만, 설계 구조상 헤드밴드와 유닛을 잇는 케이블이 살짝 튀어 나와있는 건 못내 아쉽다. 불편하진 않지만, 보기 싫으니까.

 

 

저음 덕후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헤드폰

어쨌든, 이건 내가 들어봤던 헤드폰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헤드폰이다. 수백 만 원을 넘나드는 비싼 헤드폰을 만져보기도 했었고 음질적 성능이 뛰어난 여러 제품들을 체험해봤지만 그런 표면적인 만족감을 훨씬 뛰어넘는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요즘 많이 탑재되는 노이즈 캔슬링 같은 것도 없고 그저 슬라이더를 밀면 저음이 부스트되는 그 기능 하나지만, 그게 너무 마음에 쏙 든다. 노래 듣는 게 무척 재미있다. 여름에는 함께하기 힘들겠지만, 더워지는 그 날까지 항상 함께 할 거다. 가격은 19만9천 원. 그래, 이 정도면 적절하다. pick에서 판매도 하고 있으니 어서 저음의 진동 파워를 느껴보시길.

 

 

장점
– 극강의 햅틱 베이스 부스트 슬라이더
– 저음이 머리를 울려도 밖에서는 감쪽같이 모른다.
– 든든한 배터리 타임
– 폴딩 디자인
단점
– 정확한 조절 값을 적용할 수 없는 저음 레버
– 헤드밴드와 이어컵을 잇는 케이블 처리의 아쉬움
– 부피가 좀 있는 편이라 목에 걸고 있을 때 살짝 불편하다.
– 착용 시 요다 현상
심플하고 듬직한 디자인
안정적인 착용감
저음 강화 기능
전체적 음질 밸런스
배터리